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트는 8천원이면 충분해요."…가격 양극화

정희윤 기자 2026. 3. 2.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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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천원 vs 5만원 미용실 요금 천차만별
박리다매·프리미엄 케어 등 전략 나눠
고물가 직격탄, 미용료 5년 새 18.9%↑
광주·전남 서비스업 경기 전망 ‘부진’
고물가가 지속되면서 미용업계도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AI 생성 이미지.

"커트는 8천원이면 충분해요."

"스타일링과 두피 케어까지 받는다면 5만원이 아깝지 않죠."

고물가와 인건비 상승이 장기화되면서 미용업계에도 '저가형'과 '고가형'으로 갈리는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같은 상권 안에서도 1만원이 채 되지 않는 커트숍과 4만~5만원대 프리미엄 살롱이 공존하는 구조가 형성되면서, 1만5천~2만원대 중간 가격대 미용실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최근 방문한 광주 서구의 '착한가격업소' 미용실. 10평 남짓한 매장 안에는 남녀노소 고객들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곳의 남성 커트는 8천원, 여성은 1만원. 예약 없이 방문 순서대로 빠르게 시술하는 방식이다.

직장인 김모(52)씨는 "머리 손질에 큰 변화를 주지 않는 이상 굳이 2만~3만원을 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외식비와 장바구니 물가가 오른 만큼 이런 곳을 찾게 된다"고 말했다.

업주 A씨는 "회전율을 높이고 추가 서비스는 최소화해 가격을 유지한다"며 "재료비와 인건비가 계속 오르지만 단골이 많아 당분간 인상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반면 브랜드 헤어숍과 1인 디자이너숍은 가격을 올리며 차별화에 나서고 있다. 체인점 형식의 브랜드 헤어숍은 기본 커트가 평균 2만원을 웃돌고 일부 매장은 2만5천~3만원 선이다. 1인샵도 기본 1만8천원 이상이며, 두피·모발 케어 프로그램을 포함하면 4만~5만9천원대까지 형성된다.

프리미엄 매장을 운영하는 한 원장은 "커트만 하는 것이 아니라 두피 진단, 스타일 상담, 홈케어 제품 추천까지 포함된 서비스"라며 "가격보다 경험과 만족도를 중시하는 고객층이 확실히 나뉘고 있다"고 말했다.

지표도 상승 흐름을 보여준다.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전국 미용료 소비자물가지수는 2021년 1월 100.55에서 최근 119.56으로 5년 새 약 18.9% 상승했다. 같은 기간 광주지역 소비자물가지수 역시 상승 흐름을 이어가며 생활서비스 비용 부담을 키웠다.

지역 경기 여건도 녹록지 않다. 한국은행 광주전남본부가 발표한 최근 자료에 따르면 광주·전남 서비스업 체감경기는 기준치(100)를 밑도는 수준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소비 심리 회복이 더딘 상황에서 비용 부담까지 겹치며 영세 업소의 경영 압박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는 인건비 상승을 가장 큰 원인으로 꼽는다. 소상공인연합회 조사에서도 이·미용업 종사자의 40.0%가 '인건비 상승에 따른 비용 부담'을 최대 애로 요인으로 지목했다. 고용 계획과 관련해 '인원 축소' 또는 '현 수준 유지'를 택한 비중이 66%를 넘었다. 최저임금 인상, 임대료 부담, 카드 수수료, 재료비 상승이 겹치면서 중간 가격대를 유지하기 어려운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는 의미다.

소비 심리 변화도 뚜렷하다. 단순 커트나 정기 손질은 저가 매장을, 이미지 변신이나 중요한 일정 전 시술은 프리미엄 매장을 찾는 '목적형 소비'가 자리 잡았다. 자주 반복되는 소비는 최대한 아끼고, 특별한 순간에는 비용을 지불하는 방식이다. 온라인 예약 플랫폼과 SNS 후기 비교가 일상화되면서 가격 대비 만족도가 핵심 기준이 됐다.

일부 소비자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 '셀프 미용'에 도전하기도 한다. 염색약과 커트 도구를 온라인으로 구매해 직접 손질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필수 지출을 줄이려는 가계의 선택이 생활서비스 시장의 구조를 바꾸고 있는 셈이다.

미용업계 관계자는 "물가 상승 국면에서 가격이 곧 포지셔닝이 됐다"며 "저가와 프리미엄 중 어느 쪽을 택하든 명확한 전략이 없으면 생존이 쉽지 않은 구조"라고 말했다.
/정희윤 기자 star@namd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