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욱의 기후 1.5] 지역별로 다른 건 전력 소비·발전만이 아니다?
에너지와 우리의 생활을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지난주 연재에서 설명해드린 것처럼, 해외에선 에너지를 통해 우리의 산업 구조나 인구 구조 등 면면을 분석하는 기관까지 있을 정도죠. 당장 우리의 전력 소비 통계만 보더라도, 우리나라의 인구 분포를 간접적으로 나타내고 있습니다. 2025년 기준, 우리나라의 총 인구는 5,272만 9,805명으로, 그중 4분의 1 이상인 27%(1,422만 2,954명)가 경기도에 살고 있습니다. 경기도 다음으로 인구가 많은 곳은 서울(957만 9,177명)이고, 이어 경남(332만 572명), 부산(331만 36명), 인천(314만 7,007명)이 뒤를 잇습니다. 17개 광역시도별 인구가 가장 적은 곳은 세종(39만 8,536명)으로, 제주(69만 3,300명)와 함께 인구 100만 미만을 기록했습니다. 울산 또한 112만 2,123명으로 100만명의 문턱을 살짝 넘었고요.
한국전력의 전기 판매량으로 소비량을 살펴보면, 인구가 가장 많은 경기의 지난해 전력 소비가 143.3TWh로 역시나 가장 많았습니다. 서울은 연간 50.4TWh를 소비해 2위에 이름을 올렸고, 3위 충남 또한 50TWh 넘는 전기를 소비했습니다. 인구가 가장 적은 세종(4.2TWh)과 제주(6.2TWh)는 전력 소비에서도 나란히 최하위권에 머물렀습니다. 충남은 인구 순위로는 17개 광역시도 가운데 8위(224만 3,502명)에 그치지만, 전력 소비량은 충남보다 인구가 많은 대구(16.7TWh)의 3배에 달했습니다. 경북 또한 인구 순위(7위) 대비 전력 소비 순위(4위)가 더 높은 곳 중 하나입니다. 대체로 인구가 많을수록, 산단이 집적될수록 소비가 많은 겁니다.

광역시도별 발전량을 소비량으로 나눠 지역별 자립도를 따져봤습니다. 지역에서 소비하는 것의 배 안팎의 전기를 생산중인 곳은 경북(228.1%), 전남(213.4%), 충남(207.1%), 그리고 인천(191.5%)으로 꼽혔습니다. 경북은 손꼽히게 많은 전기를 소비하는 곳이기도 하지만, 지역 내에서 소비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양을 생산한 셈입니다. 충남 또한 소비 순위도 3위였지만 자립도 또한 3위로 매우 높았고요. 전남은 소비 순위는 6위로 중위권이지만 그에 비한 발전량은 많아 2위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대형 원전 6기가 가동중인 가운데 최근엔 재생에너지 발전설비의 확충까지 집중된 영향입니다. 통상 수도권은 '지방의 전기를 끌어오는 지역'으로 묘사되나 인천은 예외였습니다. 5GW 넘는 대규모의 석탄화력발전설비 6기가 가동중인 결과입니다. 전체 17개 광역시도 가운데 지역의 자체 소비량보다 많은 전기를 생산하는 곳은 모두 9곳. 절반 이상의 지역이 자립도 100%를 초과했고요.
한편, 자립도가 50% 미만인 지역도 5곳이나 됐습니다. 공통점을 꼽자면 '내륙'이라는 점입니다. 내륙 지역은 수입에 의존하는 연료의 도입과 냉각수의 공급이 상대적으로 어렵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자립도 '꼴찌'는 어디였을까. 서울을 떠올리는 이들이 많겠지만, 실제 꼴찌는 '우리나라의 한복판' 대전이었습니다. 대전의 소비량은 지난해 기준, 연간 10.2TWh에 그쳤지만 발전량은 0.3TWh에 그쳐 3%도 채 되지 않는 자립도를 기록했습니다. 대전 다음으로 낮은 자립도를 기록한 곳은 광주(9.6%)로, 17개 광역시도 가운데 3번째로 적은 소비량을 기록했음에도 발전량이 지나치게 미미한 탓에 낮은 자립도를 나타내게 됐습니다. 이어 서울(11.6%), 충북(15.8%), 대구(17.7%) 순으로 10%대 자립도를 보였습니다. 큰 틀에선 '수도권 대 비수도권'이라는 지역 균형, 혹은 불평등의 관점에서 바라볼 수도 있겠지만, 개별 광역시도의 상황을 보면 그러한 프레임'만'으로는 설명을 하거나 문제를 해결하기에 부족할 수도 있는 것이죠.

다만, 이를 통해 평소 우리 시민사회의 에너지전환 인식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향후 확대가 가장 필요한 발전원은 무엇인가' 묻는 물음에 두 조사기관의 여론조사 모두에서 무탄소 발전원이 대표적인 발전원으로 꼽혔습니다. 리얼미터의 조사(재생에너지 43.1%, 원자력 41.9%)와 한국갤럽의 조사(재생에너지 48.9%, 원자력 38%) 모두에서 가장 많은 이의 선택을 받은 것은 재생에너지, 이어 원자력이었던 것이죠.
