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의 빅피처]미래에셋 '토큰화'를 차세대 먹거리로 꼽은 이유
향후 스테이블코인 모델도 도입 가능성 있어
뮤츄얼 펀드 혁신처럼 디지털자산 혁명 예고

과거 작은 증권사에 불과했던 미래에셋을 굴지의 기업으로 일군 박현주 회장이 2020년대 눈독을 들인 것은 단연 '토큰화'다. 1998년 박현주 회장은 한국 최초의 뮤추얼펀드 '박현주 1호'를 시장에 내놓았다. 당시만 해도 주식 직접투자가 전부였던 개인 투자자들에게 '펀드를 통한 간접투자'라는 개념 자체가 생소했다. 과감한 시도로 금융 제국의 초석을 다진 그가 30년이 흐른 지금, 다시 한번 도전에 나서고 있다.
박 회장이 토큰화를 차세대 먹거리로 낙점한 데에는 글로벌 시장의 움직임이 큰 영감을 줬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 최고경영자(CEO)도 지난해 신년사에서 "모든 자산은 결국 토큰화될 것"이라는 견해를 피력한 바 있다. 전 세계 어디서든 물리적·시간적 제약을 받지 않고 거래할 수 있는 시대가 온다는 뜻이기도 하다.
나스닥과 뉴욕증권거래소는 토큰화 자산 거래 플랫폼 구축에 이미 착수했다. 한국거래소도 이 같은 흐름에 발맞춰 24시간 거래 인프라 구축에 착수했다. 24시간 거래 인프라 도입에는 블록체인이 필수적이다. 블록체인 원장 도입 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맞출 수 있어 시간의 효율성이 증대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미래에셋의 시선도 글로벌 시장으로 향했다. 우선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를 시작으로 다양한 토큰화 사업 영역을 전개할 것으로 예측된다.
프라임브로커리지 뛰어드나
현재 국내 가상자산 시장의 가장 큰 구조적 공백은 기관 투자자가 편하게 들어올 '문'이 없다는 점이다. 개인 투자자는 비트코인을 살 수 있지만 수백억원을 운용하는 연기금이나 자산운용사는 법인투자가 허용되지 않아 거래가 불가능한 상태다.
전통 자본시장에서는 증권사가 이 문제를 해결해왔다. 여러 경로를 동시에 탐색하고 분산 매수하며 최적 체결을 도모하는 것이 바로 프라임브로커의 역할이다.
디지털자산 시장은 전통 시장보다 파편화된 상황이다. 업비트, 빗썸, 코빗 등 국내 거래소마다 비트코인 가격이 제각각이다. OTC 데스크(장외 거래 창구)까지 더하면 유동성이 수십 군데 이상에 흩어져 있다.
이에 기관 투자자가 단일 거래소에서 일괄 매수하면 '슬리피지'(체결 과정에서의 가격 손실)가 발생한다. 복수 거래소를 동시에 탐색해 최적 경로로 분산 매수하는 인프라가 디지털자산 PBS다.
변수는 '업종 제한'
해당 법안에 따르면 1000억원 이상의 자기자본을 갖춘 인가 사업자를 대상으로 하며 금융위원회의 인가가 필요하다. 인가를 받은 사업자는 전문투자자를 대상으로 디지털자산 대여, 중개 서비스 등을 제공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3조원 이상의 자기자본을 갖춘 종합금융투자사업자 대비 허들이 너무 낮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만일 법안이 통합되는 시점에서 금융사의 PBS 가닥이 진전된다면 가장 잘할 수 있는 플레이어가 바로 미래에셋이라는 것이다.
법제화 미비로 불확실성이 높은 PBS보다도 가장 눈독을 들이는 사업은 RWA다. RWA란 ▲부동산 ▲채권 ▲비상장 주식 등 실물자산을 블록체인 위의 토큰으로 변환하는 것을 말한다. 토큰화된 자산은 24시간 분할 거래가 가능하다. 글로벌 투자자에게 즉시 개방할 수 있으며, 중개 단계를 줄여 비용을 낮출 수 있다.
비상장 주식의 토큰화도 꿈꾼다
비상장 주식의 토큰화야말로 기관과 소매 투자자 모두를 끌어당길 수 있다. 비상장 주식은 지금도 OTC 시장에서 거래되지만, 거래 창구가 한정된 데다 일부 국가에서는 거래 허들이 높다.
만일 미래에셋이 이 시장을 공략하게 된다면 세계화의 흐름에 발을 맞출 수 있다. 토큰화로 거래될 경우 의결권이 부여되지 않더라도 100원 단위로 비상장 주식을 사는 시대를 맞이할 수 있는 것이다.
스테이블코인도 또 다른 화두다. 이를 직접 발행할 가능성은 현저히 낮은 것으로 보인다. 당장 당국 주도의 디지털자산기본법에서는 은행 중심으로 스테이블코인 발행에 초점을 두고 증권사, 거래소는 유통과 중개, 보관에 집중될 예정이다. 다만 향후 법안 윤곽에 따라 유통과 중개 등에서 활용될 가능성도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그간 IMA가 사실상 국내 톱 증권사들의 주된 먹거리였다면, 미래에셋은 이 같은 움직임을 잠시 관망하는 추세였다"며 "과거 박현주 회장이 뮤추얼펀드로 업계에서 굴지의 신화를 일군 것처럼 '토큰화'로 2050년 먹거리까지 내다보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한종욱 기자 onebell@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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