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건 대낮의 개 도살 사건'이 보여준 한국 동물보호 체계의 민낯

2026. 3. 2.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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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주의 '동물복지 이야기'



지난달 2일 전북 익산시에서 입양 명목으로 개를 데려간 사람이 개의 목을 밟고 도살하려 시도하는 모습. 당시 개는 목에 올무로 묶이고 주둥이가 철사에 묶여 제압당한 상태였으며, 이후 도살됐다. 동물보호단체 위액트 제공

지난달 2일, 전북 익산시에서 70대 남성이 공공기관에서 기르던 개들을 입양한다며 데려간지 20분 만에 잡아먹은 사건이 발생했다. 개의 목을 밟고 있는 사건 현장 사진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퍼지면서 '바둑이 가족 도살 사건'으로 명명된 사건은 더욱 파장이 커졌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한국농어촌공사 황등지소는 지난해부터 오갈 데 없는 개들을 마당에서 키웠는데, 지소 사정상 더 이상 기르기 힘들어져 입양처를 알아보게 되었다. 그러자 지소에서 임시직으로 일한 적 있는 남성이 입양을 자처한 뒤 사건을 벌였다.

동물보호단체 '위액트'가 수소문해 찾아낸 이 남성은 동네 사람들과 함께 개를 잡아먹었다는 사실과 어떻게 도살했는지까지 거리낌없이 말했다고 한다. 단체는 농림축산식품부와 익산시 등 관련 기관에 책임과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단체가 관련 기관 책임을 묻는 이유는 처음 사건을 신고받은 지방자치단체 동물보호 담당자의 대응 때문이었다. 이 담당자는 사건 직후 위액트의 질의에 "개 식용 종식 특별법이 통과됐지만 아직 유예 기간"이라 답하며 처벌 근거가 없다고 난색을 표했다. 사건이 언론을 통해 알려진 뒤에야 지자체는 부랴부랴 경찰에 고발장을 제출해 수사에 돌입한 상태다.

개를 도살한 사건이 벌어진 현장. 동물보호단체에 따르면 개를 기르던 흔적들이 남아 있었다. 동물보호단체 '위액트' 제공

지자체 관계자 해석과 달리 이 사건은 동물학대로 봐야 한다. 현행 동물보호법은 '잔인한 방법으로 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 '사람의 생명·신체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이나 재산상의 피해 방지 등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정당한 사유 없이 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 등을 금지하고 있다. '정당한 사유'는 하위 법령에서 허가, 면허 등에 따른 행위이거나 동물의 처리에 관한 명령, 처분 등을 이행하기 위한 경우로 규정하고 있다.

위의 조항을 봤을 때 동네 사람들과 잡아먹기 위해 개들을 잔인하게 죽인 사건이 동물학대가 아니라는 해석은 여러모로 이상하다. 엄중한 처벌과 관계 기관의 재발방지 조치는 당연히 필요하다. 그러나 그 외에도 이번 사건을 통해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우리 사회의 동물에 대한 인식과 동물보호 행정의 현주소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달 12일 발표한 '2025년 반려동물 양육현황 조사'에 따르면 반려동물을 기르는 가구는 29.2%다. 열 가구 중 세 가구는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다는 의미다. 비록 통과되지는 못했지만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민법 개정안까지 정부와 국회에서 여러 차례 발의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과 세대, 이해관계 등에 따른 인식 격차는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 있다. 한편에서는 가족 여행에 반려동물을 동반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다른 한편에서 개는 여전히 마당에서 줄에 묶어 기르다가 잡아먹어도 무방한 존재다.

학교에서 동물보호 교육이 실시되고 있지만 지역사회에서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홍보와 교육은 거의 부재하다. 이번 사건을 거울삼아 다양한 지역과 연령대를 타깃으로 동물보호 인식과 가치관을 확산시킬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 봐야 한다. 단순 처벌이 능사가 아니라 교육과 공공 캠페인이 병행되어야 제도 개선의 실질적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동물학대 범죄에 대한 인식을 끌어올리기 위해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가 2022년 지자체에 제공한 현수막이 걸려 있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제공

지자체별 동물보호 담당 부서의 인식과 행정력 수준도 되짚어보아야 한다. 이번 사건이 공공기관에서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가 시민들에게 충격을 주고 있다. 한국농어촌공사가 반려동물 입양 업무와 관련된 기관은 아니지만, 적어도 공공기관이라면 최소한 동물보호 원칙과 안전망에 대한 인식이 있어야 한다.

개를 도살한 남성이 개들을 데려가는 과정에서 올무를 사용하고 개 목을 짓밟는 행동을 하는데도 기관 관계자가 동물을 넘겨주었다는 사실, 그 장면이 담긴 제보자의 사진을 건네받고도 지자체 관계자가 동물보호법 위반이 아니라고 해석한 점은 납득하기 어렵다. 동물보호 안전망이 작동하는 사회라면 입양 보내는 과정이 아니라 길에서 이러한 행위가 이루어지면 동물학대로 신고하고 조치가 이루어지는 게 상식이다.

