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산부 배려석 비워둬야 할까요?”…비워둔 건 우리의 양심
일반인, 임산부 ‘배려해야 한다’에도 실제 경험율은 미미
임산부 사회공동체 일원으로서 배려하는 시민의식 확산 필요성

'임산부 배려석에 앉아도 될까.' 이에 대한 답은 '그렇다'이다.
임산부 배려석이 도입된 지 15년을 훌쩍 넘긴 지금도 '임산부 좌석을 항상 비워둬야 할까'에 대한 의견은 여전히 분분하다.
사실 일반인들이 배려석에 앉지 않아야 한다라는 강제사항은 없다. 말그대로 배려일 뿐, 양보의 의무는 없는 것이다. 즉, 과태료나 벌점을 매기는 등 단속사항에 해당되지 않는다.
다만, 이러한 사회공동체에서 서로를 존중하기 위한 배려석이 생겨났음에도 사회적 약자인 임산부들은 배려받지 못하는 일이 많다. 이 때문에 남모를 속사정을 가진 임산부들은 넘쳐난다.

◆"임산부 배려석, 한 번도 못 앉아 봤어요"
사실 지하철을 타봤다면 임산부 배려석에 앉아 있는 시민들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
대구 서구 중리동에 거주하는 임산부 A씨는 최근 지하철 임산부 배려석에 앉으려다 황당한 일을 겪었다. 노인들이 지하철에 우르르 몰려 타면서 임산부 배려석을 향해 "여기는 나이 많은 사람들 앉으라고 비워두는 곳"이라며 앉으려던 A씨를 비켜 앉았다.
A씨는 "노약자석처럼 어르신들만 앉아 있는데, 눈치가 보여 임산부라고 비켜달라고 말도 못하겠다"며 "임산부 배려석이 의미가 있나 싶다"고 하소연했다.
임산부 B씨는 "지하철을 탈 때마다 임산부 배려석에 앉아 일부러 자는 척하거나, 휴대전화만 쳐다보는 분들이 정말 많다"며 "임산부 배려석을 비워달라는 방송까지 나오지만, 모른 척하고 자리를 지킨다"고 했다.

◆'배려해야 마땅'…반면 임산부 경험율은 저조
이 때문에 '임산부 배려석이 과연 있어야 할까'라는 의문도 제기된다. 하지만 배려석이 필요하며, 임산부 배려석을 '비워두는게 좋겠다'는 인식을 가진 이유는 통계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인구보건복지협회가 지난해 10월31일부터 11월12일까지 임산부와 일반인 1천 명씩 총 2천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해 발표한 '2025년 임산부 배려 인식 및 실천 수준'에 따르면 '임산부 배려석 비워두기'에 대해서는 임산부(69.3%)와 일반인(68.6%) 모두 '필요하다'고 답했다. 일반인의 82.6%는 '임산부를 배려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반면, 임산부가 '배려를 받았다'고 응답한 비율은 56.1%에 그쳤다. 이는 임산부와 일반인의 경험 인식 격차가 2024년 10.4%포인트에서 지난해 26.5%포인트까지 16.1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일반인의 배려 의지가 실제 임산부의 체감으로 충분히 연결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임산부의 '배려석 이용 경험률'은 79.5%로 전년(92.3%) 대비 크게 감소했다. '이용 시 불편함'을 느낀 비율은 전년(42.4%)보다 증가한 60.9%를 기록했다. 불편했던 이유에 대해서는 90% 이상이 '자리를 비켜주지 않아서'였다.
일상에서의 '대중교통 내 좌석 양보'는 임산부의 '실제 경험률'(31.3%)과 일반인의 '배려 필요성 인식'(62.1%) 모두에서 높은 응답을 보였다. 다만, 배려 필요성 인식 대비 임산부의 실제 경험률이 절반 수준에 머물러 인식이 실천까지 이어지지 못하는 한계가 있었다.

◆임산부도 사회의 일원, 배려심 절실
임산부를 향한 시민의식 확산이 절실하다. 강제할 순 없지만, 임산부를 향한 따뜻한 시선과 배려가 요구되는 것이다.
임산부 배려석은 저출생 대응책의 일환으로 대중교통에 임산부 배려석이 도입됐다. 대구에서는 2011년도 지정 좌석제를 도입했고, 다음해 1월부터 대중교통에 임산부 배려석을 운영하고 있다. 대구시와 대구교통공사에 따르면 임산부 배려석은 지하철 1·2호선에 열차 1편(6칸) 당 12좌석, 지상철 3호선은 1편(3칸)당 총 6좌석이 있다. 버스에는 1대당 전용 임산부 배려석은 없지만, 임산부와 노약자 등을 위한 6좌석이 있다.
이처럼 자리 양보는 '양심'에 맡기고 있지만, 이용객들의 배려가 이뤄지지 않아 민원이 발생하자 알림 시스템을 도입한 국내 선진 사례도 있다. 부산은 2017년 전국 최초로 지하철에 발신기를 가진 임산부가 열차를 타면 임산부 배려석 수신기에서 자리 양보를 권하는 불빛과 음성이 나오는 '핑크라이트' 시스템을 도입했다. 대전과 광주도 2022년 임산부가 신호를 보내면 자리 양보를 유도하는 임산부 배려석 알림 시스템을 도입해 눈길을 끌었다.
허창덕 영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일부 시민들의 이기심으로 인해 임산부들이 불편함을 겪을 수 있다"며 "음주운전처럼 강제성이 생긴다면 많이 줄어들긴 하겠지만, 임산부 배려석은 자리를 아예 없애거나 과태료를 매기는 등 강제할 의무사항은 아니다. 다만 자리가 생겨나고, 이를 배려하는 문화가 생겨나기까지 과도기적인 단계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회공동체에 '임산부들이 일원이 아니다'는 인식이 없도록 모두가 한마음으로 도와야 한다"며 "좌석 인근 버튼을 설치해 알림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도 배려 문화를 확산시킬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아영 기자 ayoungo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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