1순위로 확대되어야 할 발전원으로 두 발전원을 꼽은 가운데, 연령대별로는 재생에너지와 원자력 사이 비율에 차이가 있었습니다. 리얼미터의 설문조사 결과, 18~29세가 꼽은 '확대가 가장 필요한 발전원' 1위는 원자력(50.2%)이었고, 재생에너지(42.7%)로 나타났습니다. 재생-원전 사이 비율은 30대(재생에너지 43.9%, 원자력 45.2%), 40대(재생에너지 55.2%, 원자력 31.5%)로 갈수록 역전이 됐고, 50대(재생에너지 54.5%, 원자력 33.1%)까지 재생에너지를 꼽은 이들이 많아지다 다시 연령층이 높아지면서 60대(재생에너지 36%, 원자력 42.4%)와 70세 이상(재생에너지 23.4%, 원자력 52.5%)에서 원자력을 응답한 비중은 늘어났습니다.
한국갤럽의 조사에선 재생에너지를 1순위로 꼽은 시민이 18세부터 69세에 이르기까지 모든 연령층에서 더 많았지만, 재생에너지와 원자력 사이 비율의 변화가 연령대별로 V자의 변화를 보인 것은 마찬가지였습니다. 재생에너지를 1순위로 꼽은 비율은 18~29세 49.2%에서 30대 52.6%, 40대 58%, 50대 60.1%로 늘어나다 60대는 47.3%, 70세 이상에선 23.3%로 다시 감소했습니다. 원자력을 1순위로 꼽은 비율은 이와 반대로 18~29세의 38.4%에서 30대 38%, 40대 32.1%, 50대 31.4%로 점차 줄어들다 60대 39.7%, 70세 이상 49.9%로 늘어났죠.
이를 두고, 생애주기에 따른 생각의 차이가 영향을 미쳤을 거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육아의 시작과 함께 위험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며 여러 경우의 수 속 '만에 하나'의 위험과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이 커지면서 무탄소 전원 가운데 재생에너지에 대한 선호가 늘어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원자력을 확대 1순위로 꼽은 지역은 어디였을까요. 리얼미터 조사에선 곳에 따라 최저 31.3%(광주·전라)에서 최고 55.9%(강원)로 차이를 보였습니다. 강원에 이어 평균(41.9%)보다 높은 수준의 선호도를 보인 지역은 대구·경북(47.9%), 대전·세종·충청(44%), 서울(43.3%), 부산·울산·경남(43%) 등이 있었고요. 한국갤럽의 조사에선 최저 15.4%(제주)에서 최고 49%(대구·경북)의 분포를 보였습니다. 평균(38%)을 상회하는 수치를 보인 곳은 대구·경북 외에 호남권(42.5%), 강원(40.8%), 인천·경기(38.5%)가 있었습니다. 두 조사기관의 결과에서 지역별 차이가 대체로 컸음에도 강원과 경북권은 공히 원전을 1순위로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을 다수가 피력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원전 및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영구처분장의 입지 선정에 있어 기술적 요인 못지않게 주민 수용성이 중요한 만큼, 이 결과는 향후 정책 결정에 있어 참고할 만한 자료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전반적으로 11차 전기본의 계획을 그대로 이어가야 한다는 답변이었지만, 여기서도 마찬가지로 지역별 편차가 컸습니다. 리얼미터의 조사에서 11차 전기본의 신규 원전 추진 의사가 강했던 지역은 강원으로, 응답자의 71.3%가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을 나타냈습니다. 한국갤럽의 조사에서도 강원은 72.8%로 높은 응답률을 보였습니다만, 75.9%에 달하는 경북권엔 미치지 못했습니다. '구체적인 미래'라기보다는 개개인의 선호도를 나타냈던 이전 질문과 달리, 이 질문은 당장 추진을 앞둔 일에 대한 질문이었던 만큼, 실제 신규 원전 유치 의사를 직·간접적으로 나타냈던 지방정부의 응답률이 높게 나온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기후부는 이러한 의견수렴 결과를 바탕으로 신규원전 2기 건설을 위한 부지공모를 시작하고, 5~6개월간의 부지평가 및 선정 과정을 거쳐 2030년대 초에 건설허가를 획득해 각각 2037년과 2038년 준공을 목표로 관련 절차를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1기당 1.4GW 규모에 달하는 원전 2기를 신설하는 일은 해당 지역의 전력 생산량에 유의미한 변화를 불러옵니다. 이런 가운데, 현재까지 유치 의사를 밝힌 지역들의 경우 이미 전력 소비량 대비 발전량이 많은 경우가 대부분이고요. 생산과 소비의 불균형은 결국 전력망이나 BESS(Battery Energy Storage System, 배터리 에너지 저장 시스템) 등 인프라 확충 압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정부는 과연 무탄소 전원의 확대와 전력의 소비-발전 간 균형이라는 두 목표 사이에서 어떤 균형점을 찾을 수 있을까요. 발전소 건설 계획만으로 전력을 대량으로 소비하는 첨단 사업장을 유치해 수요의 이동을 부를 수 있을까요. 여기에 더해, 이미 원전 1기당 건설비용만도 5조원을 훌쩍 넘어버린 상황. 2기의 청구서는 어떻게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까요. 세계 최초로 녹색성장의 기치를 내걸음과 동시에 신규 석탄화력발전소의 건설을 허가했던 과거 정부의 뼈 아픈 실책은 앞으로의 정책 결정 과정에서 다시금 상기되고, 환류되어야만 할 것입니다.
박상욱 기자 park.lepremier@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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