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지하에서 하늘 꼭대기까지… ‘파반느’ 속 인천의 장소들

박경호 2026. 3. 2.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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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양에 물든 월미도 관람차… 추억속 풍경이 돌아간다

박민규 베스트셀러 소설 영상화
롯데백화점·청라동 상가 등 로케이션
인천영상위 지원, 레트로 감성 잘 살려

영화 ‘파반느’에서 미정(고아성)과 경록(문상민)이 회전 관람차를 타는 장면. /넷플릭스 제공

최근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넷플릭스가 공개한 이종필 감독의 장편 영화 ‘파반느’에서는 롯데백화점 인천점, 월미도 놀이동산 등 인천의 장소들이 핵심 배경으로 나온다.

베스트셀러였던 박민규의 장편 소설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위즈덤하우스·2009)를 원작으로 한 영화다. 어둡고 음울한 인상과 외모로 인해 누구와도 정상적인 인간관계를 맺지 못하고 직장에서조차 차별받던 ‘여성’(고아성)과 잘생긴 외모로 어디에서도 주목받지만 부모에게 버림받은 트라우마가 있는 ‘남성’(문상민)이 백화점에서 일하다 만난다. 원작과 달리 이들에게는 미정과 경록이라는 이름이 있다. 그리고 이들 남녀 사이를 이어주며 정담을 주고받는 자유로운 영혼 ‘요한’(변요한)까지, 세 청춘의 관계를 응시하는 멜로 영화다.

영화 속에서 이름은 바뀌었지만, 롯데백화점 인천점을 아는 이들에게 익숙한 전경이 반갑다. 다만 백화점의 주 기능인 상품 진열과 그것을 판매하는 매장의 모습은 나오지 않는다. 영화는 세 주인공의 일터인 백화점 지하 주차장과 물류창고, 직원 전용 통로와 흡연구역, 노동자들의 쉼터 역할을 하는 계단 등을 부단히 비춘다. 이 같은 백화점의 뒷모습은 주인공들의 하강과 주변부 이미지를 부각시킨다.

영화 ‘파반느’는 월미도 놀이동산, 롯데백화점 인천점, 강화도 카페 등 다양한 인천의 장소에서 촬영됐다. /넷플릭스 제공


그러나 원작에서도 비중이 많지 않았던 여주인공 미정은 영화에서 상당히 많은 장면이 할애되며 어둠을 조금씩 거두는 인물로 묘사된다.

영화 중반부 미정과 경록이 서로를 향한 마음을 단단하게 확인하는 장면은 월미도 놀이동산의 회전 관람차 꼭대기에서 펼쳐진다. 캄캄한 백화점 지하 창고에서 처음 만난 이들은 이제 하늘 꼭대기까지 올라 온 둘만의 공간에서 석양으로 붉게 물든 바다를 바라보며 각자 어두웠던 마음에 빛을 드리운다.

그 밑에서 홀로 놀이기구 ‘디스코팡팡’을 타는 요한의 표정은 미묘해서 행복해 보이기도 하고, 슬퍼 보이기도 한다. 그에게 닥칠 일을 암시한다.

원작은 1985년을 배경으로 하는데, 영화는 현재와 가까운 어느 시점이다. 그럼에도 시대를 헷갈리게 만드는 레트로한 분위기다. ‘아비정전’ ‘중경삼림’ 등 왕가위의 1990년대 영화들, 1980년대 한국 멜로 영화들, 이와이 슌지, 무라카미 하루키, 영화 ‘500일의 썸머’ 등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눈여겨볼 만한 장면과 이야기가 많은 영화다.

인천롯데백화점 인천점, 로데오프라자, 청라동 상가 등 주요 인천 로케이션은 인천영상위원회가 지원했다.

/박경호 기자 pkhh@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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