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싸늘해진 ‘보수 민심 바로미터’ 대구 가보니…“국민의힘 싹 갈아엎어야”

김병관·이보라 기자 2026. 3. 2.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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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27일 대구 서문시장에서 시민들이 구경을 하고 있다. 김병관 기자

“국민의힘은 그냥 싹 다 갈아엎고 다시 태나야 된다 아입니까. 욕은 욕대로 하면서도 찍어주던 시대는 대구서도 끝났심더. 당이 그기 뭐 그리 중요합니꺼? 사람이 똑바로 돼야지예.”(택시기사 최모씨·64)

경향신문은 지난 2월27일 ‘보수 민심의 바로미터’로 여겨지는 대구를 찾았다. 최근 주요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최저 수준으로 내려앉았고, 전통적 보수 강세 지역인 대구·경북(TK)에서도 더불어민주당과 접전 양상을 보였다. 대구 서문시장 등에서 만난 시민들의 목소리는 이 같은 국민의힘의 위기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거부한 데 대한 비판 여론이 적지 않았고,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 전 대통령의 1심 무기징역 선고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반응이 많았다. 6·3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후보에 표를 던지겠다는 의견과 다른 후보를 뽑겠다는 의견이 비등하게 나타났다.

서문시장에서 잠옷을 파는 A씨(56)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투표하지 않을 생각이다. “꼴 보기 싫다 아이가. 국민의힘도 뭘 그리 잘했노. 장동혁은 유튜브 가가 놀고 있노, 와 내란 사과를 안 하노. 민주당이 심했다 카더라도, 계엄까지 가는 건 아니지 않나. 저번에 장동혁이 서문시장 왔을 때 좀 쎄하더라 아이가. 대구 사람들, 국민의힘한테 등 좀 돌렸을 기다.” A씨는 윤 전 대통령의 무기징역 선고에 대해 “사형을 때려야 한다”며 “난 누구보다 윤석열 잘하라고 대통령으로 뽑아줬는데 미친 짓을 해 이재명 대통령을 대통령 시켜줬다”고 말했다.

수건 가게를 운영하는 조구현씨(79)는 “안에서 자기들끼리 싸우기나 하고 부아가 치밀어 얼마 전에 국민의힘 탈당 신청서를 냈다”고 말했다. 그는 “윤석열이 택도 없이 계엄을 (선포)해서 국민들을 전부 다 골탕 먹여버렸다”고 말했다.

상인 B씨는 국민의힘에 대해 “뭉쳐야 하는데 자꾸 쫓아내고 자리싸움밖에 더 하고 있냐”며 “장동혁이 경륜이 없으니 전한길, 고성국 등 유튜버만 믿고 정치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전 국민을 보고 선거를 해야 하는데, (국민의힘은) 끝났다. 대구도 뺏길 것”이라고 말했다. B씨는 윤 전 대통령 무기징역 선고에 대해서는 “잘못했으니 (벌을) 받아야 한다”며 “자기 밑에 수십명 사람들이 어려움을 겪는데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없다. 진작에 절연을 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2월27일 대구 동성로 거리에 시민들이 걷고 있다. 김병관 기자

서문시장 인근에서 만난 윤모씨(73)는 국민의힘을 두고 “단합이 돼야 하는데 서로 물고 뜯고 있다”며 “한동훈은 배신자고, 장동혁도 꼴 보기 싫다. 지금 나라에 인물이 없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여기는 국민의힘 밖에 인물이 없다”며 이번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후보를 뽑겠다고 했다.

직장인 김모씨(32)는 “국민의힘이 선거를 앞둔 정당이 맞을까 싶을 정도로 민심과 정반대로 가고 있다”며 “주변 어른들도 요새 국민의힘 보면 찍어줄 마음이 없다는 말씀을 많이들 하신다”고 말했다. 김씨는 장 대표의 윤 전 대통령 절연 거부에 대해 “탄핵이 됐으면 끊을 건 끊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다”며 “그전에는 사법부 판결을 존중한다 해놓고 판결이 나오니 1심일 뿐이라고 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지방선거를 두고 “아직 대구는 보수 정당 후보가 당선되지 않을까 싶다”며 “민주당 득표율은 올라갈 것 같다”고 말했다.

자영업자 C씨(33)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를 뽑겠다고 했다. 그는 “국민의힘에 너무 실망했고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의힘에 대해 “위헌 정당이고 해체해야 한다”며 “장동혁이 윤석열을 못 버리면 지방선거에서 질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국민의힘 소속으로 대구시장 출마를 선언한 데 대해 “우리를 얼마나 무시하면 저러나 싶다”며 “괘씸해서 더 안 뽑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동성로에서 만난 김모씨(66)는 장 대표에 대해 “잘한다. 그런 분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지방선거에 대해 “민주당은 공천헌금을 받았는데, 국민의힘은 그런 더러운 짓을 안 한다”며 “대구·경북은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당선 안 된다. (보수층이) 똘똘 뭉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반응이 눈에 띄었다. 동성로에서 만난 류모씨(49)는 “처음에 대통령 될 때는 불안했는데 잘하고 있는 것 같다”며 “기업에 지원을 많이 해주고 외교를 잘 한다”고 말했다. 대학원생 박모씨(26)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이 있었는데 대통령 말 한마디에 국민들이 주식에 투자하면서 상황이 바뀌는 것을 보면, 지금까지 보수 정권·정당은 뭘 했나 생각이 든다”며 “국민의힘은 이재명이 대통령 자리에서 내려와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국민 대부분은 공감을 못한다”고 말했다.

지난 2월27일 대구 동대구역에서 시민들이 기차를 기다리고 있다. 김병관 기자

대구 | 김병관 기자 bgk@kyunghyang.com, 이보라 기자 purp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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