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거친 바람에도 굳건히 서 있던 강수진의 발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발을 꼽으라면 단연 그의 발일 것이다. 옹이처럼 불거진 뼈와 굳은살, 짓물러 터진 발가락. 그 ‘훈장’ 같은 사진은 무대 위 고고한, 혹은 고상한 자태를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 혹독한 훈련을 견뎠는지 가늠케 한다. 하지만 지난 3년간 국립발레단 소식지를 만들며 마주한 강수진 단장은 그 전설적인 발의 이미지와는 또 다른 결의 감동이었다.

인연이 깊어진 건 최근 1년 사이다. 첫해엔 가벼운 인사만, 이듬해엔 짧은 대화를, 지난해에야 긴 인터뷰를 나누며 비로소 ‘인간 강수진’을 만났다. 무대 위 화려한 주역이나 매체 속 완벽한 예술 행정가의 모습 대신, 내 눈에 들어온 건 늘 화장기 없는 민낯의 모습이었다. 단원들과 똑같은 단복과 연습복 차림으로 연습실에서 땀 흘리는 모습은 생경하면서도 강렬했다. 특히 ‘꿈나무교실’ 공연 후 아이들에게 둘러싸여 있을 때 자상한 눈빛은 잊히지 않는다. 지역의 소외된 아이들에게 무료로 발레를 가르치고 무대 기회까지 주는 그 프로그램에서 그는 아이들 한 명 한 명과 눈을 맞추며 진심 어린 격려를 건넸다.
그가 12년의 공직을 마치고 후학 양성의 길로 들어선다고 한다. 2014년 취임 이후 네 차례 연임. 국립예술단체장으로 12년 연속 재임은 전무후무한 기록이다. 네 번의 정권을 거치는 동안 국립발레단을 지켰다는 사실 또한 의미심장하다. 공공 예술기관장의 자리는 때로 전문성보다 다른 기준에 의해 흔들리곤 한다. 그런 환경 속에서 잡음 없이, 오직 실력과 성과로 자신의 존재 가치를 증명해 냈다는 점은 가볍지 않다.

그가 이제는 쉬고 싶다는 말을 꺼냈을 때, 처음엔 마음 한구석이 아릿했다. 하지만 이내 안도감이 찾아왔다. 아이들을 바라보던 그의 눈빛에서 자애로운 스승으로서 그의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한편으론 그의 빈자리를 보며 간절히 바라본다. 정치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오직 전문성으로 단체를 이끌 수 있는, ‘제2의 강수진’ 같은 적임자가 오기를 말이다. 단체장 자리가 전리품이 아니라, 예술가들의 땀방울을 지켜내는 방패가 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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