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스스로 사망 선고 내리다
절윤 이어 부정선거론 편승 논란
한 전 대표 ‘보수 재건’ 세 불리기 본격

한 마디로 대한민국 정치에 더 이상은 '야당은 없다'.
국민의힘이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스스로 자멸의 길을 넘어 '자진 해산'의 길을 걷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사법개혁 3법 강행 처리에 맞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인 의사진행 방해)로 맞섰지만 대구·경북(TK) 행정통합 추진을 놓고 자중지란을 벌이며 필버 중단을 선언하는 등 우왕좌왕하며 무기력한 야당을 노출했다.
여기에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와 국민의힘 당원인 전한길씨 등의 부정선거 논쟁에서 명확한 입장을 유보한 채 선거감시 태스크포스(TF)를 설치하기로 해 사실상 부정선거 음모론에 합류하는 모양새까지 연출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 거부와 한동훈 전 대표와 그 계파 숙청으로 중도층은 물론 보수의 심장부인 대구에서조차 '무력한 국민의힘 응징 투표'를 벼르는 상황을 자초하고 있다.
2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 내부는 TK 통합 특별법 처리를 촉구해야 한다며 여당과 책임 공방을 벌이고 있다. 민주당은 통일된 입장이 없는 국민의힘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실제로 국민의힘은 TK통합법을 놓고 우왕좌왕하며 민주당의 공세에 빌미를 제공했다. 대전·충남 통합법의 경우 국민의힘이 먼저 발의해놓고도 이런저런 이유로 반대 입장으로 선회하면서 스스로 궁지에 몰리는 상황을 자초하고 있다. 이 와중에 지난 1일 여당 주도로 전남·광주 통합 특별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으면서 국민의힘을 향한 지역 민심은 더 험해지면서 지방선거가 물건너갔다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은 집안싸움도 심화되고 있다. 한 전 대표를 제명시킨 이후에 비당권파인 친한(한동훈)계 반발 속 김종혁 전 최고위원 제명과 배현진 의원 징계 건으로 2차 내전으로 번졌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7일 당에서 제명된 후 첫 공개 행보로 '보수의 심장'인 대구를 찾아 세몰이에 나섰다. 장 대표가 방문했던 서문시장은 인파 규모에서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장 대표 방문 당시 싸늘했던 서문시장은 한 전 대표 방문 때는 뜨거웠다. 현장에는 친한계인 배현진·김예지·박정훈·안상훈·우재준·정성국·진종오 의원과 김종혁 전 최고위원 등이 총출동했다. 최근 국민의힘은 TK 지역에서조차 여론이 악화되면서 '야당 역할 제대로 못하는 국민의힘을 혼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하고 있다.
대구에서 한 전 대표는 "보수를 재건하기 위해 계엄을 옹호하고 탄핵을 반대하고 부정선거론을 옹호하는 윤석열 노선을 끊어내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그는 자신의 출마설과 관련해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나서보겠다"고 밝혔다.
장 대표는 수많은 논란에 휩싸인 와중에 부정선거 음모론과도 엮이며 당을 벼랑으로 내몰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달 27일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와 전한길씨의 부정선거를 주제로 한 토론 후 당 차원에서 TF를 만들어 지방선거 감시를 위한 시스템을 마련하겠다고 나섰다. 장 대표의 입장은 부정선거 음모론과 선을 긋는 대신 옹호하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는 평가다.
장 대표는 토론 당일 페이스북에 "이번 토론을 통해 선거 시스템의 재설계가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국민의힘 차원에서 TF를 구성해 선거 시스템 개편을 논의하겠다. 철저한 선거 감시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전 씨도 해당 게시글에 호응하며 "우리는 이런 장 대표를 기다렸다. 고맙다"라고 말했다. 이에 민주당은 "윤 어게인도 모자라 부정선거론 늪에 빠지려는 것인가"라며 "선거 시스템 개편이라는 명목하에 사실상 부정선거 음모론에 동조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개혁신당도 "문제는 음모론자들이 아니다. 진짜 문제는 장 대표"라며 "윤석열 수호에 이어 부정선거 망상까지 감싸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내에서는 부정선거론에 선을 긋고 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한 매체에 출연해 "부정 선거라고 얘기하긴 어렵지만 소쿠리 투표로 대변되는 선거 관리 문제는 상당히 심각하다"면서도 "부정 선거에 대해선 철저하게 선을 그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문제 등 갖가지 현안에서 당 대표와 원내대표 간 메시지가 엇갈리는 가운데 장 대표의 메시지가 국민의힘 메시지로 전달되면서 당은 사실상 지방선거 참패를 기정사실화하고, 이후 당권을 노린 투쟁에 돌입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사실상 집권 여당을 견제할 수 있는 야당은 더 이상 없다는 자조 섞인 평가가 나온다. 나아가 지방선거 이후 국민의힘이 존립하기도 힘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임성원 기자 son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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