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메네이 죽음에 뒤숭숭한 이태원···“독재 종식” 입 모으면서도 중동 정세엔 ‘한숨’

백민정·강한들 기자 2026. 3. 2.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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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인접국 출신 이주민들 ‘복잡한 심경’
“라마단 기간에 왜 이런 일을” 공습 비판 속
“이란 시민들이 방향 잡을 것” 기대·열망도
라마단 기간인 2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있는 이슬람 모스크에서 무슬림들이 기도를 하고 있다. 백민정 기자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한 전쟁이 중동 전역으로 확산할 조짐을 보이자 한국에 거주하는 이란과 인접국 출신 이주민들은 복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이란의 독재가 끝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는 기대와 함께 “지역 정세가 더 불안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교차했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할랄 음식점을 운영하는 이란인 A씨는 2일 “가족이 이란과 아제르바이잔 국경 인근에 사는데 큰 충돌은 없다고 들었다”면서도 “인터넷이 끊겨 정확한 상황을 알기 어렵다”고 말했다.

30년째 한국에 거주 중인 이란인 B씨(48)는 기자와 통화에서 “지금은 국제전화만 가능해 사진이나 영상을 받을 수 없어 답답하고, 통화 비용도 부담”이라고 토로했다.

인접국 출신 이주민들 사이에선 공습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작지 않았다. 이날 이태원 모스크에서 기도를 마친 파키스탄인 암제드(72)는 “종파를 떠나 이웃 국가 지도자가 죽고 중동 정세가 불안해진 것이 마음 아프다”고 말했다. 파키스탄 출신 여행사 대표 지산 아크터(42)는 “(공습은) 어떤 명분도 없다고 생각한다”며 “라마단 기간에 왜 이런 일을 벌였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강대국’들은 늘 침략을 반복해왔고 국제법도 그 틀에서 작동하는 것처럼 보인다”며 “국익을 앞세워 침략을 정당화하는 건 옹호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장기화한 중동 갈등에 대한 피로감도 엿보였다. 이태원에서 이슬람 물품을 판매하는 이라크 출신 C씨(26)는 “걱정이 없진 않지만, 계속된 갈등 속에서 어느 정도 익숙해진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지산 아크터 역시 “어떤 사람도 전쟁을 감당할 수 없다. 앞으로 수일 내에 반드시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의 한 할랄 음식점에 2일 라마단 기간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백민정 기자

이란인들은 현지의 가족들을 걱정하면서도 ‘독재 종식’에 대한 기대감도 내비쳤다. B씨는 “하루 이틀도 아니고, 이란 사람들도 너무 지쳤다”며 “언젠가는 독재를 끊어야 했다”고 말했다. “인간이 인간을 죽이는 건 안 되니 당연히 기분은 좋지 않지만, (이란 최고지도자 하메네이는) 최근까지도 이란 시민 수만 명을 죽인 사람”이라며 “우리 자식들도 그렇게 살 순 없지 않나”라고 말했다. C씨도 “독재자가 물러나고 이란 내 탄압이 끝난 건 아주 좋은 일”이라고 했다.

B씨는 “재한 이란인 100명 중 99명은 현 정부를 반대한다”며 “현지 분위기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겨냥한 건 이란 정부이지, 시민이 아니다”라며 “오히려 시민을 위기에 빠뜨린 건 정부라는 인식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이란은 자원도 풍부하고 교육 수준도 높은데, 나라가 이 지경이 된 건 리더십 책임이 크다”며 “정치, 경제를 제대로 운영했다면 나를 비롯한 수많은 이란인이 타국에서 살며 고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과 이스라엘 지도부에 대한 기대를 드러내기도 했다. B씨는 “공격이 조기에 마무리되고 미국이 현 정부와 타협하는 상황이 오히려 제일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란 사회의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과 잠재력을 강조했다. C씨는 “중요한 건 미국이 이란 대통령을 새로 세우는 게 아니라, 이란 시민들이 공정한 선거로 지도자를 뽑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B씨도 “이란은 중동에서 비교적 민주주의와 가까운 나라로, 여러 차례 선거를 통해 시민들이 민주주의와 제도를 배워왔다”며 “당장은 외부의 영향이 있을 수 있지만, 결국 이란 시민들이 방향을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백민정 기자 mj100@kyunghyang.com, 강한들 기자 hand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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