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 급등·대출규제 발목… 첫삽 못뜨는 재개발·재건축 속출
수도권 알짜부지 공공개발 1·29대책
민간정비사업 병행해야 공급 시너지
정부, 대출한도 제한·이주비까지 규제
공사비는 자재비 급등 3∼4년 새 1.5배 ↑
강남 등 요지 3.3㎡당 1000만원 육박
철거·이주 마치고도 착공 지연 잇따라
늘어난 사업기간 분담금 인상 ‘악순환’
“금융부담·공공기여 손질… 사업성 높여야”
이재명 대통령이 선포한 ‘부동산과의 전쟁’은 성공할 수 있을까.

◆‘핵심지 집중’ 승부수 띄운 정부
1·29 대책은 서울·수도권 도심 핵심지 공공 부지를 활용해 약 6만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정부는 용산 국제업무지구와 캠프킴, 노원 태릉CC, 과천 경마장·방첩사 부지 등 입지 선호도가 높은 지역에 물량을 집중 배치했다. 유휴 군부지와 공공청사, 연구시설 등을 복합개발해 주택을 공급하고 일부 지역은 신규 공공주택지구로 속도를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착공 가능한 물량을 중심으로 내년부터 순차로 추진할 계획이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수요가 집중된 서울 도심에 공공이 보유한 우량 부지를 활용하겠다는 점에서 공급 의지를 분명히 한 정책”이라며 “상급지 선호로 왜곡된 시장 구조를 정면으로 겨냥한 조치”라고 말했다.
서울 도심 내 공급 시그널을 준 점에선 의미가 있으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서진형 광운대 교수(부동산법무학)는 “해당 부지들은 토지 정비와 인허가, 이해관계 조정 등 절차를 거쳐야 해 실제 입주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며 “공공 공급 확대와 함께 민간 정비사업을 병행하는 투트랙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주비 만기 ‘초읽기’… 금융규제 변수
서울 공급의 핵심 ‘키’를 쥔 민간 정비사업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관리처분인가 이후 이주와 철거를 마친 사업장에서조차 현 정부의 금융규제에 막혀 착공 단계로 넘어가지 못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서울 은평구의 한 재개발 구역 조합원 A씨는 지난달 26일 통화에서 “이주한 지 3년이 다 돼가는데 아직 첫 삽도 못 떴다. 이주비 만기부터 걱정해야 할 상황”이라며 이주비 대출 만기가 다가오는 가운데 공사비 상승과 분담금 부담까지 겹치면서 사업 속도는 좀처럼 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주비 대출이 5년 만기라 내년이면 상환 시점이 돌아온다”며 “금리가 6% 수준으로 이자 부담이 적지 않다”고 토로했다.

누적된 금융비용은 총사업비를 부풀리게 되고 결국 조합원 분담금 인상 압박으로 이어진다. 주거환경연구원이 얼마 전 발표한 ‘2025년도 공사비 및 시공사 선정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정비사업지의 평균 공사비는 3.3㎡당 808만원으로 집계됐다. 강남구 등 서울 주거 선호지역 12곳의 평균 공사비는 3.3㎡당 976만원에 달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3∼4년 전 계약 당시 공사비가 3.3㎡당 600만∼700만원대였던 사업장들이 착공 시점에는 물가 상승과 자재비 인상 등을 반영해 900만∼1000만원대로 올라가기 일쑤”라고 말했다.

지난해 9·7 공급대책의 후속 입법으로 재개발·재건축 절차 단축을 골자로 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도정법)이 지난달 1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통과됐다. 사업시행계획과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병행하고 총회 개최 횟수를 줄이는 등 행정 절차를 간소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정비사업을 통해 공급 효과를 보려면 기존의 금융규제부터 완화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정비사업은 관리처분인가 이후 이주비 대출 규제, 분양가 상한제, 전매 제한,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 등 금융·분양·거래 규제가 동시에 적용되는 구조다. 절차를 일부 단축하더라도 자금 조달과 사업성 문제가 풀리지 않으면 실제 착공으로 이어지기가 어렵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비사업은 결국 사업비를 줄이거나 수익을 늘리는 구조로 가야 분담금 부담을 낮출 수 있다”며 “인허가 절차 단축은 일부 도움이 되겠지만 금융 부담과 공공기여 구조를 함께 손보지 않으면 체감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신진영 기자 sj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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