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 주춤, 한국 시장 급반등…주도권 이동의 신호인가 [김학균의 시장읽기]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2026. 3. 2.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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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 8.6% 오를 때 코스피 87.9% 급등
장기 강세 뒤 찾아오는 순환…글로벌 자금 흐름 재편 조짐 

(시사저널=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최근 들어 미국 증시가 급락하더라도 한국 증시는 별다른 타격을 받지 않거나 오히려 오르는 '디커플링'(탈동조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 증시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불확실성과 남미·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긴장감으로 인한 충격을 고스란히 받고 있지만, 한국 증시는 글로벌 자금이 유입되고 기업 가치 제고에 대한 기대감을 바탕으로 독자적인 상승세를 이어가면서다. 미국 증시에 투자한 이른바 '서학개미'를 중심으로 국내로 돌아와야 하는가에 대한 문의도 빗발치고 있다.

최근 흐름을 보면, 미국 증시의 독주 체제에 금이 가면서 글로벌 자본 흐름의 새로운 순환기가 도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미국 증시의 밸류에이션 부담이 역사적 고점에 달한 반면,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주요국 증시는 가파른 반등세를 보이며 수익률 역전 현상이 뚜렷해지는 추세다. 이는 금융시장의 오랜 법칙인 평균회귀에 따른 것으로, 대략 10년 주기로 반복돼온 글로벌 증시 주도권이 다시 신흥국으로 이동하는 초기 국면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ChatGPT 생성이미지

끝나가고 있는 미국 증시의 독주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지난 17년여의 시간은 '미국 증시 독주의 시대'에 다름 아니었다. 금융위기의 상처가 아물기 시작했던 2009년 3월 이후 미국 증시를 대표하는 S&P500지수는 931%나 상승했다. 미국 증시 130년 역사상 가장 강력한 상승세였다. 역대 2위 기록은 496% 상승한 '광란의 1920년대'에 기록됐고, 역대 3위는 '닷컴 버블'이 있었던 1990년대의 416% 상승이었다. 연방준비제도의 공격적인 금융 완화 정책, 미국 빅테크 기업들에 의해 주도되고 있는 AI 전환 등이 최근 십수 년간 이어지고 있는 미국 증시의 강세를 설명할 수 있는 요인들이다.

유동성은 수익률에 후행해 움직인다. 미국 주식이 압도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면서 미국은 글로벌 자금을 흡수하는 블랙홀이 돼버렸다. 2020년부터 본격화하고 있는 한국 서학개미들의 미국 주식 매수 열풍은 이런 흐름을 대표하고 있다.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편식은 여전히 진행되고 있는 현상이지만, 변화의 조짐도 감지된다. 미국 증시의 상승률이 다른 국가들에 비해 현저히 낮아지고 있다. 다우지수 5만 포인트, S&P500지수 7000포인트라는 새로운 라운드 넘버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을 정도로 미국 증시도 상승 추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다른 국가들에 비해 성과는 크게 뒤처지고 있다. 대체로 작년 8월 이후 미국 증시의 독주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2025년 8월 이후 S&P500지수는 8.6%(이하 등락률은 2025년 8월1일~2026년 2월24일) 상승했다. 절대 수치로는 결코 낮지 않은 상승률이지만, 같은 기간 동안 한국 KOSPI 87.9%, 대만 가권 47.4%, 일본 닛케이225 36.3% 등 동북아 주요국 증시의 상승률을 크게 하회하는 성과다. 동아시아 국가들뿐만 아니라 영국 16.9%, 이탈리아 13.8%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미국 증시 내에서도 수익률 분화가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미국 증시의 강세를 주도했던 빅테크 중심의 나스닥지수(8.1%)보다 전통산업에 속한 종목들이 다수 포진된 다우지수(11.4%)의 성과가 더 좋다. 또한 미국을 대표하는 대기업들로 이뤄진 S&P500지수(8.6%)보다 중소형주로 이뤄진 러셀2000지수(19.8%)의 성과가 훨씬 더 높다.

