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 '피지컬 AI' 승부수… 삼성·현대차·LG, 제조 DNA로 판 바꾼다

이상현 2026. 3. 2.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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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 노하우 살려 스마트폰·휴머노이드 구현
엔비디아·구글 등과 글로벌 연대·M&A도
중소기업 역량은 아직… 생태계 강화 시급
제미나이가 그린 일러스트.


생성형 인공지능(AI) 경쟁이 글로벌 빅테크 중심으로 재편되는 가운데, 삼성과 현대자동차 등 국내 제조 대기업들은 범용 거대언어모델(LLM) 경쟁 대신 AI 에이전트를 두뇌로 하는 '피지컬 AI' 특화 전략에 방점을 찍고 있다.

스마트폰, 로봇, 무인기, 자율주행, 스마트공장 등 실제 물리 공간에서 작동하는 '피지컬 AI'를 축으로 각자의 특화 영역에서 승부를 거는 것이다.

삼성전자, 현대차그룹, LG그룹, 대한항공 등은 각자의 주력 산업에서 확보한 방대한 양의 제조·소비자 데이터를 바탕으로 특화된 AI 전략을 구축하고 있다. 다만 LG 등 일부를 제외하면 자체 AI 솔루션을 아직 제시하지 못하고 있으며, 대신 글로벌 빅테크 기업과의 협업과 전략적인 인수·합병(M&A)으로 이를 극복하려는 움직임이다.

예를 들어 삼성의 경우 구글(제미나이), 퍼플렉시티 등과 협력해 스마트폰에 AI 에이전트 기능을 탑재하고 있으며, 현대차는 구글, 엔비디아 등과 자율주행, AI 로보틱스 등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LG 역시 구글과의 협력은 물론 다양한 글로벌 스타트업에 투자하며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노태문 디바이스경험(DX)부문장(사장)이 갤럭시 26시리즈를 공개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멀티 에이전트 AI폰 출격

지난달 삼성전자가 미국 샌프란시스코 언팩 행사에서 공개한 '갤럭시 S26 시리즈'는 사용자 선호도에 맞게 다양한 AI 모델과 접목하는 통합 AI 플랫폼을 구현했다. 자체 모델 '빅스비'는 물론이고, 구글 '제미나이'와 '퍼플렉시티' 등도 기본 AI 에이전트로 설정할 수 있다.

이번 S26 시리즈는 제품과 운영체제 전반에 통합된 직관형 AI를 적용, 사용자가 별도 요청하지 않아도 상황과 맥락에 맞는 기능을 추천하는 것이 특징이다. 예를 들어 메시지 내용에 따라 사진이나 일정, 송금 기능과 자동으로 연결되는 '나우 넛지', 미등록 일정까지 반영해 일정을 구성하는 '나우 브리프' 등 기능이 제공된다.

기본형과 플러스 모델에는 삼성 자체 엑시노스 2600 프로세서가 탑재됐다. 2나노 공정 기반으로 제작된 이 칩은 ARM 10코어 중앙처리장치(CPU)와 NPU를 통합, AI 연산 능력을 대폭 향상시키고, 앱 실행·게임·온디바이스 AI 처리 등 전반적 성능과 전력 효율을 높였다.

울트라 모델에는 검증된 퀄컴 스냅드래곤8 엘리트 5세대가 적용돼 최상위 성능과 발열 관리가 강화됐다.

사진 촬영 기능에도 AI가 적용돼, 이미지 윤곽과 세부 묘사, 피부 톤까지 자연스럽게 처리하며, 기존 편집 기능을 넘어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거나 새로운 요소를 삽입하는 수준까지 가능하다.

여러 사물을 동시에 인식하고 관련 구매 사이트까지 연결하는 '서클 투 서치' 기능도 개선됐다.

