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4대銀, 현대케미칼 영구채 6000억 인수...금리는 5%대 될 듯
대산 1호 프로젝트 지원 뒷받침
콜옵션·금리상향 조건도 논의중
1조 규모 기존대출 영구채 전환
현대케미칼 구조조정 속도 높여

하나와 신한 등 4대 은행이 충남 대산 석유화학 설비를 통합하는 ‘대산 1호 프로젝트’를 지원하기 위해 6000억 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영구채)을 인수하기로 했다. 채권단은 이를 포함해 총 1조 원 규모의 기존 대출을 영구채로 전환해 구조조정 속도를 높일 방침이다.
2일 금융계에 따르면 한국산업은행은 지난달 25일 열린 ‘제2차 구조 혁신 지원 자율협의회’에서 이 같은 은행별 할당량을 통보한 뒤 이를 18일 회의에서 최종 확정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하나 2010억 원 △신한 1610억 원 △KB국민 1490억 원 △우리 940억 원 등 6050억 원이다. 산은과 한국수출입은행은 각각 1570억 원, 1510억 원어치를 떠맡는다. NH농협이 500억 원, Sh수협은행이 370억 원을 분담한다. 시중은행이 보유한 롯데케미칼 차입금(1조 8000억 원)을 상반기 중 HD현대케미칼로 이관한 뒤 통합 법인의 영구채를 순차적으로 전환한다.
4대 은행이 6000억 원 규모의 영구채 전환 지원을 하게 된 것은 대산 1호 프로젝트 진행 과정에서 부채비율이 치솟아 향후 사업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영구채는 사실상 만기가 없어 자본으로 간주돼 재무제표상 부채비율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가동 중단 설비를 손상 처리하는 과정에서 부채비율이 급등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며 “시중은행들이 보유한 롯데케미칼 차입금을 상반기 중 HD현대케미칼로 넘기면 올해부터 순차적으로 총 1조 원의 기존 대출이 영구채로 전환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영구채 금리는 5%대 안팎이 검토되고 있다. 산업은행과 시중은행들은 영구채 금리를 현재 대출금리보다는 높은 수준에서 결정하되 채권시장 금리 수준을 감안해 합리적 범위에서 정하기로 공감대를 이뤘다. 지난해 3분기 보고서상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의 차입금 금리는 각각 연 3.09~5.24%, 약 4.5%(회사채 포함) 수준이다. 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기존 대출이 4% 안팎의 금리에서 이뤄지고 있다”며 “위험 부담에 상응해 영구채의 금리는 기존 대출보다는 높은 수준에서 책정돼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채권시장에서 거래되는 영구채 금리보다는 낮은 수준에서 정해질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말 석유화학기업인 한화토탈에너지스는 6.2% 금리로 5000억 원 규모의 영구채를 발행한 바 있다. HD현대케미칼의 회사채 신용등급은 ‘A’로 한화토탈에너지스(AA-)보다 낮아 원칙적으로는 이보다 높은 금리가 요구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영구채 전환은 사업 재편 과정에서 통합 HD현대케미칼의 재무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정책적 성격이 강한 만큼 시장금리를 그대로 적용할 가능성은 낮다는 설명이다. 또 다른 채권단의 관계자는 금리 산정과 관련해 “대승적 차원의 지원이라는 취지가 감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채권단은 콜옵션과 스텝업(금리 상향) 조건도 함께 논의 중이다. 영구채는 이론적으로 만기가 정해져 있지 않아 무한히 돈을 빌릴 수 있지만 통상 3~5년마다 금리를 높이는 스텝업 조건이 붙고 발행회사는 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게 하는 게 관례다. 채권단 관계자는 “스텝업 조항이 없으면 상환 유인이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한다”며 “구체적인 스텝업 시점과 조건은 채권단 합의를 통해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사업 재편이 본격화하더라도 통합HD현대케미칼의 현금 창출 능력 개선은 2029년 이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서연 NICE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양 사 통합 과정 중 설비 운휴에 따른 자산 손상, 업황 부진 등을 감안할 때 통합HD현대케미칼은 상당한 규모의 손상 차손을 인식할 가능성이 높다”며 “차입금 상환 능력도 당분간 저조한 수준을 지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승배 기자 bae@sedaily.com조지원 기자 j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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