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형재의 새록새록] 모래톱에서 벌어진 골목대장 결정전

유형재 2026. 3. 2.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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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이른 봄날 꿩의 수컷 장끼 한 마리가 알록달록하고 빛깔이 화려한 날개를 활짝 펴고 하천의 한가운데 모래톱에 내려앉는다.

몸을 숨길 곳 없는 개활지 모래톱에는 이미 흰꼬리수리나 말똥가리, 물수리 등 맹금류에도 겁 없이 대들어 '새들의 조폭'으로 불리는 까마귀와 갈매기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맹금류도 거침없이 쫓아내는 까마귀는 장끼 정도는 가소로운 듯 처음에는 한 마리가 단독으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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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폭 까마귀가 당황한 사연…꿩의 깡다구, 까마귀를 쫓아내다
남대천 모래톱으로 날아가는 꿩(장끼) [촬영 유형재]

(강릉=연합뉴스) 유형재 기자 =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이른 봄날 꿩의 수컷 장끼 한 마리가 알록달록하고 빛깔이 화려한 날개를 활짝 펴고 하천의 한가운데 모래톱에 내려앉는다.

몸을 숨길 곳 없는 개활지 모래톱에는 이미 흰꼬리수리나 말똥가리, 물수리 등 맹금류에도 겁 없이 대들어 '새들의 조폭'으로 불리는 까마귀와 갈매기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강원 강릉시 한복판을 흐르는 남대천의 갈대가 무성한 숲에 사는 꿩은 겁이 많아 하천을 건너 숲에서 숲으로 날아다니는 모습은 쉽게 볼 수 있지만, 숨을 곳이 전혀 없는 한낮 모래톱에 드러내는 건 보기 드문 현상이었다.

장끼에게 도전하는 까마귀 [촬영 유형재]

죽은 물고기를 놓고 먹이다툼으로 투덕거리던 까마귀들은 느닷없이 날아온 장끼가 어이가 없는 듯 흰꼬리수리를 괴롭혀 쫓아낼 때처럼 몸을 잔뜩 웅크린 채 전투태세를 갖춘다.

까마귀들은 흰꼬리수리를 쫓아낼 때 여러 마리가 꼬리를 물어뜯으며 괴롭히거나 날아올라 등에 올라타는 등의 방법으로 집단으로 공격하며 거침없이 자신들의 영역 밖으로 몰아낸다.

꿩은 보통 인기척만 나도 도망가는 조심스러운 새다.

위험 상황에는 머리만 덤불에 처박고 엉덩이를 하늘 높이 올리는 겁쟁이라고 알려져 있다.

장끼에게 쫓겨가는 까마귀 [촬영 유형재]

그러나 이곳 장끼는 까마귀들의 움직임에 아랑곳하지 않고 거침없이 사방이 탁 트인 모래톱 이곳저곳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그런 장끼가 얕은 물에 발을 담갔다가 다시 뭍으로 나오는 등 모래톱을 완전히 접수한 듯 매우 유유자적한다.

맹금류도 거침없이 쫓아내는 까마귀는 장끼 정도는 가소로운 듯 처음에는 한 마리가 단독으로 나섰다.

까마귀는 날아 차기를 위해 낮은 자세로 몸을 잔뜩 움츠리며 장끼를 향해 공격 태세를 갖췄다.

몸 움츠리고 공격 자세 취하는 장끼 [촬영 유형재]

이윽고 까마귀가 장끼를 향해 날아올랐지만, 장끼가 긴꼬리를 바짝 세우고 목을 길게 빼며 맞대응 태세를 갖추고 날아오르자 까마귀는 이를 예상 못 한 듯 재빨리 몸을 돌려 줄행랑쳤다.

그런 뒤에도 장끼는 여유로운 모습이다.

이번에는 까마귀 두 마리가 힘을 합해 장끼의 꼬리를 물거나 위협적인 태세를 갖추며 영역 사수에 나섰으나 오히려 장끼의 당당한 대응에 역시 도망치듯 달아났다.

장끼는 모래톱에서 시간을 보내다 얕은 물로 들어간 뒤 숲을 향해 화려한 날갯짓을 하며 날아갔다.

까마귀 두 마리와 맞선 장끼 [촬영 유형재]

다음 날도 장끼는 모래톱에 내려앉아 유유히 따뜻한 봄날을 즐기듯 한동안 이곳저곳을 산책한 뒤 갈대가 무성한 숲으로 날아갔다.

이날도 까마귀는 또다시 꼬리를 무는 등 귀찮게 하며 덤벼들었지만, 장끼는 공격할 듯 위협하는 자세만으로 까마귀를 쫓아냈다.

꿩의 이 같은 용맹함과 대담함은 번식기를 앞두고 남대천 일대에 개체수가 가장 많은 조류계의 조폭 까마귀를 상대로 자신들의 영역을 지키기 위한 행동으로 추정된다.

봄의 기온이 완연해지면서 북쪽 고향으로 맹금류 흰꼬리수리가 떠난 강릉 남대천에는 요즘 텃새들의 움직임으로 활기차다.

다시 갈대숲으로 돌아가는 장끼 [촬영 유형재]

yoo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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