CES 2026에서 공개된 아틀라스. 현대차그룹 제공


◇현대차그룹, 새만금 수조원 투자… 휴머노이드까지

현대차그룹은 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6에서 미래 핵심 사업으로 '피지컬 AI'를 제시했다. 로봇, 자율주행차, 스마트 공장 등 실제 물리 공간에서 작동하는 AI 상용화가 중장기 성장 전략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완성차 기업은 차량과 공장에서 생성되는 대규모 물리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어 로봇·제조 자동화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평가받는다. 현대차그룹은 이를 기반으로 로봇과 스마트 공장 중심의 AI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휴머노이드 로봇이 가장 큰 피지컬 AI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보고, 계열사 보스턴다이나믹스를 중심으로 상용화를 추진 중이다. 대표 모델 아틀라스는 산업 현장 투입을 목표로 고도화되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2050년까지 10억대 운영, 시장 규모 5조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회사는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등 주요 생산 거점에 아틀라스를 단계적으로 투입할 계획이다. 공정 단위별 실증을 거쳐 도입 범위를 확대하고, 그룹 내 기술 역량을 결합한 '엔드 투 엔드' 밸류체인을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자율주행과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역시 핵심 축이다. 데이터 학습 기반 'E2E 추론 체계'(중간 단계 없이 하나의 인공지능 신경망이 직접 판단·조작하는 자율주행 방식)를 기존 룰 기반 방식과 결합해 복잡한 도로 환경 대응 능력을 높이고 있다.

미국 자율주행 합작법인 모셔널은 연내 라스베이거스에서 로보택시 상용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그룹은 AVP본부와 포티투닷과의 협업도 확대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올 하반기 SDV 페이스카 공개도 예고했다. 아울러 전북 새만금에 AI 데이터센터, 피지컬 AI 애플리케이션 센터, 로봇 공장, 수전해 기반 수소 플랜트 설립을 포함한 10조원 규모의 투자도 예고했다. 이는 AI·로보틱스와 수소 에너지를 결합해 'AI 기반 종합 산업 플랫폼 기업'으로 전환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LG클로이드. LG전자 제공


◇LG그룹, '원 LG'로 피지컬 AI 생태계 구축

LG그룹은 주요 계열사 역량을 결합한 피지컬 AI 전략을 통해 미래 시장 주도권 확보에 나섰다. AI의 두뇌부터 눈·손발·동력원까지 그룹 차원의 '원(One) LG' 시너지를 강조한다.

LG AI연구원이 개발한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엑사원(EXAONE)은 제조, 로봇, AX 전반의 수익 구조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엔진으로 진화 중이다.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관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평가에서 K-엑사원이 최우수 성적을 기록했다.

로봇 분야에서는 LG전자가 가정용 로봇 클로이드와 산업용 로봇으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있다. 60년 넘게 축적된 모터 기술을 바탕으로 로봇 관절의 핵심인 액추에이터 내재화에 집중하고 있다.

LG전자는 지난 1월 홈 로봇 'LG 클로이드'를 CES 2026에서 공개한 바 있다. LG전자는 이번 행사에서 AI가 사용자의 상황을 이해하고 직접 행동하는 공감지능을 통해 '당신에게 맞춘 혁신'을 실현한다는 구상을 발표했다.

세부적으로 센싱은 LG이노텍, 배터리는 LG에너지솔루션, 산업 현장 적용은 LG CNS가 맡는다. LG CNS는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을 고객 맞춤형으로 튜닝하고 생산 현장의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제조기업 상당수는 AI 도입 소극적… 투자·인력 부담

하지만 이 같은 대기업의 움직임에 비해 한국의 AI 뿌리 생태계는 글로벌 시장과 비교해 턱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중소기업들은 자금과 인력 부족 등 현실적 한계에 부딪쳐 AI 개발은 커녕 도입조차도 꺼려하는 실정이다.

실제로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504개 제조기업 중 10곳 가운데 8곳이 아직 AI를 운영에 활용하지 않고 있으며, 특히 중소기업은 투자 비용과 전문 인력 부족으로 도입을 주저하고 있다.

설문 참여 기업의 73.6%는 AI 투자에 부담을 느낀다고 답했고, 전문 인력이 없는 기업도 80%를 넘어서면서, 국내 전통 제조기업들의 한계도 명확하게 부각됐다.

AI 혁신 효과에 대한 신뢰 역시 낮아, 60% 이상이 실제 수익 영향이 미미할 것이라 판단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보고서를 통해 "제조업체가 AI 성능을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 사례 마련과 도입 단계별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상현·임주희 기자 ishs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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