'수익률의 평균회귀'(mean reversion)는 금융시장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오래된 법칙이다. 그러나 강세장이 길어질수록 이 단순한 원리는 쉽게 잊힌다. 많이 오른 자산은 언젠가 숨을 고르고, 오랫동안 소외됐던 자산은 예상 밖의 반등을 보인다. 이를 단순한 기술적 분석상의 자율반락이나 자율반등으로 이해해서는 곤란하다. 평균회귀는 시장의 과도한 낙관과 비관, 즉 '비효율'이 누적된 뒤 다시 균형을 찾아가는 정상화 과정에 가깝다. 좋아 보이는 자산에는 자금이 과도하게 쏠리며 밸류에이션이 높아지고, 문제가 많아 보이는 자산은 대중의 외면 속에 저평가된 권역에서 거래되곤 한다. 그러나 달도 차면 기우는 것처럼 과하게 오른 자산은 가라앉고, 저평가된 자산은 떠오른다.

최근 미국 증시는 다시 역사적 고점 부근에 올라서며 밸류에이션 부담을 키우고 있다. 2월24일 종가 기준 S&P500지수의 12개월 선행 PER은 24.7배에 달한다. 1985년 이후 PER 20배 이상 구간에서 투자했을 경우의 장기 성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투자 1년 후 평균 수익률은 연 0.3%에 그쳤고, 3년 후 연율 -0.9%, 5년 후에는 연평균 -1.2%를 기록했다. 높은 가격에서의 투자는 시간이 우군이 되지 못했다는 뜻이다. 반면 현재 KOSPI의 12개월 예상 PER은 10.5배 수준이다. 구조적 한계를 감안하더라도, 밸류에이션만 놓고 보면 상대적으로 부담이 크지 않은 영역에 위치해 있다.

'10년 주기'로 나타난 수익률 역전 현상

장기적으로 불패의 자산은 존재하지 않는다. 미국 증시 역시 긴 침체를 겪은 시기가 있었다. 2차 세계대전 직후 나타났던 1950~60년대의 강세장이 끝난 후 1969년부터 1982년까지 S&P500지수는 연평균 -0.4%의 장기 박스권에 머물렀다. 또한 닷컴 버블 직후에도 장기 성과 부진의 시기가 있었다. 2000년부터 2011년까지도 연평균 -2.8%의 횡보 국면을 벗어나지 못했다. 두 시기 모두 미국의 재정적자 확대와 이에 따른 달러 약세가 맞물려 있었다는 점은 향후의 장세 대처에도 시사점을 준다. 장기 강세 뒤에는 늘 조정의 시간이 존재했다.

한국과 미국 증시의 수익률 역전은 낯선 현상이 아니다. 대략 10년 단위로 주도권은 교차해 왔다. 1980년대는 한국 증시의 시대였다. 미국도 1970년대 침체를 딛고 연평균 12.6% 상승했지만, 당시 글로벌 경제 성장의 중심은 동아시아였다. 일본과 '아시아의 네 마리 용'으로 불리던 한국·대만·싱가포르·홍콩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는데, 당시 KOSPI의 연평균 상승률은 24.7%에 달했다.

1990년대는 미국의 독무대였다. 냉전의 종식과 IT 혁명은 미국 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다. 반면 일본은 자산 버블 붕괴 이후 장기 침체에 빠졌고, 한국은 외환위기를 겪으며 고성장의 궤적이 꺾였다. 1990년대 S&P500지수는 연평균 15.3% 상승한 반면, KOSPI는 1.2%에 머물렀다.

2000년대는 중국을 축으로 한 신흥국의 부상기였다. 한국 역시 중국 고성장의 최대 수혜국으로 자리매김했다. 미국은 주택 버블 붕괴와 금융위기를 겪으며 고전했다. 이 시기 KOSPI의 연평균 상승률은 5.1%였고, S&P500지수는 -2.7%를 기록했다. 그러나 2010년대 이후 다시 미국이 전면에 섰다. 실리콘밸리의 빅테크 기업들이 혁신을 주도했고, 자본은 다시 미국으로 집중됐다. 2009년 이후 2024년까지 S&P500지수는 연평균 11.7% 상승했지만, KOSPI는 2.7% 상승에 그쳤다.

긴 흐름으로 보면, 시장의 주도권은 영구히 한 나라에 머물지 않았다. 독주의 시대는 있었지만, 영속적인 적은 없었다. 지금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변화 역시 새로운 순환의 초기 국면일 가능성이 높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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