한국 동물보호 행정은 제도적 틀은 갖춰져 있지만 현장에서 집행하는 인력과 전문성은 충분히 확보되지 못한 상태다. 동물보호 업무는 대부분 순환보직 공무원이 겸임하는 경우가 많고, 전문 교육이나 동물에 대한 이해를 체계적으로 축적하기 어려운 구조다. 그 결과 학대 사건 대응이 소극적으로 이루어지거나, 동물영업장 점검도 형식적 절차에 그치는 경우가 다반사다.

미국의 경우 연방 동물복지법과 주 별 동물보호 관련 법률이 존재하지만 동물보호의 일상적 집행은 시나 카운티의 동물관리국 소속 전문인력인 '동물관리관'(Animal Control Officer · ACO)이 담당한다. 이들은 동물학대 대응와 동물 구조뿐 아니라 위반자에게 과태료를 부과하고 소환장을 발부하며 체포권 등 법률 집행 권한을 갖고 있는 경우도 많다. 국가 동물보호관리관 연합(National Animal Care and Control Association)은 동물관리관을 대상으로 교육 프로그램과 공인 인증제를 운영한다. 교육 프로그램은 관련 법률, 증거 수집과 형사 절차, 공중보건, 동물행동학까지 다양한 영역을 포함한다. 한국 또한 동물보호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현장에서 동물보호 업무를 담당하는 인력의 숫자뿐 아니라 전문성과 역량, 대응 체계까지 종합적으로 개선이 필요하다.

게티이미지뱅크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입니다.

마지막으로 개의 과잉번식(Overpopulation)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필요가 있다. 이번 사건으로 목숨을 잃은 개들도 처음부터 공공기관에서 원해서 기른 것은 아닐 것이다. 오갈 데 없는 떠돌이 강아지들이 나타났을 것이고, 좋은 의도로 먹이와 살 곳을 제공했을 것이다.

예외적인 상황도 있겠지만 가정이 아닌 공공기관이나 회사에서 동물을 기르는 것은 사람과 동물 모두에게 쉽지 않은 일이다. 누군가는 휴일에도 돌봄을 제공해야 하고, 신경 써서 돌보는 사람이 있다고 해도 이직 등 변수가 많기 때문에 불안정한 상황이 될 가능성이 높다. 사람과의 충분한 상호 작용이 필요한 개의 입장에서도 이상적인 환경이 아니다.

지자체 보호소로 인계된 동물이 쉽게 가정을 찾을 수 있는 환경이었다면 이 기관에서 굳이 동물을 기를 이유도 없었다. 지자체 보호소에 보낸다고 해도 가정에 입양되지 못하고 결국 안락사될 게 뻔한 게 현실이다. 결국 입양을 원하는 사람의 숫자보다 태어나는 개들이 훨씬 많다는 것이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이다. 실외에서 길러지는 동물들이 계속해서 새끼를 낳고, 태어난 개들은 방치되거나 배회되다가 동물보호로 유입되어 안락사되는 악순환이 끊임없이 반복되는 것이 문제다.

미국의 경우 1990년대 이후 전국 차원의 대대적인 중성화수술 홍보와 교육, 공공 중성화수술 센터를 통한 지원, 중성화 여부에 따른 동물등록비 차등 부과 등의 정책을 통해 유기동물 발생률과 동물보호소 안락사 비율을 획기적으로 낮췄다.

정부는 2021년부터 실외견 중성화수술 지원사업을 실시하고 있지만 사업량과 효과는 저조하며,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정책은 마련되지 않고 있다. 2024년 지자체 보호소에서 입양되는 동물에 대해 중성화 수술을 하거나 지자체가 비용을 지원하도록 하는 동물보호법 개정안이 발의되었지만 여전히 계류 중이다.

지자체 동물보호소에서 머물고 있는 개들의 모습. 과잉번식된 개들은 지자체 보호소에서 입양자를 기다리가 안락사된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제공

증가한 반려동물 양육 가구 숫자는 결국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내년 2월 '개 식용 종식 특별법'의 벌칙 조항의 유예기간이 끝나면 개를 도살하는 도살 행위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된다. 남은 기간 동안 지역사회 주민들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홍보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제2, 제3의 '바둑이 가족 도살 사건'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역과 문화권을 막론하고 동물을 기르는 사람이라면 제공해야 할 최소한의 돌봄 의무를 규정하고 위반 시 제재할 수 있도록 제도 정비도 필요하다. 문제들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차근차근 해결 방법을 모색해 나가야 한다.

이형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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