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란 공습 이유 묻자 “핵 무기 포기 의지 없어”···이란 “협상 테이블 폭격은 트럼프가 먼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이란 공습을 감행한 이유에 관해 “이란이 핵무기를 포기하겠다는 의지가 없었다”며 핵 협상에서의 이견을 명분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앞서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하지 않겠다는 뜻을 거듭 밝혔던 바 있어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에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란은 미국이 먼저 협상 테이블을 폭파했다고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NBC 인터뷰에서 공습을 감행한 이유에 관해 “매우 간단하다”며 “그들(이란)은 핵 연구를 중단할 의사가 없었고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겠다고 말할 의사가 없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공격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힌 것은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핵 협상을 재개한 후 이란 공격을 중단할 뜻이 있냐’는 질문에 “모르겠다”며 “만약 그들이 우리를 만족시킬 수 있다면 고려하겠지만 아직 그들은 만족시키지 못했다”고 답했다. 그는 “(이란 관리들과) 대화 중”이라면서도 접촉 중인 이란 관리들의 이름이나 회담의 주제에 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과 달리 이란은 민간용 우라늄 농축은 지속하되 핵무기 개발은 포기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왔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교장관은 스위스 제네바에서 미국과 회담하기 전인 지난달 24일 성명을 통해 “이란은 어떤 상황에서도 핵무기를 개발하지 않을 것이며 국민을 위한 평화적 핵기술의 혜택을 누릴 권리를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도 지난달 26일 핵 협상을 앞두고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가 대량살상무기를 금지했다며 이는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하지 않을 것을 분명히 의미한다”고 말한 바 있다.
아라그치 장관은 이날 엑스에 “합의가 눈앞에 다가왔고 우리는 다음 회담에서 합의에 도달할 것이라는 공감대를 가지고 제네바를 떠났다”며 “협상 테이블을 폭격하라고 명령한 것은 또다시 트럼프 대통령이었다”고 썼다.
미국이 사실상 핵 협상 등 외교적 수단을 통한 문제 해결에는 큰 관심이 없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2015년 체결된 이란 핵 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를 추진했던 미 행정부 전직 관리들은 “지난 2년간 이스라엘과 미국의 공습으로 이란의 협상력이 약화한 점을 고려했을 때 트럼프 대통령이 진정으로 원했다면 훨씬 더 나은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었을 것”이라고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미 집권 공화당 내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에 관한 반박이 나왔다.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은 이날 CBS 인터뷰에서 지난해 6월 미국의 이란 핵 시설 공습을 언급하며 “우리가 그들(이란)의 시설을 폭격한 이후 핵무기 재건에 얼마나 진전이 있었는지에 대한 최신 정보는 없다”며 “그들의 핵무기 획득이 임박했다는 징후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상원 군사위원회 소속 리처드 블루먼솔 의원(민주)도 “이란은 미국에 도달할 수 있는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지 않으며 앞으로 수년간 보유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 국방부도 이날 미 의회 보좌진을 대상으로 한 비공개 브리핑에서 이스라엘이 선제공격하지 않는 한 이란은 중동 내 미군기지를 타격할 계획이 없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고 CNN이 보도했다.
미·이란의 핵 협상을 중재했던 바드르 알부사이디 오만 외교장관은 이날 엑스에 “외교의 문은 여전히 열려 있다”며 “제네바 회담은 이란과 미국 간의 전례 없는 합의에 진정성 있는 진전을 이루었다”고 썼다. 이어 “회담이 하루빨리 재개될수록 모든 이에게 더 나은 일”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란은 당분간 핵 협상에 나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이날 알리 라리자니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 사무총장이 핵 협상 재개를 위해 오만의 관리와 접촉했다고 보도했으나, 라리자니 사무총장은 2일 엑스를 통해 “우리는 미국과 협상하지 않을 것”이라고 즉각 반박했다.
https://www.khan.co.kr/article/202603021212001#ENT
배시은 기자 sieunb@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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