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30도·빙판 급제동에 중심잡기 거뜬…'中心' 잡은 HL만도

헤이허(중국)=안정준 특파원 2026. 3. 2.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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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HL만도, 中 헤이허 동계 테스트트랙에서 첨단 제동·조향 시스템 시연
테스트 차량이 HL만도 헤이허 트랙의 눈길 위를 질주하고 있다/영상=HL만도

"지금 정말로 브레이크를 밟는다고요?"
"네, 지금입니다"

시속 40km로 달리는 육중한 대형 차량. 사방이 꽁꽁 얼어붙은 호수 위 빙판길이다. 테스트 드라이버가 급브레이크를 밟는 순간, 끝없이 미끄러져 트랙 밖으로 튕겨져 나가는 광경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눈을 질끈 감으려는 찰나, 좌우로 조금 흔들리나 싶던 차체가 순식간에 자세를 잡는다. 서서히 속도를 줄인 차량은 달려오던 방향 그대로 트랙 중앙에 멈춰섰다.

지난 달 27일 중국 최북단 헤이룽장성의 러시아 접경도시 헤이허(黑河). 수은주가 영하 30도 밑으로 떨어진 혹한에 1m 두께로 얼어붙은 천연호수 '워니우후(臥牛湖)' 위에서 자동차 전장 부품사 HL만도의 'HL 트랙 데이 윈터' 행사가 펼쳐졌다. HL만도가 이 호수를 시 정부로부터 30년간 임차해 첨단 제동·조향 시스템 혹한 전문 테스트장으로 만들어 2003년부터 진행중인 행사다.

테스트 차량이 HL만도 헤이허 트랙의 빙판 위를 질주하고 있다/사진제공=HL만도

기자가 동승한 차량은 'SbW(Steer-by-Wire)', 'RWS(Rear Wheel Steering)', 'EMB (Electric Mechanical Brake)' 등 차량 제동과 조향을 정밀 제어하는 차세대 기술이 모두 적용된 '올인원' 데모카였다. 빙판길 상황을 극복한 이 차량은 일반 도로에 빙판을 군데군데 섞어 '블랙아이스(눈에 잘 안 보이는 도로 위 살얼음)' 환경을 구현한 트랙과 눈으로 뒤덮인 트랙에서 급브레이크·급선회를 해도 놀라울 만큼 안정적인 차체 제어능력을 보여줬다.

△운전자의 핸들 조향 비율을 전자 신호로 조절하는 'SbW'를 통해 1차적으로 차체를 섬세하게 제어하고△뒷바퀴의 움직임을 속도에 따라 통제하는 'RWS'로 고속 안전성을 확보하는 한편△전자 신호와 모터로 4개의 바퀴에 걸리는 브레이크 압력을 별도로 조절하는 'EMB'로 제동 안전성을 극대화해 이 같은 극한 기후와 도로 조건까지 통제 가능토록 한 셈이다.

테스트 차량이 HL만도 헤이허 트랙의 눈길 위를 질주하고 있다/사진제공=HL만도

기자가 동승한 차량 밖으론 신차용 위장막을 덮고 트랙을 주행중인 테스트 차량들이 보였다. HL만도의 핵심 시스템을 장착하고 신차를 함께 개발하는 'HL 트랙 데이 윈터'의 핵심 고객인 중국 주요 완성차업체들의 차량이었다. 현장에선 특히 'SbW', 'RWS', 'EMB' 외에 차세대 제동 시스템인 'IDB2 RCU'이 적용된 차량도 테스트 중이었다.

전자 제어로 4개 바퀴 제동력을 정교하게 배분하는 IDB 시스템에 문제가 생길 경우를 대비해 비슷한 역할을 하는 'RCU'를 백업으로 장착한 시스템이 'IDB2 RCU'다. 안전성을 중시하는 레벨3 이상의 자율주행 고도화 단계를 겨냥한 시스템으로 현재 중국 전기차 시장의 핵심 고객사와 개발을 진행 중이다. HL만도는 이 같은 고객 맞춤형 개발로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에서 가장 성공적으로 사업을 전개해나가는 한국 기업으로 손꼽힌다.

중국 자동차 산업이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 중심으로의 체질 전환을 시작한 2016년 무렵, HL만도에도 위기가 찾아왔다. 하지만 20여년 전부터 헤이허 테스트장에서 쌓아둔 기술력과 노하우가 뒷심이 됐다. 변화의 흐름에 맞춰 전통적 기계식 하부 시스템에서 전자·통합제어 중심으로 발빠르게 돌아섰고 현지 고객사 범위를 오히려 더 넓혔다.

HL만도 헤이허 트랙 전경/사진제공=HL만도

HL만도의 도약은 중국 변경의 소도시 헤이허와의 동반성장으로도 연결됐다. HL만도가 2003년 이 곳에 처음으로 동계 테스트장을 만든 뒤, 매년 겨울이면 헤이허는 중국 자동차 산업의 최북단 중심지로 변한다는 게 시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올해 겨울 헤이허에선 약 200개 기업의 3100대 차량이 동계 테스트를 진행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박환 HL만도 베이징연구소장은 "헤이허 트랙은 단순 성능시험장에서 고객이 성능을 확인하고 승인(Sign-off)까지 하는 마케팅·영업의 장으로 도약했다"고 말했다. 그는 "같은 전장 시스템이라도 고객사마다 원하는 시스템의 주행중 실제 개입 정도가 천차만별"이라며 "이곳 헤이허 트랙에서의 테스트를 거쳐 고객 맞춤형으로 개발해나가는 게 HL 트랙 데이 윈터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헤이허(중국)=안정준 특파원 7u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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