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륙의 홍콩·훠궈의 고향…충칭의 색다른 매력[함영훈의 멋·맛·쉼]

함영훈 2026. 3. 2.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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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엔 ‘아재중경’, 노란택시 행렬 ‘눈길’
경사 두 번 겹친 곳…장강·자링강 합류
홍야동 야경·충칭 임정 독립투사 발자취
‘내륙의 홍콩’이라 불리는 충칭 홍야동 일대 야경
장강 물줄기 중간 지점 삼협댐(샨샤댐)[신화통신]
충칭임시정부 청사 김구선생과 함께 인증샷

[헤럴드경제(충칭)=함영훈 기자] 한국 태생 판다 푸바오가 살고 있는 청두(成都, 성도) 옆의 거대도시 충칭(重慶, 중경)이 우리와 부쩍 가까워졌다. 3200만명의 거대 인구로 세계 톱3 내에 포함되는 충칭은 한국 MZ(밀레니얼+Z)세대들이 좋아하는 마라, 훠궈의 중심지이고, 곳간이 풍요로워서인지 사람들의 인심도 좋다.

중국국가여유국, 중국 충칭시 문화관광청, 충칭시 문화관광위원회, 완저우구 문화관광발전위원회, 주한 중국문화원은 지난해 말 서울에서 ‘웅장한 산수, 새로운 감성의 도시 충칭’이라는 주제의 관광설명회를 열었다. 장강삼협의 수려한 자연, 다양한 뮤지엄과 홍야동 등 문화예술도시로 변모해 가는 도심, 맛과 인정이 넘치는 미식 문화 등을 소개했다.

충칭국제공항 입국장의 환영글씨 ‘아재중경’
충칭의 상징 중 하나인 노란택시 행렬

설명회가 끝나고 몇 주 후 충칭국제공항에 도착하니, ‘아재중경(我在重慶)’이라는 문구가 반긴다. 사실 중국어로 “나 충칭에 왔어요”라는 뜻인데, 한국인 남성 여행객들은 “아재들의 도시네”라며 ‘아재개그’를 하면서 박장대소한다.

공항 밖으로 나오면 노란택시들이 줄지어 서 있어 충칭에 왔음을 실감한다. 노란택시는 충칭의 대표적 상징 중 하나이다.

경사가 두 번 겹친 곳…산·강·음식 모두 “굿”

충칭은 동쪽으론 장강 수량을 통제하는 산샤댐의 이창, 서쪽엔 푸바오가 사는 사천성 청두, 북쪽엔 진시왕 이야기가 넘치는 시안(西安, 서안), 남쪽엔 고구려·백제 유민 후손들이 많이 사는 귀주성과 연결되는 사통팔달의 요충지이다.

장강이 작은 하천들을 모아 세력을 확장해 상하이 쪽으로 나아가는 출발점이기도 하다. ‘야경의 도시’, ‘온천의 도시’로도 불린다.

충칭은 고려-조선-대한제국 다음으로 이어지는 대한민국 정부의 헌법상 국통(國統), 임시정부의 마지막 청사가 있던 곳이어서 더욱 정감이 간다. 충칭임정은 해방을 맞은 뒤 뒷수습까지 마무리했다.

충칭은 마라·훠궈 요리의 본고장이다.
건물 속을 관통하는 충칭 기차

요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대형 건물 사이를 관통하는 기차 노선이나 수십개 차선이 양궁의 과녁처럼 원형을 그린 세계 최대 인터체인지 등이 회자했는데, 이 역시 충칭의 현대적 명물이다.

충칭(重慶)은 뜻은 경사가 두 번 겹쳤다는 의미다. 12세기 ‘공주’라는 지방정부 수장에 오른 지 얼마 안 된 조돈이 송나라 광종으로 등극하는 겹경사를 맞았고, 이를 기념해 공주 지역을 개칭하고 광역단체급 지위를 부여한 데서 유래했다.

아름다운 경치가 두 번 겹친 곳이라는 해석도 있다. 한자표기는 다르지만, 장강삽협으로 대표되는 산과 물이 모두 절경을 빚어낸다는 뜻이다.

맑은 장강과 탁한 자링강이 합류한 곳이라는 점, 육상과 수상 교통의 모든 것이 모이는 풍요로운 땅이라는 점 등도 ‘경사로운 것들이 중첩된 곳’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물류 중심지로 물산이 풍족해 ‘천부지국(天府之國)’이라는 별칭도 얻었다.

리버크루즈로 돌아보는 풍도귀성·백제성

장강삼협 크루즈의 출발지인 조천문(朝天門) 왼쪽으로는 굽이굽이 1119㎞를 흘러온 자링강이 이곳에서 장강에 흘러 들어온다. 장강의 총길이는 6300㎞. 세계에서 세 번째로 길다. 조천문 공원 끝에 서면 서로 다른 두 강의 물색이 분명하게 차이가 난다는 것을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조천문 언덕에서 본 두개의 강 합수지점

훠궈 요리의 본고장인 충칭은 이 두 강물이 합쳐지는 풍경을 보고 붉은 탕과 흰색 탕이 반씩 담겨 나오는 탕 냄비를 착안했다고 한다. 우리로 치면 짬짜면(짬뽕+짜장면)과 같은 것이다.

이곳에서 장강삼협 하수 코스를 여행하는 크루즈가 출발한다. ‘Y’ 모양의 강 합류 지역은 시민공원으로, 여행자와 주민들이 도심 빌딩 숲 마천루의 위용을 마주하며 휴식을 취한다.

