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쇼핑 에이전트 사용 후기…"챗GPT 쇼핑보다 편하다"
윤석진 기자 2026. 3. 2. 06:00

'네이버플러스 스토어' 앱에 접속해 '가방'을 입력했다. AI는 더 자세히 물어봐 달라고 요구했다. 남자, 40대, 단색, 가벼움, 가죽, 실용성, 가격 10만원 언더를 추가로 써넣었다. AI는 리뷰 평점 4.79에 검은 가죽 소재의 서류 가방을 추천했다. 가격은 3만 8000원. 10만원 언더란 요구에도 넉넉하게 부합했다.
이번에는 각종 지병에 시달리고 있는 20대 지인에게 선물을 준다고 가정했다. 작은 키, 수족냉증, 평발, 당뇨병 환자, 예민한 성격, 10만원 언더 등 일부러 까다로운 주문서를 적어 넣었다. AI는 아까보다 몇 초 더 고민하더니, 천연 가죽 가방과 향수를 제안했다.
그런데 제품 사진 밑에 달린 부연 설명이 좀 이상하다. '자석형 잠금 방식이라 손쉽게 열 수 있어 평발과 당뇨병으로 발에 무리를 주지 않는다.' '향수는 상큼한 향으로 겨울철 차가운 손발을 생각나게 하는 시원한 기분을 선사한다.'
상품의 특성과 건강 상태를 억지로 연결한 티가 역력했다. 이 쇼핑 에이전트가 할루시네이션(오류)이란 고질병을 안고 있는 생성형 AI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상품의 특성과 건강 상태를 억지로 연결한 티가 역력했다. 이 쇼핑 에이전트가 할루시네이션(오류)이란 고질병을 안고 있는 생성형 AI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애초에 요구가 과하긴 했다. 그런 20대가 실제로 존재한다면 친동생이나 어머니조차 선물을 고르다 생각이 엉켰을 것이다. 지난 26일 네이버가 선보인 쇼핑 에이전트는 이런 귀여운 오류만 제외하면 제법 쓸 만했다. 이용자가 제시하는 키워드를 반영해 수천, 수만가지의 선택지를 두세 개로 추리는 데 능했다.
기존 네이버 쇼핑 데이터를 끌어와 동일한 브랜드 제품을 먼저 추천하는 센스도 있다. 가령, 도루코 면도기를 구매했던 이용자에겐 질레트나 브라운보다 도구코 브랜드를 상위에 노출시켜 준다. 익숙함이란 감정이 구매욕을 자극한다는 걸 알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편리했다. AI 추천을 통해 마음에 드는 물건을 찾았다면, 플랫폼 밖으로 나갈 필요 없이 결제 까지 원스톱으로 진행할 수 있다. '검색-추천-결제'로 이어지는 인터넷 쇼핑 전 과정이 한 공간에서 이뤄진다. 이는 챗GPT 쇼핑이 제공하지 못하는 편리함이다.
지난 23일 오픈AI의 챗GPT 또한 맞춤형 쇼핑 서비스를 선보였다. '앱스 인 챗GPT'에 전용 앱 '카페24'를 연동했다. 이용자가 뭘 추천해 달라고 요청하면 AI가 카페24 기반 쇼핑몰들의 상품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적합한 제품을 제안한다. 단, 결제하려면 외부 쇼핑몰로 이동해 따로 회원가입과 로그인을 거쳐야 한다. 편의성만 놓고 보면 네이버 쇼핑 에이전트의 압승인 셈이다.
그러나 대화읠 질 측면에선 챗GPT가 앞선다. '못생긴 친구에게 줄 선물을 골라 달라'고 요청하면 네이버는 바로 몇 가지 선물을 제시한다. 챗GPT는 그 친구가 이용자와 얼마나 가까운 사이인지, 남자인지 여자인지, 자존감이 높은지 낮은지 등을 꼬치꼬치 캐묻는다. 네이버 AI에게 대화는 물건을 팔기 위한 수단이지만, 챗GPT에겐 목적 그 자체 같다. 물건을 파는 데는 별 관심이 없어 보일 정도다.
두 회사의 기술력을 논하는 게 아니다. 애초에 챗GPT는 범용 AI로 수다를 떠는 데 적합하도록 설계됐다. 네이버 쇼핑 AI 에이전트는 오직 쇼핑에만 복무하도록 다듬어진 버티컬 AI다. 네이버 클로바X라는 범용 AI의 DNA 가운데 쇼핑 요소 만을 이식했다. 그 때문인지 네이버 쇼핑 에이전트는 베테랑 쇼핑몰 직원 같고, 챗GPT는 휴학 중 등록금을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똑똑한 대학생 같다.
모든 플랫폼 서비스가 그렇듯이, 두 쇼핑 에이전트는 진화할 것이다. 지금은 수족냉증인 사람에게 상큼한 향의 향수를 추천하는 엉뚱함을 보이지만, 이용자 데이터가 축적되고 추천 알고리즘이 정교해지면 내 생각보다 더 적합한 제품을 제안할 것이다. 나아가 이용자가 검색하기도 전에 필요를 예측해 먼저 상품을 권하는 단계에 이를지도 모른다. 우리가 고민해야 할 것은 어떤 선물을 살지가 아니라, 어떤 쇼핑 에이전트를 선택할지일 것이다.
윤석진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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