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밭서도 매끄럽게 풀악셀 유턴…혹한 뚫은 HL만도 미래차

베이징=정다은 특파원 2026. 3. 2.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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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헤이허 HL만도 동계 트랙데이 가보니]
최북단 접경지에 모빌리티 신기술 집대성
30cm 폭설에 바퀴 고장나도 정상 회전
안전장치 이중화로 비상사태 철저 대비
자율주행 필수 솔루션 원패키지로 제공
지난달 27일 중국 헤이룽장성 헤이허에서 열린 ‘HL만도 트랙데이 윈터’에서 테스트 차량들이 HL만도의 자동차 동계시험장인 와우호수 트랙 위를 질주하고 있다. 사진 제공=HL만도


지난달 27일 방문한 중국 최북단 헤이룽장성 헤이허. 겨울도시의 대명사격인 하얼빈에서도 북쪽으로 500km 떨어진 이곳은 3월을 코앞에 둔 시점임에도 영하 20도 강추위가 몰아쳤다. 만물이 흰 눈에 뒤덮여 강과 산의 경계조차 모호한 설원을 15분가량 달렸을까. 앙상한 침엽수들 사이로 호수 트랙을 품은 HL만도(204320)의 동계 연구센터가 모습을 드러냈다. 전날 점심부터 30cm 넘는 눈이 쏟아진 탓에 트랙터와 일꾼들이 하릴없이 트랙에서 눈을 퍼내고 있었다.

“일 년에 한 두번 있을 정도의 폭설”이라는 관계자 우려가 무색하게도 HL만도의 신기술을 탑재한 6대의 테스트 차량은 악조건 속 진가를 발휘했다. 시승차량에 탑승했더니 폭설로 평소보다 미끄러운 노면에서도 매끄럽게 유턴에 성공했다. 시속 100km에 브레이크를 밟지 않았는데도 양옆으로 소폭의 진동만 느껴질 뿐 안정적이었다. 심지어 바퀴 2개가 작동하지 않게끔 설정한 뒤에도 약간의 흔들림만 더해졌을 뿐 한번에 유턴을 해냈다. 일반적인 경우였다면 운전자가 뜻하지 않은 방향으로 이탈했을 상황이었다.

눈밭 위에서도 매끄러운 유턴의 비결은 차세대 제동 시스템인 전자기계식 브레이크(EMB)에 있었다. 바퀴 하나가 고장나면 반대편 바퀴까지 한꺼번에 잠겨버리는 기존 유압식과 달리 EMB는 각 바퀴를 전자 신호로 독립적으로 제어해 유사 시에도 정상에 가까운 제동력을 유지한다. 아울러 메인 시스템이 고장나도 백업 시스템이 즉시 제어권을 넘겨받는 이중화(리던던시) 시스템과 회전 반경을 0.8m가량 줄여주는 ‘이지 턴’ 기능을 통해 브레이크를 밟지 않아도 한 번에 회전이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지난달 27일 중국 헤이룽장성 헤이허에 마련된 동계테스트장에서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밟지 않고 매끄럽게 유턴을 하고 있다. 헤이허=정다은 특파원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6일까지 9일 일정으로 헤이허에서 개최되는 ‘HL만도 트랙데이 윈터’ 행사에선 이처럼 엄혹한 망망대설 속에서도 미래 모빌리티 기술이 완연하게 움트고 있었다. 57만 7000㎡, 축구장 81개 크기의 드넓은 빙판은 출시 전 신차를 극한까지 밀어붙이며 최대 성능을 이끌어내기 위한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 특히 내연기관차보다 혹한에 약한 전기차 시대가 도래하며 이곳의 가치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이번 행사에선 EMB 외에도 자율주행 시대에 맞춤형으로 설계한 기술들이 가장 눈에 띄었다. 안전장치 이중화를 통해 브레이크 고장 시에도 제동이 가능하게 한 것이 대표적이다. 부스터와 차량자세제어장치(ESC)를 합친 2세대 일체형 전동 브레이크(IDB)에 이중화제어장치(RCU)를 얹어 IDB가 평소 제어를 담당하되 혹여나 먹통이 돼도 RCU가 곧바로 기능을 대신 수행하게끔 한다. 실제 중국 호존자동차의 너자 시승차에서 운전자가 고의로 IDB 시스템 고장을 일으키자 백업 모드로 즉시 전환됐으며, 전방 장애물이 탐지되자 브레이크 수동 조작 없이도 차가 스스로 멈춰 섰다. 이는 자율주행 레벨3의 필수 요건으로 중국은 물론 글로벌 주요 완성차 업체들의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

기자가 모바일 휠 컨트롤을 탑재한 태블릿PC를 잡고 좌우로 천천히 기울이자 운전대도 덩달아 돌아가며 자동차가 방향을 튼다. 헤이허=정다은 특파원

이외에도 게임마냥 태블릿 PC로 운전대를 조작하는 모바일 휠 컨트롤과 노면 충격에 민감한 전기차도 울퉁불퉁한 산길 도로를 부드럽게 넘어가도록 하는 첨단 서스펜션 기술 ‘스마트 댐핑 컨트롤(SDC) 70’ 등 미래차 면면을 엿볼 수 있는 HL만도의 신기술들이 헤이허에 집결했다.

HL만도는 지난 2024년 10월 베이징에서 트랙데이를 열었다. 1년여만에 중국을 다시 찾은 건 그만큼 중국 사업 규모가 크고 중요하기 때문이다. 한국 완성차 업체들의 무덤으로 전락한 중국에서 회사는 지난해 1~3분기 누적 매출 약 7조 원 중 1조 4000억 원을 올렸다. 현대차 등 주요 고객 외에도 지리·니오 등 현지 대형 완성차 업체들을 다수 포섭하며 매출원 다변화에 성공한 덕분이다. 박영문 중국법인장은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말 수석부사장 승진 1년 만에 사장으로 고속 승진했다.

특히 헤이허는 HL만도가 지난 2003년 전세계 업체 중 처음으로 30년간 호수 독점 사용 계약을 맺으며 개척한 곳이라 의미가 깊다. 당시 아무도 관심없는 오지였던 이 곳은 이제 약 200개 기업이 3100대의 차량을 시험하는 전세계 제1의 동계테스트지로 우뚝 섰다. HL만도 관계자는 “현재 헤이허 시험장을 찾는 고객 80% 이상이 중국 업체지만 최근 들어 다양한 글로벌 고객사가 크게 늘어나는 추세”라며 “이곳은 HL만도의 기술력을 선보여 계약까지 이끌어내는 공간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베이징=정다은 특파원 downr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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