장강은 중국의 중앙부를 서에서 동으로 흐르는 중국의 대동맥이다. 조천문 부두에서 리버크루즈를 타면 강변 좌우에 우뚝 솟은 산들 사이로 동양식 전각들이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들어서 있다. 크루즈를 향해 손을 흔드는 육로 여행자들의 모습도 보인다.

출항 후 처음으로 내리는 곳은 시인 이태백이 저승과 절경, 대조적인 시어로 시를 읊었던 ‘풍도귀성’이다. 아름다운 절경 속에 서슬 퍼런 저승 분위기를 조성한 점이 이채롭다. 다음 기항지 석보채는 못을 사용하지 않고 지은 12층 목탑으로 유명한 아름다운 누각이다.

장강삼협 풍경

이어 만나는 백제성은 이름 자체가 친근하다. 민족사학자들이 충칭 이남 지역을 백제가 다스린 적이 있다고 주장해서인지 한 번 더 눈길이 간다. 삼국지에 나오는 유비가 숨을 거둔 곳이라고는 하지만, 소설 삼국지의 내용이 정사와 워낙 동떨어져 있다 보니 ‘그냥 그렇게 전해 내려오나보다’고 넘기면 된다.

이어 선녀계, 구당협, 산샤댐 등이 등장하며 눈길을 사로잡는다. 산샤댐은 듣던 대로 웅장한 규모를 자랑하지만, 한편으론 안전에 조금이라도 문제가 생기면 이창에서 상하이까지 위험해져 중국 정부가 노심초사하며 관리하는 인프라이다.

충칭 임정서 보는 독립운동 사료

다시 시내로 돌아와 충칭 임시정부를 찾는다. 조천문 선착장에서 걸어서 15분, 택시를 타면 5분이면 닿는다. 1919년 4월 중국 상하이에 처음 수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1932년 4월 윤봉길 의사의 의거로 일본군의 압박이 심해지자 항저우, 자싱, 전장, 창사, 광저우, 류저우 등을 전전하다 1940년 이곳에 뿌리를 내렸다.

시 당국은 우리 임시 정부청사의 복원과 수리에 진심으로 협조했다. 1995년 8월 복원한 이 청사는 1층 내무부 집무실, 2층 재무부 집무실, 3층은 김구 주석 판공실과 국무위원 회의실 등으로 말끔하게 복원해 놓았다.

김구 주석의 흉상이 있는 판공실에는 중국 당국이 태극기 소품을 비치해, 여행자가 손에 우리 국기를 들고 김구 선생과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배려했다.

임시정부가 충칭에 머문 6년은 독립운동 기간 중 가장 중요하고 활발했던 시기로 평가받는다. 그래서 이곳엔 귀중한 사료가 많다.

충칭임시정부에 전시된 ‘1942년 독립운동 좌우통합을 실현한 34차 임시의정원’ 사진

‘우리촌’이라 이름 붙인 직원 및 교민 마을의 자녀 교육, 여성 독립운동가 모임인 ‘한국혁명여성동맹’ 결성, 독립운동 좌우통합을 실현한 34차 임시의정원의 단합된 모습, 윤봉길 의사가 거사에 쓸 폭탄을 제작해 준 중국인 향차도의 스토리도 이곳에 전시돼 있다.

뿐만 아니라 다방면의 외교 활동, 조직적 군사훈련 및 작전 플랜 수립, 나아가 자력으로 일제를 축출할 귀국 공격 계획까지 있었음을 보여주는 족적이 사진과 자료로 확인할 수 있다.

요즘 이곳은 ‘한국서예와 종이예술 융합전’ 등 한국문화 전시 및 문화예술 이벤트가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홍야동의 화려한 밤..신비의 지질도

조천문 동편 언덕 홍야동은 강 건너 마천루 빌딩과 어울려 중국 내륙 최고의 야경을 빚어낸다. ‘내륙의 홍콩’이라는 말이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이 중 ‘충칭 밤의 꽃’으로 불리는 홍야동은 절벽에 있던 군사 요새를 개조해 동양식 전각으로 층층이 조성한 복합문화예술쇼핑 단지이다.

한민족과의 연결성이 있는 토가족 방계 부족인 바족의 전통가옥을 11단 계단식으로 경사진 언덕마을에 세웠다. 홍야동은 충칭 미식을 즐기면서 쇼핑도 하고 강변 정취도 즐기는 곳이다. 바로 옆 조천문 뒷편 래플스 시티, 충칭대극장, 조천문대교, 천시문대교와 지척의 거리여서 야경도 즐기면서 다양한 야간관광 체험을 한다.

래플스 시티 고급 라운지
우룽 카르스트

충칭 관광 당국은 이밖에 가볼 만한 곳으로 ▷명·청 시대 때 도자기 굽던 충칭의 옛 마을 츠치커우 ▷신비한 지질 우룽 카르스트 ▷최대 번화가 해방비 광장 ▷자연에 관한 17만점의 전시물을 보유한 삼협 박물관 ▷한국의 석굴암 같은 구조로 마애불을 포함해 5000여개 불상을 모신 대족석각 ▷판다, 황금원숭이 등 1200종이 사는 충칭동물원 등을 추천했다.

충칭 관광 당국 관계자는 “산과 강이 만들어내는 드라마틱한 풍경과 따뜻한 시민 정서가 공존하는 충칭은 한국 여행객에게 새로운 감동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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