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대구시장 선거] (8·끝) 이진숙 “실험은 끝났다…TK 완전히 다른 리더십 필요”

6.3 지방선거 대구시장 출마를 선언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은 "실험은 끝났다. 완전히 다른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전 위원장은 대구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대구와 경북은 그동안 장관·차관·다선 정치인 출신 단체장들을 충분히 경험했지만 전국 지역내총생산(GRDP) 최하위"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출마 의미를 '변화'로 규정하며 "이제는 다른 선택을 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전남·광주 행정통합 특별법이 국회 본회를 통과한 반면, 대구·경북(TK) 행정통합 특별법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인 데 대해서는 지역 정치권을 향해 책임론을 제기했다. 그는 "상대가 계략을 썼다면 거기에 대응하지 못한 쪽도 책임이 있다"며 "TK 의원이 25명인데 법안 세부를 충분히 검토하고 상대 전략을 분석했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중요한 건 빠지고,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입장이 오락가락했다. 그 결과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로부터 '싹싹 빌라'는 식의 말까지 나오는 상황이 됐다"며 "TK 시도민에 대한 모욕"이라고 비판했다.
행정통합이 다시 추진될 경우 우선 과제로는 행정 구조 설계를 꼽았다. 그는 "행정 통합의 골격이 제대로 세워져야 경제·산업 통합도 방향을 잡을 수 있다"며 "대구의 AI·로봇 역량과 경북의 철강·소재·에너지 산업 기반을 결합해 미래형 제조 생태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밝혔다.
TK 신공항 해법으로는 시민·도민 펀드 조성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국채보상운동의 정신을 살려 시민 참여 방식으로라도 첫 단추를 끼워야 한다"고 말했다. 차기 시장 임기가 이재명 정부와 겹치는 데 따른 우려에 대해서는 "여야가 다르면 불리하다는 건 정치 프레임"이라며 "당적보다 중요한 건 협상력과 추진력"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전남·광주 행정통합 특별법'은 국회를 통과했지만 TK 통합특별법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고 본다. 국회에서 '이간계'라는 말까지 나왔지 않나. 상대가 계략을 썼다면, 거기에 대응하지 못한 쪽도 책임이 있다. TK 입장에서 보면 거친 표현일 수 있지만, '뺏긴 쪽이 잘못'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상대가 속이려 할 때 거기에 대응해 우리가 얻을 것을 얻어냈어야 한다. 1년에 5조 원이 걸린 중대한 사안이다. 대구 의원 12명, 경북 의원 13명, 모두 25명이다. 그 많은 인원이 법안의 세부를 충분히 살피고 상대 전략을 분석했는지 묻고 싶다. 다 끝난 뒤 '속았다'고 하는 건 변명에 가깝다. 협상은 국가 간이든, 기업 간이든 상대를 먼저 연구하는 게 기본이다. 법안도 마찬가지다. TK, 대전·충청이 들러리였다는 말까지 나오는데, 그걸 막아내는 게 지역 정치인의 역할이다. 우리는 얻을 것을 얻어냈어야 했다. 다 끝난 뒤 '저쪽이 나빴다'고만 할 게 아니다. 시민과 도민은 결과로 평가한다.
-TK 행정통합에는 찬성인가, 반대인가.
▲단순히 예스, 노로 답할 문제는 아니다. 통합은 행정통합에 그치지 않고 경제·사회 통합으로 이어져야 한다. 시너지 효과 측면에선 필요하다. 다만 335개 특례 중 79개가 불수용됐는데, 정작 중요한 알맹이들이 그 안에 다 들어 있다. 예를 들어 광주·전남은 군 공항 이전을 국비로 의무화하는 특례를 담았다. 그런데 TK는 공항 이전 의무 특례도, 공항 주변 지원 조항도 빠졌다. 공공의료 강화 같은 핵심 요구도 반영되지 않았다.
논의 과정에서 이런 핵심 사안을 제대로 반영하도록 하는 게 국회의원의 의무다. 그런데 중요한 건 빠지고,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입장이 오락가락했다. 그 결과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로부터 '싹싹 빌라'는 식의 말까지 나오는 상황이 됐다. 이건 대구 시민과 경북 도민에 대한 모욕이라고 본다.
-TK 행정통합이 본격 추진될 경우, 어떤 분야를 가장 우선해야 하나.
▲통합은 행정·경제·산업 등 전 영역에서 함께 추진돼야 하지만, 구조적으로는 행정 분야 통합이 가장 먼저 이뤄져야 한다. 통합특별시의 틀이 제대로 갖춰져야 다른 분야 통합의 방향과 로드맵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행정통합은 단순히 조직을 합치는 문제가 아니라, TK 균형발전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정밀하게 직제를 개편하고 지원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이다. 이런 기반 위에서 경제·산업 통합이 속도를 낼 수 있다. 특히 대구의 AI·로봇 역량과 경북의 철강·소재·에너지 산업을 결합해 미래형 제조 생태계로 전환한다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청년이 떠나지 않는 자생적 산업 구조를 만드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TK행정통합이 현실화돼 매년 5조 원, 총 20조 원 규모의 재정 지원이 이뤄질 경우, 어떤 핵심 사업에 우선 투자하겠나.
▲재정 지원 규모와 방식은 중앙정부 상황을 지켜봐야겠지만, TK 현실을 감안하면 첫째는 경제·산업 분야에 대한 집중 투자다. 산업구조 개편과 청년 일자리 창출은 더 미룰 수 없는 과제다. 통합의 동력을 살리려면 미래형 산업 전환과 기업 유치, 일자리 확대에 재정을 우선 배분해야 한다.
