어느 호랑이 가족의 슬픈 가계도 [유레카]

김지숙 기자 2026. 3. 2.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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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8일 경기 과천 서울대공원 내 서울동물원에 살던 시베리아호랑이 '미호'가 다른 호랑이의 공격으로 사망했다.

사육사가 문단속을 제대로 하지 않은 탓에 두 마리가 방사장에서 만나며 싸움이 일어났다.

미호는 시베리아호랑이 '로스토프'와 '펜자' 사이에서 태어났다.

애초 호랑이가 방사장에 풀려난 것은 부적합한 사육 환경과 관리 부실 탓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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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8일 경기 과천 서울대공원 내 서울동물원에 살던 시베리아호랑이 ‘미호’가 다른 호랑이의 공격으로 사망했다. 사육사가 문단속을 제대로 하지 않은 탓에 두 마리가 방사장에서 만나며 싸움이 일어났다. 이날 사육사들은 ‘2인 1조 근무지침’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 인공 포육으로 자라난 미호는 사람을 잘 따르고 애교도 많았다고 한다.

미호는 시베리아호랑이 ‘로스토프’와 ‘펜자’ 사이에서 태어났다. 한-러 수교 20주년을 기념해 러시아가 이들을 기증하며 2011년 서울동물원에 오게 됐다. 야생 혈통 3세대인 ‘로스토프-펜자’의 번식은 ‘한반도에서 절멸한 시베리아호랑이를 보전한다’는 근사한 명분이 됐을 것이다.

2013년 6월 건강한 3남매 선호·수호·미호가 태어났다. 첫 출산인 펜자는 환경 조건이 안 맞자 양육을 포기했다. 그러나 불과 몇개월 뒤 번식은 또 이뤄졌다. 10월 둘은 또 3남매(한·반·도)를 낳았다. 연이은 출산 탓에 로스토프와 펜자는 떨어져 지내는 시간이 많았다. 그해 11월 혼자 있던 로스토프가 인명사고를 일으켰다. 야외 방사장을 청소하던 사육사를 물었다. 문 잠금장치 이상으로 내실에 있던 호랑이가 풀려나며 벌어진 사고였다.

안락사와 영구 번식금지 등 ‘사람을 죽인 죄’를 묻는 대책이 나왔지만, 동정 여론이 일었다. 애초 호랑이가 방사장에 풀려난 것은 부적합한 사육 환경과 관리 부실 탓이었기 때문이다. 이 일로 로스토프는 8년간 비전시 공간에 격리됐다.

영영 못 만날 줄 알았던 둘은 2021년 재회했다. 펜자는 방사장으로 돌아온 로스토프와 2022년 해랑·파랑·사랑 세자매를 출산했고, 지난해에는 15살 고령에 막내딸 설호를 낳았다. 10여년에 걸쳐 새끼 10마리를 낳았고, 끝내 다시 만났으니 ‘해피엔딩’이라 할 수 있을까. 이들 가계도를 펼쳐놓으면 외려 슬픔이 가득하다.

미호의 오빠 수호는 2023년 열사병으로 죽었고, 여동생 파랑은 같은 해 길고양이가 주로 걸리는 급성 바이러스 전염병으로 사망했다. 미호는 사육사들의 실수로 ‘이부 자매’ 금강에게 물려 죽었다. 아빠 로스토프는 여전히 ‘살인 호랑이’라는 오명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어느 동물원에나 사연 없는 동물은 없다지만, 이들 가족은 왜 이토록 기구한가. 반복되는 사고·사망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야생으로 돌아가기 어려운 호랑이들을 잔뜩 번식시켜 동물원에 가둬두면서 우리는 무얼 얻고자 하는 걸까.

김지숙 지구환경팀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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