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탄핵 불참' 국힘 의원들 얼굴 박제… 파격적인 신문 1면

금준경, 박서연 기자 2026. 3. 2. 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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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오레터 : 이주의 미오픽] 신문 주목하게 만드는 1면 편집

[미디어오늘 금준경, 박서연 기자]

▲ 가판대 신문. 사진=미디어오늘.

미디어오늘이 미디어 전문 뉴스레터 미오레터를 시작합니다. 수요일에는 한 주간 미디어 기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지면 기사 몰아보기 콘텐츠를, 금요일에는 주제별 리포트 '이주의 미오픽'을 제공합니다. '이주의 미오픽'은 뉴스레터를 통해 우선 공개됩니다. https://media.stibee.com를 통해 구독하실 수 있습니다. <편집자주>

신문 지면을 거의 안 보는 시대입니다. 한국제지연합회 자료에 따르면 한국 신문 용지 내수 생산 규모는 2016년 60만3411톤에서 2025년 29만4460톤으로 절반 가량 급감했습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에 따르면 종이신문 열독률은 2016년 20.9%에서 지난해 8.4%를 기록해 절반 이하로 떨어졌습니다.

그런데 이런 신문이 사람들의 주목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파격적인 편집을 선보일 때인데요. 응당 채워야 할 공간을 비우고, 빼곡해야 할 기사 대신 광고카피 같은 짧고 강렬한 메시지를 넣고, 때로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지면에 심기도 합니다. 이번 미오레터에서는 파격적인 편집으로 신문의 생명력이 불어넣어지는 순간에 주목합니다.

영남일보의 검은 1면

가장 최근 사례입니다. 지난 24일 TK통합법 법사위 처리 불발에 대구·경북 언론인 영남일보가 1면을 기사 내용이 아닌 검은색으로 채우고 비판하는 입장을 냈습니다. “野(야)는 막았고 與(여)는 눈감고 또 누군가는 딴지 걸었다. 캄캄한 미래 우린 묻는다. TK 통합법 불발 책임을”이라고만 썼습니다.

영남일보는 이날 설명기사를 통해 “일부 정치인들이 보인 행태는 그야말로 '목불인견(目不忍見)'이었다. 시·도민과 지역의 미래를 위해 건강한 협상과 양보의 자세를 견지 못하고 한편의 정치 막장극을 보는 듯 했다”며 “이에 영남일보는 파격을 택했다. 기사에는 담기 어려운 지역의 절망감과 암담함을 강렬한 편집을 통해 표현했다”고 밝혔습니다.

[관련기사: TK언론 1면에 “캄캄한 미래” 쓰고 검정색 지면 발행한 이유는?]

매일신문의 백지 1면

영남일보가 검은 1면을 냈다면 같은 TK지역 신문인 매일신문은 영남권 신공항 입지 선정이 사실상 백지화됐던 2016년 신문을 백지로 발행한 적 있습니다. 매일신문은 이날 1면에 '신공항 백지화, 정부는 지방을 버렸다'는 작은 글씨의 문장만 남기고 1면 기사와 광고 모두 비운 채 백지로 내보냈습니다.

▲ 2016년 매일신문 1면.

매일신문은 백지 발행 이유를 “신공항 건설 백지화로 가슴이 무너지고 통분에 떠는 대구경북 시도민들의 마음을 헤아린 것”으로 “신공항 건설 약속을 헌신짝처럼 버린 정부에 대한 시도민의 강력한 항의·규탄 뜻을 명확히 전달하기 위해”라고 설명했습니다.

2000년 1월1일에 백지 낸 한국일보

신문이 메시지를 담기 위해 역설적으로 1면을 비우는 편집은 여러차례 있었는데요. 2000년 1월1일 한국일보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2000년 1월 1일”이라는 제목만을 내보낸 채 백지상태로 편집했습니다.

이 아이디어를 냈던 편집부 이주엽 차장은 '기자수첩'을 통해 “한달 가량 고민하다 어떤 제목과 어떤 사진이 천년의 무게를 떠받칠 수 있을까. 차라리 비우고 그 가능성의 공간을 독자들에게 바치자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습니다. 이때만 하더라도 파격적 편집은 논쟁적이었다고 합니다. 한국일보에서 찬반격론이 있었다고 하고요. 초판에는 정상적으로 일출 사진을 실었다가 배달판에서 '작전'을 전격단행했다고 합니다. 가판에서부터 '백지 1면'을 내보낼 경우 사방에서 문의와 항의전화를 받아 편집국의 확신이 흔들릴 수도 있다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관련기사: 한국 신년호 1면 '백지'낸 사연]

함께 1면 광고를 백지로 채운 신문들, 왜?

