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메네이 죽었다” 한쪽선 환호, 한쪽선 눈물… 확전 공포도 커져

이기우 기자 2026. 3. 2.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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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현지·외신 반응

이란 정부가 1일(현지 시각)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87) 사망을 공식 확인하자 수도 테헤란을 비롯한 이란 주요 도시에선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차량 경적을 울리며 환호하는 모습이 목격됐다. 반면 이란 정권 지도부와 이슬람혁명수비대 등이 미국과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을 공언하면서 확전 가능성을 우려하는 분위기도 감지됐다.

◇“아파트 단지 새벽 내내 환호성”

“여동생에게 걸려온 전화를 받자마자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하메네이가 죽었다는 뉴스가 나오자 테헤란 아파트 단지가 새벽 내내 환호성으로 가득 찼답니다.” 한국에서 유학 중인 이란인 A(27)씨는 이날 본지 통화에서 하메네이 사망 소식이 알려진 후 이란 현지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A씨는 “이란에 있는 여동생은 미국·이스라엘의 공습이 시작된 어제부터 한숨도 못 잤다고 한다”며 “전쟁이 계속될까 불안은 여전하다. 그러나 우리에겐 ‘이슬람 공화국’이 유지되는 게 더 공포스럽다”고 했다.

희비 갈린 이란인들 지난달 28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최고 지도자 하메네이가 사망했다고 밝히자 미국 버지니아에 사는 이란인들이 기뻐하고 있다(위쪽 사진). 아래쪽 사진은 1일 이란의 수도 테헤란 엔켈랍 광장에 모인 시민들이 하메네이의 사진을 들고 우는 모습./로이터 연합뉴스

테헤란·카라지·시라즈 등 이란 현지에서도 주민들이 환호하는 모습이 포착됐다고 외신은 전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이란 내 국영통신망과 휴대전화 서비스가 두절된 상태인 만큼 (하메네이 사망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을 즉각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도 “현지 주민들과 화상 통화 등을 통해 축제 행진이 벌어지고 있는 장면을 확인했다”고 했다. 소셜미디어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감사를 표하거나, 미국에서 망명 생활 중인 팔레비 왕정의 마지막 왕세자였던 레자 팔레비의 복귀를 촉구하는 게시물들이 잇따라 올라왔다.

영국 스카이뉴스는 이란 주민들이 “트럼프 사랑해”라고 외치거나 미국의 공습 소식에 환호하며 자동차 경적을 울리는 모습 등을 전하며 “잇따른 학살을 겪은 뒤 정권에 극도로 반감을 표한 시민들이 이번 공격을 정권 교체의 기회로 보고 있다”고 했다.

이날 본지가 접촉한 재한(在韓) 이란인들도 하메네이 사망이 정권 교체로 이어지길 기대하는 분위기였다. 한국에 온 지 7년이 됐다는 이란인 아르신 자레(35)씨는 “이란 국민의 의지를 바탕으로 한 새로운 미래를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에서 4년째 유학 중인 이란 대학생 B씨는 “미국의 공격을 받았는데도 이란 사람들이 행복해하고 있다”며 “이란 시민들의 자유를 앗아가고 학살한 하메네이 정권이 몰락의 길에 들어섰기 때문”이라고 했다. 재한 이란인 100여 명은 이날 밤 9시 서울 성동구의 한 술집에 모여 축하 파티를 열었다.

◇“환호하던 시민 피격 소문도”

이런 가운데 이란 정권 지도부와 이슬람혁명수비대가 보복 의지를 천명하면서 현지에선 불안과 공포 분위기도 함께 감지됐다. 테헤란에선 “공습을 벌인 미국과 이스라엘에 복수해야 한다”는 집회도 열렸다. 일부 집회 참가자는 이란 국기와 하메네이의 얼굴이 그려진 포스터를 흔들며 ‘복수’를 외쳤고, 성조기를 게양한 광고판에 빨간색 래커로 ‘X’ 자를 칠하기도 했다. 한 이란 매체가 소셜미디어에 올린 동영상에는 눈물을 흘리며 머리나 가슴을 때리거나 무릎을 꿇고 통곡하는 이란 국민들의 모습이 담겼다.

한국에서 유학 중인 한 이란인 대학생은 본지에 “거리에서 환호하던 일부 시민이 혁명수비대에 총격을 당했다는 소문이 현지에서 돌고 있다”고 전했다. 테헤란에서는 외출 자제령이 떨어졌고, 쌀과 우유 등 식료품 사재기 움직임도 일고 있다고 한다. 한국영상대학교 교수로 있는 이란인 코메일 소헤일리(40)씨는 “미사일이 진정한 평화를 불러온 경우는 없기에 걱정이 많다”고 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민간인 피해가 발생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이란 국영 언론 등은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 남부 미나브의 한 여자 초등학교를 폭격해 150명에 가까운 학생들이 숨졌다고 보도했다. 이를 두고 한 재한 이란인은 “최근 이란에선 자녀를 몇 주간 학교에 보내지 않았다고 한다”며 “학교에 학생들이 몰려 있다가 숨졌다는 것을 믿기 어렵다”고 했다.

미국의 이란 공습 여파로 두바이 등 중동 거점 공항을 경유하는 항공편이 대거 취소되면서 여행객들의 발이 묶였다. 몰디브에서 신혼여행을 마친 뒤 두바이를 경유해 귀국할 예정이었던 직장인 C(31)씨는 현지에서 이란 사태 여파로 항공권이 예고 없이 취소돼 홍콩을 경유하는 대체 항공편을 구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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