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호르무즈 봉쇄, 월요일 금융시장 어디까지 흔드나[천조국 리포트]

염현석 기자 2026. 3. 2. 0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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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크 프리미엄에 국제유가 10% 급등도 발생 가능"
호르무즈 봉쇄로 하루 1000만배럴 손실
인플레로 이어질 경우 금리 인상될 수도
사진=미국 백악관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

(뉴욕=머니투데이방송) 염현석 특파원=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현실화되면서 월요일 글로벌 금융시장이 다시 ‘지정학 리스크 모드’로 진입할 전망이다. 시장의 1차 반응은 국제유가 급등이다. 전문가들은 개장 직후 불확실성이 확대되며 이른바 ‘리스크 프리미엄’(위험이 커질 때 추가로 붙는 가격)이 붙어 유가가 단기적으로 10% 안팎 급등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 다만 진짜 변수는 봉쇄의 강도와 지속 기간이다.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1970년대형 에너지 쇼크의 전조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헤드라인만으로도 뛴다"…리스크 프리미엄의 속도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해상 원유 물동량의 약 30%가 통과하는 전략적 요충지다. 하루 약 1,000만~1,300만 배럴이 이 해협을 지난다.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 등 주요 산유국의 수출 물량이 이 길을 통해 아시아와 유럽으로 향한다. 전 세계 물류나 에너지 공급이 지나가는 길목 중, 좁고 대체가 어려워 막히면 전체 흐름에 큰 충격을 주는 전략적 요충지이다.

이 때문에 ‘봉쇄’가 실제로 실행되지 않더라도 위협만으로 가격은 튄다. 그런데 이번엔 봉쇄가 선언되며, 불확실성이 한 단계 현실 변수로 올라섰다. 구체적으로 전쟁위험 보험료가 급등하고, 선사들이 일시적으로 운항을 중단하거나 우회하면 현물 시장은 즉각 경색된다. 금융시장은 이런 변화를 가장 먼저 선물 가격에 반영한다.

실제 이란이 호르무즈 해볍 봉쇄를 선언하면서 위협이 아닌 실제 상황으로 다가오면서 월요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 재개와 동시에 매수세가 몰릴 경우, 유가는 단번에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할 수 있다. 이는 ‘공급 차질이 확정됐다’기보다는 ‘차질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확률을 가격에 반영하는 과정이다. 이른바 헤드라인 리스크가 실물 수급보다 먼저 움직이는 국면이다.

◆최악의 경우 하루 1000만배럴 손실…'100달러' 시나리오는?
시장 참여자들이 가장 우려하는 건 부분적 통항 제한이 아닌 ‘실질적 봉쇄’다. 만약 이란이 군사적 수단으로 통항을 차단하거나, 기뢰·미사일 위협이 상시화돼 선박 운항이 중단된다면 하루 최대 1000만배럴 규모의 공급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에 대한 공격을 개시한 28일(현지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 곳곳에서 연기가 발생하고 있다. AFP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입수한 사진을 별도로 확인했다고 전했다. 2026.2.28 ⓒ AFP=뉴스1

이 정도 규모는 글로벌 원유 수급 균형을 단번에 무너뜨릴 수 있다. 현재 브렌트유가 배럴당 70달러 초중반 수준에서 형성돼 있다고 가정하면, 단기간에 90달러를 넘어 100달러선까지 치솟는 시나리오도 현실적 변수로 거론된다.

더 나아가 사우디 등 걸프 지역의 정유·수출 인프라까지 공격받는 확전 국면으로 번질 경우 충격은 배가된다. 1973년 아랍 오일쇼크와 1979년 이란 혁명 당시처럼, 단순 가격 상승을 넘어 에너지 수급 자체가 정치·군사 변수에 종속되는 상황이 재현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특히 LNG 수출이 막히면 유럽·아시아 가스 가격도 동반 급등해 전력 요금과 산업 비용 전반에 2차 충격을 줄 가능성이 있다.

◆인플레 재점화 땐 금리 경로 흔들
금융시장의 반응은 복합적이다. 초기에는 위험회피 심리가 강해지며 달러와 금 같은 안전자산이 강세를 보일 수 있다. 국채 역시 단기적으로는 매수세가 유입되며 금리가 하락할 여지가 있다.

그러나 유가 상승이 수주 이상 지속될 경우 이야기는 달라진다. 에너지 가격은 운송비와 제조원가를 통해 소비자물가에 빠르게 전이된다. 이미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을 이어가고 있는 미 연준(Fed) 입장에선 부담이 커진다.

만약 에너지발 인플레이션이 재점화되면, 시장이 기대하던 금리 인하 시점은 뒤로 밀릴 수 있다. 심지어 물가 기대가 재차 상승할 경우 추가 긴축 가능성까지 거론될 수 있다. 주식시장에는 이중 압박이다. 비용 상승과 할인율 상승이 동시에 작용하기 때문이다. 항공·운송·소비재 업종은 타격을 받을 수 있는 반면, 에너지 기업과 방산 관련주는 상대적 강세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

결국 핵심은 ‘레벨’이 아니라 ‘지속 기간’이다. 군사적 긴장이 단기에 봉합되고 통항이 정상화된다면 리스크 프리미엄은 빠르게 소멸할 수 있다. 하지만 전면 봉쇄로 이어지거나 확전 양상으로 번진다면, 월요일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감은 시작에 불과할 수 있다.

염현석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