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아웃'된 공직자와 '복지 국가'의 내일[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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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청와대 시무식에서 나온 이재명 대통령의 "공무원은 퇴근 시간이 없다"는 발언이 관가에서 화제가 됐다. 병오년(丙午年) 새해를 맞아 공직자의 책임과 헌신을 강조하려는 취지였을 것이다.
이는 화마와 싸우며 사선을 넘나드는 소방공무원(약 44%)보다도 현저히 높은 수치라고 하는데, 복지부 공직자들이 사실상 행정적 사선 위에서 소진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대한민국 공무원들은 책임을 회피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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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청와대 시무식에서 나온 이재명 대통령의 "공무원은 퇴근 시간이 없다"는 발언이 관가에서 화제가 됐다. 병오년(丙午年) 새해를 맞아 공직자의 책임과 헌신을 강조하려는 취지였을 것이다. 그러나 현장을 지키는 공무원들에게 이 말은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비장한 각오를 다지는 구호라기보다, 우리 행정이 처한 구조적 한계를 드러내는 위기 신호로 읽힌다.
중앙부처, 특히 보건복지부의 행정은 이미 감당하기 어려운 임계점에 도달했다.국회 요구자료와 국정감사 대응, 국정과제 이행, 예산 편성과 집행, 법안 검토와 이해관계자 조율 등 파도처럼 밀려오는 현안 속에서 각 부서 실무자들은 늘 최전선에 서 있다. 결정된 정책은 위에서 내려오지만, 그에 따른 실무적 책임과 감정적 소모는 하부 조직과 실무자들에게 집중되는 구조다.
이러한 상황과 그에 따른 부담은 객관적 수치로도 증명된다. 김종민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보건복지부의 1인당 업무량은 다른 부처 대비 두 배 이상 높고, 국회 제출 자료와 입법 현황 등 주요 지표에서도 평균의 2~3배를 상회한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인력 구조의 기형성이다. 부처 특성상 복지부는 업무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지만, 정원 증원은 충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에 따라 실제 가동 인력인 '현원(現員)'이 법정 '정원(定員)'을 상시 초과하는 비정상적 운영 체제를 이어오고 있다.
정원이 현실의 업무량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니, 실무자들은 마땅히 주어져야 할 승진 기회에서도 소외된 채 과도한 업무 대행과 공백 메우기에 내몰린다. 2025년 실시된 '마음건강 진단' 결과가 이같은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복지부 본부 직원의 약 75%가 우울·불안 위험군으로 분류됐는데, 이는 결코 우연이 아니다. 이는 화마와 싸우며 사선을 넘나드는 소방공무원(약 44%)보다도 현저히 높은 수치라고 하는데, 복지부 공직자들이 사실상 행정적 사선 위에서 소진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금까지 우리 사회는 '복지부는 원래 힘든 곳'이라는 관성 섞인 시선으로 이들의 희생을 당연시해 왔다. 하지만 정책의 품질이 담보되지 않는 것은 실무자의 역량 부족 때문이 아니다. 앞서 밝힌 것처럼 실제 업무량과 조직 정원이 따로 노는 구조적 한계 때문이다. 이제는 단순히 정원을 늘려달라는 호소가 아니라, 137조 원에 달하는 예산과 국민의 전 생애를 책임지는 조직에 걸맞게 실제 업무 과중도를 반영한 '정원 배분과 조직 재설계'를 단행해야 한다.
대한민국 공무원들은 책임을 회피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 책임을 개인의 사명감과 헌신으로만 갈음하려 한다면, 행정 구조의 근본적 개선은 요원해진다. 감당할 수 없는 책임은 결국 행정의 질적 저하를 낳고, 그 피해는 궁극적으로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뿐이다.
공무원은 공직자이기 이전에 노동자다. 노동절에 공무원의 휴식권을 이야기하는 것은 단순한 권리 주장을 넘어서는 근본적 물음이다. 공직사회의 붕괴를 막고 국가 행정 시스템을 정상화하기 위한 절박한 호소다. '번아웃'된 공직자가 만든 정책이 국민의 삶을 따뜻하게 보듬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정승문 보건복지부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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