둘째는 권역별 균형발전 사업이다. 통합의 궁극적 목표는 지역 간 격차 해소다. 경북도청 신도시 등 권역별 행정 거점을 육성하고, 경북 북부권과 동해안권에 활력을 불어넣을 특구 지정과 특례 지원을 추진해야 한다. 농·어촌 활력사업과 지역별 관광산업 육성에도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셋째는 인재 양성에 대한 과감한 투자다. 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 위기를 극복하려면 교육 환경 개선이 전제돼야 한다. 초·중·고교 교육 여건을 강화하고, 특성화고의 경쟁력을 높이는 한편 특성화대학을 산업 현장과 연계해 지원해야 한다. 대학과 지역이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투자해 인재·일자리·정주·산업 발전이 선순환하는 구조를 만들겠다.
-TK 신공항 해법은.
▲대구는 국채보상운동의 도시다. '우리 운명은 우리가 책임진다'는 정신을 되살려야 한다. 시민·도민 펀드를 조성해 신공항 사업을 시작하자는 것이다. 저부터 참여하겠다. 법적 검토를 거쳐 가능하다면 펀딩을 통해 우선 '첫 삽'을 뜨는 게 중요하다. 지금은 청사진만 있고 실제 착수가 지연되고 있다.
펀드 조성 이후에는 금융권 차입, 필요하다면 채권 발행 등 가용한 재원 조달 수단을 모두 검토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시작이다. 신공항이 완성되면 중남부권 허브 공항으로 도약해 물류 산업이 크게 성장하고, 공항을 중심으로 에너지·첨단 산업 기반도 조성될 수 있다. 신공항은 단순한 공항 이전이 아니라 TK 미래 산업 지도를 바꾸는 사업이다.
-취수원 이전 문제에 대한 해법은.
▲시민들의 먹는 물이 걸린 문제인 만큼 최선의 해법을 찾아야 한다. 그동안 구미 이전안, 안동댐 물 공급안 등 여러 대안이 논의됐지만 결론을 내지 못한 채 시간이 지체됐다고 본다. 이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중앙부처와 경북도 등과 협의를 강화해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 낙동강 물을 취수하는 데 대한 대구 시민의 우려와 낙동강 수질 관리에 대한 경북 도민의 관심은 본질적으로 같은 문제다. 갈등 구도로 볼 사안이 아니라 공동의 과제로 접근해야 한다. 경북도는 물론 낙동강 인접 지자체들과 긴밀히 협력해 실질적이고 지속 가능한 해결책을 마련하겠다.
-자신의 강점은 무엇인가.
▲저는 제 존재 자체가 변화라고 생각한다. 17개 광역지자체 가운데 지금까지 여성 광역단체장이 한 명도 없었다. 물론 개인의 역량 문제도 있었겠지만, 보이지 않는 편견 역시 작용했을 것이다. 이제는 단체장이든 기업 CEO든 성별로 구분하는 시대를 넘어야 한다.
저는 '실험은 끝났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민선 8기까지 장관·차관·다선 정치인 출신 단체장들을 충분히 경험했다. 개인적으로는 훌륭한 경력을 가진 분들이지만, 결과는 33년간 지역내총생산 최하위라는 성적표로 나타났다. 이제는 완전히 다른 인물이 필요하다. 대구시장은 퇴직 정치인에게 주는 기념 자리가 아니다. 3선, 4선, 6선을 했다고 해서 마지막으로 오는 자리가 아니라, 오직 성과로 평가받는 자리다.
-대구 경제가 어렵다. 향후 미래 먹거리 두 가지를 꼽는다면.
▲첫째는 에너지 기반의 첨단 산업 집적화다. 전 세계적으로 AI와 반도체 산업이 급성장하고 있지만, 이를 떠받치는 것은 결국 에너지다. 미래는 에너지의 시대라고 본다. 안정적이고 충분한 에너지 인프라를 갖춰야 기업을 유치할 수 있다. 대구를 '기업이 찾아오는 도시', '에너지가 넘치는 도시'로 만들겠다. 이를 토대로 AI, 데이터·로봇, 반도체, 바이오 등 첨단 산업을 집적화해 산업 경쟁력을 높이겠다. 둘째는 방위산업 육성이다. 대구의 기계·금속·소재 산업은 공군기지 등 방산 인프라와 결합할 때 시너지를 낼 수 있다. 후방 제조 기반과 전방의 수출·물류·서비스 산업을 연결해 방산 생태계를 완성하겠다. 이를 통해 지역 제조업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
-차기 시장 임기가 이재명 정부와 같은 4년이다. 야당 시장이 되면 지역 현안 해결이 어렵다고 보나.
▲그렇다면 제가 출마할 이유가 없지 않겠나. '여야가 다르면 발전이 어렵다'는 건 하나의 프레임이다. 대통령과 시장의 당적이 같다고 자동으로 발전하는 것도 아니고, 다르다고 막히는 것도 아니다. 중요한 건 협상력과 추진력이다. 시민과 도민에게 이익이 되는 일이라면 강하게 주장할 건 주장하고, 협상할 건 협상하겠다. 필요하다면 간청도 하겠다. 정당이 아니라 지역의 이익을 기준으로 움직이겠다.
이혜림 기자 lhl@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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