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두로·하메네이 제거 목격한 김정은···‘참수작전’ 공포감에 북·미 대화 나서나

곽희양 기자 2026. 3. 2.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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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가장 추악한 주권침해” 미국 고강도 규탄
사실상 핵보유국, 유사한 정권교체 가능성 낮지만
적잖은 충격 받았을 듯···최근 경호 신경쓰기도
“대화 외 퇴로 없어” “핵고도화 집중” 전망 분분
지난 2월25일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열린 북한 노동당 제9차 대회 기념 열병식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오른쪽)과 그의 딸 주애가 열병식을 바라보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은 1일 이란을 향한 미국과 이스라엘의 군사공격에 대해 “불법무도한 침략행위이며 가장 추악한 형태의 주권침해”라고 밝혔다. 지난 1월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축출된 데 이어 두 달 만에 미국이 이란에 대한 전격 군사작전에 돌입해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를 제거한 상황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공포감으로 다가왔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일이 북·미 대화의 가능성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북한은 이날 외무성 대변인 명의의 담화를 통해 “이기적, 패권적 야욕 달성을 위해서라면 군사력의 남용도 서슴지 않고 있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후안무치한 불량배적 행태를 가장 강력한 어조로 규탄한다”고 밝혔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외무성 대변인은 “폭제의 강권과 전횡은 지역정세의 당사국들이 값비싼 대가를 치르게 만들고 있다”며 “현 이란 사태와 무관한 지역에 정치경제적으로, 지정학적으로 무시할 수 없는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고 밝혔다.

외무성 대변인은 “그 무엇으로써도 정당화될 수 없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침략전쟁 행위는 그 어떤 경우에도 용납될 수 없다”며 “지역의 당사국과 이해 관계국들이 중동 정세 흐름의 본도를 평화와 안정에로 되돌려 세우는데서 응당한 책임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외무성 대변인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을 언급하거나 그에 대해 직접적인 비난은 내놓지 않았다. 북한은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선 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직접적인 비난은 내놓지 않고 있다.

미국이 군사 공격을 통해 김 위원장을 제거할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가 나온다. 베네수엘라·이란과 달리 북한은 약 50개의 핵탄두(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 추정치)를 보유하고 있다. 북한은 중국과 러시아를 우방국으로 두고 있고 한국이 미국의 군사 공격에 동의할 가능성도 매우 낮다. 전봉근 한국핵정책학회 회장은 “북한은 핵을 보유하며 강대국 세력권 경쟁의 한복판에 놓여있는 자신들의 위상이 베네수엘라·이란과는 다르다고 인식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베네수엘라·이란 지도자의 제거는 김 위원장에게 충격으로 인식됐을 가능성이 높다. 북한은 최근 2~3년 김 위원장을 경호·호위하는 기관 4곳 중 3곳의 책임자를 교체했다. 한·미연합훈련의 일환으로 진행된 참수작전(지휘부 체포·제거 작전)이나 미국이 전략자산 전개를 고려한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이런 흐름에서 김 위원장이 느낀 위협·공포감이 그를 오는 4월 북·미 정상회담에 이끌게 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31일부터 내달 2일까지 중국을 방문한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폐막한 9차 당대회에서 핵보유국 인정을 전제로 한 대화 의사를 재차 밝혔고, 미 백악관은 지난달 26일(현지시간) “어떤 전제조건 없는 대화에 여전히 열려 있다”고 화답한 바 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같은 반미 국가인 이란은 군사공격을 하는 데 반해 북한만 계속 포용할 것이냐는 미국 내 여론이 조성될 수 있다는 것을 북한도 인지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도 “러·우 전쟁이 종식되면 북·러 관계가 이완돼 북한에 불리해지게 되고, 북·중 관계도 나아지지 않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 임기 후반부로 갈수록 협상 기회가 줄어든다는 점을 고려하면 김 위원장에게 대화 이외의 퇴로는 없다”고 말했다.

반면 북한을 협상의 장에서 뒷걸음질 치게 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군사 공격을 협상의 지렛대로 사용할 수 있는 미국을 상대로 불리한 위치에서 협상하기보다는, 핵 무력을 고도화하는 게 더 유리하다고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이란 사태의 장기화로 북핵 협상이 미국의 우선순위에서 멀어질 수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핵보유를 통해 전략적인 지위에 얻게 됐다고 판단한 북한은 이미 제시한 ‘핵보유국 지위 인정 전제 대화’라는 협상의 기준선을 넘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2018년 6월 12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호텔에서 만나 인사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곽희양 기자 huiy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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