신문들이 같은 날 함께 광고를 비운 적도 있습니다. 2011년 조선·중앙·동아·매일경제의 종합편성채널이 개국하는 날 한겨레, 경향신문, 경남도민일보, 국제신문이 1면 하단에 백지광고를 냈습니다. 한국일보는 2면 하단에 백지광고를 냈습니다. 정부가 보수신문에게만 신방 겸영을 허용한 결과 종합편성채널이 개국하던 날입니다. 이들 신문은 항의의 의미로 백지광고를 냈습니다.

[관련기사: 종편 대재앙 경향·한겨레 백지광고 내며 반발]

국회의원들 박제 1면

종종 쓰이는 방식으로 정착한 1면 파격 편집도 있습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 폐기 직후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신문 1면에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국회의원 105명의 얼굴과 이름을 담았습니다. 과거 한미FTA 비준안 처리 때 경향신문이 선보였던 편집입니다.

오관철 경향신문 편집국장은 미디어오늘에 "대통령이 내란죄로 국회 탄핵소추안이 올라와 표결이 이뤄진 게 헌정사에 처음 있는 일이고, 집단적으로 투표를 거부한 국민의힘 의원들을 역사적인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는 판단이 있었다"고 했습니다.

이주현 한겨레 편집국장은 미디어오늘에 “일단 기록으로 남겨두자, 어떤 사람들이 실제로 국회의원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는지”라며 “시민들의 상처를 돌아보기보다 자신들의 정권을 연장하기 위해, 자신들의 보수 정당을 지키기 위해 표를 던지지 않은 행태를 기록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관련기사: 尹탄핵안 불참 국힘 의원 얼굴 1면… 경향·한겨레 국장 “기록으로 남긴다”]

신문에 뭐가 묻었나? 경향신문의 파격 1면

2016년 10월 경향신문 창간 70주년을 맞아 신문 활자 위에 컵라면과 삼각김밥 이미지를 배치했습니다. 라면 국물이 튄 상황까지 묘사됐습니다. 기사 하단에는 '오늘 알바 일당은 4만9000원... 김영란 법은 딴 세상 얘기 내게도 내일이 있을까?'라는 문구를 담았습니다. 청년의 시각에서 신문을 디자인한 것이죠. 온라인상에서 가장 화제가 됐던 1면 편집으로 기억합니다.

경향신문은 '창간특집 1면 제작노트'를 통해 “신문은 일상이다. 시대를 기록하는 엄중한 사초이면서 때로는 누구나 바닥에 깔고 쓰는 800원짜리 간편 도구이기도 하다”며 “1면 기사 '공생의 길 못 찾으면 공멸…시간이 없다'는 제목과 기사, 사진을 가린 한 끼 먹거리는 기성세대의 형식적인 엄숙주의를 조롱하며 청년 문제보다 더 중한 것이 무엇이냐고 반문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 디자인은 '광고 천재'로 불리우는 광고 디자이너 이제석씨가 제작했습니다.

[관련기사: “1면 톱은 가장 중요한 사건? 생각할거리를 던져야”]

투표 당일 간결하지만 선명했던 1면

2012년 선거 당일 경향신문은 1면을 텅 비운 채 투표용지에 찍는 마크를 지면 중앙배치했습니다. 1면에는 아무런 기사도 없었습니다. 투표 마크 아래 단지 선거가 세상을 바꿔놓은 역대 사례만 적어뒀습니다. 반드시 투표를 하라는 메시지를 담지 않도 투표를 독려한 것이죠.

▲ 2012년 경향신문 1면.

[관련기사: 어? 신문 1면이 비었네?" 경향 선거날 파격 편집”]

1200명의 이름 띄운 경향신문

2019년 경향신문은 노동자 1200명 이름을 쓴 파격적인 1면을 냈습니다. '오늘도 3명이 퇴근하지 못했다'는 문구와 함께였습니다. 그들은 끼임, 깔림·뒤집힘, 부딪힘, 물체에 맞음 등 주요 5대 원인으로 사망한 노동자들입니다.

▲ 2019년 경향신문 1면.

[관련기사: 사망 노동자 1200명 이름으로 채운 경향 1면]

서울신문의 아무도 쓰지 않은 부고

2020년엔 서울신문이 1면을 부고기사로 채웠습니다. '아무도 쓰지 않은 부고'라는 이 름의 이 기사는148건의 야간노동에서 일어난 죽음에 대한 부고 기사였습니다.서울신문은 “산재 야간노동자 148명 (사고, 과로, 질병 등)의 사망 경위 등에 대한 정보를 모아 부고 기사로 이들의 죽음에 대한 사회적 의미와 위험성 등을 전한다”고 밝혔습니다.

▲ 2020년 서울신문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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