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이란 충돌, 월드컵 흔드나…개막 100일 앞둔 북중미 월드컵 변수 속출

김세훈 기자 2026. 3. 2.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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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오른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이집트 샤름엘셰이크에서 열린 가자 평화정상회의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026 북중미 월드컵 개막을 100여 일 앞두고 미국과 이란 간 무력 충돌이 발생하면서 대회 운영과 참가 여부를 둘러싼 정치적 불확실성이 급격히 커지고 있다.

미국은 지난 1일(현지시간) 이스라엘과의 공동 작전으로 이란을 공격했고, 이에 따른 중동 지역의 보복 공습이 이어졌다. 이란 남자 축구대표팀은 이번 대회 본선에 진출해 조별리그에서 뉴질랜드, 벨기에(이상 로스앤젤레스), 이집트(시애틀)와 경기를 치를 예정이다. 이란은 4회 연속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게 됐지만, 최근 사태로 참가 여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BBC가 2일 전했다.

이란축구협회장 메흐디 타지는 자국 방송 인터뷰에서 “미국의 공격 이후 상황을 고려할 때 월드컵을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참가 불확실성을 시사했다. 다만 그는 최종 결정은 체육 당국의 몫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사망 이후 정치적 권력 구도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누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는 원론적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마티아스 그라프스트룀 FIFA 사무총장은 “모든 팀이 참가하는 안전한 월드컵 개최가 목표”라고 밝혔다. FIFA 내부에서는 현재로선 이란이 대회에 참가할 것으로 예상하는 분위기인 것으로 전해졌다.

만약 이란이 자진 불참할 경우 아시아축구연맹(AFC) 소속 다른 국가가 대체 출전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대륙간 플레이오프를 앞둔 이라크, 또는 본선 진출에 실패한 아랍에미리트(UAE) 등이 후보로 언급된다. FIFA는 관련 질의에 대해 공식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여성 대표팀은 예정대로 호주에서 열리는 아시안컵을 준비 중이다. AFC는 “이란 여자대표팀과 긴밀히 연락하며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안보 문제도 변수다. 미국은 지난해 행정명령을 통해 이란을 포함한 12개국 국민의 입국을 제한했으나, 월드컵 선수단과 코칭스태프는 예외 대상이다. 그러나 이란이 참가할 경우 경기장과 훈련 캠프 주변의 경비 강화는 불가피하게 됐다. 특히 로스앤젤레스는 세계 최대 규모의 이란계 커뮤니티가 거주하는 지역으로, 정치적 긴장이 고조될 경우 시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사태는 이미 정치적 변수로 복잡해진 대회 환경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미국은 연방정부 예산 일부 동결과 국토안보부(DHS) 예산 협상 지연 등으로 개최 도시들의 보안 준비가 차질을 빚고 있다는 우려를 받아왔다. 멕시코에서는 카르텔 폭력 문제가, 캐나다와는 무역 관세 갈등이 각각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FIFA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 밀접한 관계도 재조명되고 있다. FIFA는 지난해 월드컵 조 추첨 행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FIFA 평화상’을 수여했다. 당시 FIFA는 그가 중동 지역 휴전 중재에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후 미국은 베네수엘라, 나이지리아, 이란 등에 군사 행동을 단행해 논란이 확산됐다.

유럽 일부 정치권에서는 미국의 외교·군사 정책을 이유로 월드컵 개최 자격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 바 있다. 독일축구협회 관계자 역시 올해 초 보이콧 가능성을 거론한 바 있다.

FIFA는 정관상 정치적 중립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은 지난해 “지정학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관은 아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과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2022년 FIFA가 러시아를 국제대회에서 배제한 전례를 감안할 때, 국제 정세에 따른 판단은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BBC는 “개막을 100일 남짓 앞둔 상황에서 월드컵은 다시 한 번 국제 정치의 격랑 속에 놓였다”며 “이미 복잡했던 외교·안보 환경은 최근 48시간 동안 한층 더 불확실해졌고, 대회의 향방 역시 예단하기 어려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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