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석의 그라운드] 17세 차이 황정미-김진웅 태극마크, 9월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흔들리는 한국 정구 희망
- 일본 기세가 막강한 아이치-나고야 정구 코트에서 금메달 행진 “내가 책임”
- 정인선 회장, 전력 약화 우려 대표팀에 당근과 채찍 제시. “노골드면 사퇴” 배수진
- 대표팀 코칭스태프 전력 분석 강화 위한 협력 절실

19세 황정미(NH농협은행)가 극적으로 정구 태극마크를 달고 9월 일본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 출전하게 됐습니다. 황정미는 2일 전남 순천 팔마 실내 정구장에서 열린 2026 국가대표 선발전 여자 단식에서 패자전으로 밀렸으나 최종 결승 2경기를 모두 이겼습니다.
이로써 황정미는 이번 선발전 여자 단식 1위 확정을 지으며 꿈에 그리던 대표팀에 선발되는 기쁨을 누렸습니다.
정상 가는 길은 절대 쉽지 않았습니다. 황정미는 전날 8강 토너먼트에서 정상희(전남도청)에 3-4로 패해 패자전으로 밀려났습니다. 대회 규정에 따라 패자 결승을 통해 올라오면 최종 결승에서 두 번을 이겨야 1위를 차지하게 됩니다. 황정미는 최종 결승에서 이수진(옥천군청)을 4-2, 4-2로 연파하면서 최후의 승자가 됐습니다. 이수진도 2위로 아시안게임 출전을 결정지었습니다.
황정미는 "동계 훈련 때 유영동 감독 선생님이 잘 알려주시고 열심히 한 만큼 좋은 결과가 나와서 너무 기쁘다"라며 "처음 나가는 아시안게임에 대비해 변칙적인 공격을 세밀하게 처리하는 연습이 필요할 것 같다"라고 말했습니다.

왼손잡이 황정미는 2024년 중국 징산에서 열린 제4회 세계주니어정구선수권대회 18세 이하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유망주입니다. 강력한 포핸드 스트로크가 강점입니다. 지난해 경북 상주시 우석여고를 졸업한 뒤 정구 명문 NH농협은행(은행장 강태영)에 입단한 뒤 소속팀 간판스타로 은퇴한 문혜경과 이민선의 뒤를 이를 재목으로 손꼽혔습니다. 지난해 단일대회로 최고 권위를 지닌 제103회 동아일보 전국 정구대회에서 혼합복식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5개를 수집한 유영동 NH농협은행 감독은 "실업 2년 차 선수라 많이 걱정했다. 생각보다 대범하고 침착하게 게임을 운영하는 모습에 대견스러웠다"라면서 "동계 훈련하는 동안 힘들게 지도해 준 한재원 코치가 황정미 선수의 마인드 컨트롤도 잘 챙겨준 덕분이다"라고 말했습니다.
황정미는 이번 선발전 복식에도 팀 선배 임진아와 출전합니다. 임진아는 풍부한 경험을 지녀 황정미의 패기와 시너지 효과를 일으킬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남자 단식에서는 36세의 노장 김진웅이 1위에 올라 녹슬지 않은 기량을 과시했습니다. 김진웅 역시 패자전으로 떨어진 뒤 최종 결승에서 김우식(서울시청)을 두 차례 눌렀습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단식과 단체전에서 2관왕에 올랐던 김진웅은 자신의 정구 인생에서 마지막 불꽃을 태우게 됐습니다. 통증이 있는 왼쪽 무릎에 두툼하게 테이핑하고 출전한 김진웅은 이번 아시안게임이 열리는 하드코트에서도 출중한 기량을 펼치기에 후배들에게는 선수 겸 코치까지 할 수 있게 됐습니다. 김우식도 2위로 태극마크를 달았습니다.
한국 정구는 역대 아시안게임 정구에 걸린 46개 금메달 가운데 26개를 수집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아이치-나고야 게임에서는 금메달 행진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일본 대표팀이 세계 최강이라는 평가와 함께 최근 국제대회 우승을 휩쓸고 있는 데다 '안방'에서 대회를 치르게 되는 이점까지 누리게 됐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대만의 전력까지 급성장했습니다.
반면 한국 대표팀은 간판선수 은퇴 후 세대교체가 더디고 절박하게 훈련에 매달리는 열정도 예전 같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남자팀은 아시안게임 3관왕을 노리는 우에마츠 토시키를 앞세운 일본에 대한 공포심마저 생기면서 더욱 무기력해졌다는 비판도 듣고 있습니다. 김용국 남자대표팀 감독과 고복성 여자대표팀 감독의 한숨이 늘어가는 이유입니다.

정인선 대한정구협회(연세아이미스템의원 원장)은 이번 대표선발전 기간 선수들에게 각별한 정신 무장을 당부했습니다. 정인선 회장은 "협회 차원의 전력 분석팀을 구성해 대표팀을 지원하겠다. 선수들도 유튜브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일본 선수 경기를 자세히 살펴야 한다. 선발전 우수 선수가 원한다면 일본 선수 플레이를 직접 지켜볼 수 있도록 일본에 파견하겠다"라고 말했습니다. 여자대표팀 기량 증가를 위해 남고 선수들이 대표팀 합숙 훈련에 참여하는 방안과 촌외 훈련할 때 1인 1실 제공 등도 약속했습니다.
당근과 함께 채찍도 꺼내 들었습니다. 정 회장은 "진천선수촌은 체력 훈련이나 치료소가 아니다. 각자 소속팀에서 최상의 컨디션을 만들어 전술을 완성하는 곳이다. 훈련을 따라오지 못할 정도로 체력이 안 되거나 부상 선수는 바로 교체하겠다"라는 의지를 밝혔습니다.
한국은 정구가 아시안게임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1994년 히로시마 대회부터 매번 1개 이상의 금메달을 땄습니다. 정 회장은 "만약 올해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이 나오지 않으면 책임을 지고 물러날 생각까지 하고 있다"라며 비장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3일부터는 남녀 복식 선발전이 속개됩니다. 이번 대회 남녀 단식 1, 2위 선수와 남녀 복식 1, 2, 3위 조는 대표로 확정됩니다.
한국 정구는 이제 두 개의 세대가 한 팀을 이루며, 새로운 도약의 갈림길에 섰습니다. 17살 차이가 나는 10대 황정미는 젊은 돌풍을 다짐하고 있습니다. 30대 중반의 김진웅은 노련한 경험과 철저한 자기관리로 후배들을 이끌 것입니다. 정인선 회장의 절박한 당부처럼 협회-지도자-선수의 공조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게 됐습니다.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신명 나는 한국 정구를 기대해 봅니다.
김종석 채널에이 부국장(전 동아일보 스포츠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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