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로처럼 복잡한 혈관…AI가 만든 '인체지도'로 수술 정확성 UP

고재원 기자(ko.jaewon@mk.co.kr) 2026. 3. 2.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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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肝)의 말초신경 작은 가지들까지 3차원(3D)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인공지능(AI)이 우리 수술실 풍경을 바꿔놓고 있습니다."

유 교수는 "과거에는 2D CT 영상을 보면서 머릿속으로 입체 구조를 상상하며 칼을 댔지만, 이제는 AI가 만든 정밀 지도를 내비게이션 삼아 수술 부위를 실시간으로 확인한다"고 설명했다.

혈관 구조가 복잡해 정밀한 수술 계획이 필요한 직장암, 췌장암, 위암 그리고 신장 이식 분야까지 AI 3D 모델링 활용을 확장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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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의료' 강남 삼성서울병원 수술실 가보니
AI가 CT 수백장 영상 분석해
정확도 95% 수준 3D모델 생성
정밀한 간이식 수술 가능하져
직장암·위암·신장이식 수술 등
다른 분야로도 기술 확대 예정
유진수 삼성서울병원 이식외과 교수(왼쪽)가 인공지능(AI) 기반 3차원(3D) 수술 계획 플랫폼 리버라이즈를 활용해 간이식 환자의 수술 과정을 의료진과 상의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간(肝)의 말초신경 작은 가지들까지 3차원(3D)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인공지능(AI)이 우리 수술실 풍경을 바꿔놓고 있습니다."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의 한 수술실, 팽팽한 긴장감이 엄습했다. '생체 간이식 공여자' 수술이 진행 중이었다. 간을 절제하고 이식하는 수술은 외과 수술 중에서도 최고난도로 꼽힌다. 수많은 혈관과 담도 등으로 해부학적 구조가 매우 복잡해서다. 기증자의 간 일부를 떼어내고, 머리카락보다 얇은 혈관들을 정리하고, 한 올 한 올 꿰매가며 환자에게 이식하는 수술은 1㎜의 오차도 용납되지 않는다.

분주히 움직이는 의료진 사이로 의외의 물건이 눈에 띄었다. 거실이나 침실에 있을 법한 무선 포터블(이동형) 디스플레이가 수술실 한복판에 있었다. 화면에는 입체 그림이 띄워져 있었다. 환자의 간 구조를 그대로 본떠 구현한 '3D AI 간 모델'이라고 했다.

이날 수술을 집도한 유진수 삼성서울병원 이식외과 교수는 수술 도중 수시로 화면을 살폈다. 화면에는 복잡하게 얽힌 간문맥과 간동맥, 그리고 미세한 말초혈관들이 마치 거미줄처럼 형형색색 상세히 구현돼 있었다. 유 교수는 "과거에는 2D CT 영상을 보면서 머릿속으로 입체 구조를 상상하며 칼을 댔지만, 이제는 AI가 만든 정밀 지도를 내비게이션 삼아 수술 부위를 실시간으로 확인한다"고 설명했다. 이 모델의 정확도는 무려 95%에 달한다. AI는 수백 장의 CT 단면 영상을 학습해 단 몇 분 만에 3D로 재구성해낸다.

간 이식 수술의 성패는 '혈관과의 싸움'에 달려 있다. 간 내부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수많은 혈관이 숨어 있어, 이를 잘못 건드리면 걷잡을 수 없는 출혈이 발생한다. 유 교수가 도입한 AI 기반 3D 내비게이션 기법은 이 위험을 획기적으로 낮췄다. 실제로 3D 모델을 활용한 수술은 기존 방식보다 출혈량이 적고 수술 시간이 단축된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르고 있다.

수술실을 나온 유 교수는 주머니에서 휴대전화를 꺼내 들었다. 화면을 몇 번 터치하자 방금 수술실에서 봤던 간 모델이 그대로 나타났다. 인터넷만 연결돼 있다면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 어디서든 환자의 상태를 입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유 교수는 동료들과 함께 2024년 10월 '리버라이즈'라는 스타트업을 설립하고 본격적인 사업화에 나섰다. 단순히 삼성서울병원만의 전유물로 두지 않고, 전국 병원에 이 플랫폼을 보급하겠다는 포부다. 현재 병원 30여 곳에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다.

유 교수가 이 플랫폼을 개발하기로 마음먹은 데는 현실적인 고민이 있었다. 기존 3D 모델링 소프트웨어 시장은 일본 후지사의 '시냅스' 등이 독점하고 있었다. 유 교수는 "왜 우리 의사들이 비싼 돈을 주고 불편한 외국 프로그램을 써야 하나 싶었다"며 "누구나 손쉽게, 모바일로도 쓸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유 교수가 그리는 미래는 간에만 머물지 않는다. 혈관 구조가 복잡해 정밀한 수술 계획이 필요한 직장암, 췌장암, 위암 그리고 신장 이식 분야까지 AI 3D 모델링 활용을 확장할 계획이다.

그는 "AI는 단순히 의사의 일손을 돕는 도구를 넘어 외과의사의 눈이 닿지 않는 곳까지 투영하는 '디지털 투시경'으로써 의료 현장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고 강조했다.

의료 분야 AI 시장은 폭발적 성장이 예상된다. 시장조사업체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시장 규모는 366억7000만달러다. 2033년까지 연평균 38.9% 성장률을 보이며 5055억9000만달러까지 커질 전망이다.

[고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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