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전박대·불안한 치안·전쟁’ 눈앞으로 다가온 월드컵의 불안 요소들

6월 12일 개막하는 2026 북중미 월드컵이 100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기대감보다는 불안감만 짙어지고 있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역대 최대 규모(48개국)인 이번 대회의 흥행을 자신했지만 반응은 신통치 않다. 월드컵 흥행의 첫 관문인 입국 문제와 이민자 단속, 국제축구연맹(FIFA)의 티켓 폭리에 팬들이 들끓고 있다. 불안한 국내·외 정세까지 겹치면서 월드컵이 과연 정상적으로 치러질 것인지에 대한 의문만 나온다.
월드컵의 최대 불안 요소는 공동 개최국인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다. 그는 지난해 12월 16일 39개국을 대상으로 비자 발급을 금지하는 포고령을 발표했다. 월드컵 본선에 참가하는 국가에선 아이티와 이란 정도만 포함돼 큰 영향이 아닐 수 있지만, 월드컵이라는 빅 이벤트에 손님을 문전박대하는 조치라는 점에서 비판을 받았다.
적성국 대우를 받고 있는 이란은 월드컵 조 추첨 행사에 핵심 관계자가 비자를 발급받지 못해 참가를 포기하기도 했다. 나머지 국가들 역시 비자 발급에 필요한 인터뷰에 과도한 대기 시간이 필요해 월드컵 티켓을 사놓고 관람을 포기하는 사태가 우려되고 있다.
미국이 이민자를 대상으로 과잉 단속에 나서는 것도 문제다.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가 월드컵 기간 단속 작전을 중단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최근 밝힌 터라 이민자 출신의 관중이 경기장에서 직접 응원하기 어렵다.
또 다른 공동 개최국 멕시코의 불안한 치안 역시 월드컵 흥행의 발목을 잡고 있다. 멕시코 정부가 최근 마약 밀매 조직인 할리스코 신세대 카르텔(CJNG) 두목인 네메시오 오세게라를 군사 작전으로 제거한 뒤 극심한 혼란이 빚어졌다. 폭력 조직원들이 도로를 봉쇄하고 차량과 상점을 불태우는 등 소요 사태를 일으키면서 군인과 조직원, 시민 등 70여명이 사망했다.
할리스코주는 이번 월드컵 4경기가 열리는 곳이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도 할리스코주의 주도인 과달라하라에서 조별리그 1~2차전을 치른다. 대표팀 선수들이 대회 기간 머물며 훈련하는 베이스캠프도 과달라하라에 있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멕시코에서 월드컵이 큰 축제로 치러질 것”이라며 안전을 강조했지만 불안한 치안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세계수영연맹은 5일 멕시코 사포판에서 개최하려던 다이빙 월드컵을 취소했을 정도다.
월드컵에 참가하는 본선 진출국이 바뀔지 모르는 부분도 불안 요소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에 이은 이란의 반격으로 중동 전역에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됐다. 이란은 아예 월드컵 불참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메흐디 타지 이란축구협회장은 “미국 정권이 조국을 공격한 상황에서 이번 월드컵에 참가하는 것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밝혔다. 이란은 본선에서 벨기에와 뉴질랜드, 이집트와 함께 조별리그 G조에 편성됐다. 이란이 월드컵 참가를 포기한다면 이미 결정된 조 추첨이 모두 꼬일 수 있는 최악의 사태가 된다. 이란이 정말 월드컵을 포기한다면 본선 티켓을 손에 넣고도 기권한 10번째 나라가 된다.
FIFA도 이번 사태에 안절부절이다. 마티아스 그라프스트룀 FIFA 사무총장은 국제축구평의회(IFAB) 연례 총회에 참석한 자리에서 “이란과 관련된 소식을 접했다”며 “관련 회의를 열었지만 세부 사항을 언급하기에는 이르다. 전 세계 모든 이슈를 주시하겠다”고 밝혔다. 일부 외신에선 FIFA가 이번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개최지를 바꿀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친분을 감안할 때 실제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 역대 월드컵에서 개최지가 바뀐 사례는 1986년 대회를 콜롬비아가 경제난으로 반납해 멕시코에서 개최한 것이 유일했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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