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BA WC 현장] '치욕'이라 부르지 마라, 오키나와엔 옵션 없는 팬심과 뜨거운 성장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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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배보다 더 오래 남는 순간이 있다.
"과격한 세리머니보다 감정을 누르고 경기에 임할 때 더 좋은 결과가 나온다는 것을 배웠다"는 이현중의 말에서, 한국 농구를 이끌 차세대 리더의 성숙함을 엿볼 수 있었다.
오는 7월 다시 타오를 희망을 위해 이현중은 스스로를 "여전히 배워야 할 점이 많은 선수"라고 낮췄지만, 오키나와에서 보여준 리더십과 팬들의 무조건적인 응원은 이미 승패 이상의 가치를 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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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스켓코리아=오키나와/김채윤 기자] 패배보다 더 오래 남는 순간이 있다. 결과가 아니라 그날 느꼈던 감정이다.
한국 남자 농구 대표팀(이하 한국)은 1일 일본 오키나와 아레나에서 열린 FIBA 농구월드컵 아시아 예선 B조 윈도우 2에서 일본 대표팀(이하 일본)에 72-78로 패했다. 잡을 수 있는 경기였기에 더욱 아쉬움이 컸다.
그러나 3·1절이라는 특수성, 일본에서 열린 한일전이라는 점에서 경기 직후 여러 매체에서 ‘삼일절 굴욕, 치욕’이라는 자극적인 내용을 뽑아냈다.
40분이 지나고 남은 스코어보드의 숫자와 날짜의 상징성만 본다면 쉬운 선택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장을 가득 메운 9,000명의 관중 사이, 고작 100여 명 남짓한 태극기 물결 속에 서 있었던 이들이라면 감히 ‘치욕’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릴 수 없다.
오키나와에는 패배의 굴욕 대신, 한국 농구의 미래를 짊어진 젊은 피들의 뜨거운 성장통과 조건 없는 팬심이 가득했기 때문이다.

이번 대표팀의 평균 연령은 눈에 띄게 낮아졌다. 그 속에서 에이스 이현중은 어느덧 팀의 중심인 ‘중참’ 역할이 됐다. 경기 후 만난 이현중은 패배의 아쉬움에 유니폼을 찢을 정도로 분개하면서도, 코트 위에서는 누구보다 차분했다.
특히 에디 다니엘과 같은 어린 선수들이 넘치는 에너지로 플레이할 때, 이현중은 “흥분하지 마”라는 말 대신 “지금 너무 잘했어! 근데 조금만 calm down! 조금만 더 냉정하게 해보자”라며 독려했다. 과거 본인이 겪었던 시행착오를 동생들이 겪지 않게 하려는 배려였다.
이현중은 소속팀 동료 바바 유다이와의 매치업에서도 개인적인 감정보다 팀의 승리만을 생각했다. “과격한 세리머니보다 감정을 누르고 경기에 임할 때 더 좋은 결과가 나온다는 것을 배웠다”는 이현중의 말에서, 한국 농구를 이끌 차세대 리더의 성숙함을 엿볼 수 있었다.

한편, 이번 경기를 위해 울산, 의왕, 서울 등 전국 각지에서 오키나와로 모인 팬들은 왕복 60만 원에 달하는 비용을 기꺼이 지불했다.
9,000석을 가득 채운 일본 관중의 일방적인 응원 속에서도 원정 벤치 뒤에 걸린 커다란 태극기는 선수들에게 고립무원이 아님을 알리는 등불이 됐다.
스포츠 선수의 연봉에는 여러 조건과 옵션이 붙지만 팬들의 마음에는 옵션이 없다.
경기 후 한국 선수단의 퇴근길을 지킨 익명의 팬은 “솔직히 대만전을 보고 기대를 접고 왔다. 그런데 오늘 경기는 온 게 전혀 아깝지 않을 만큼 훌륭했다. 그리고 7월에는 다 이겨줄 것 같다”라며 “선수들이 고개숙이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이야기했다.
선수들이 존재하는 이유는 바로 이런 팬들이 있기 때문이다. '치욕'이라는 단어로 선수들의 투혼을 깎아내리기엔 팬들이 목격한 희망의 크기가 너무나 컸다.
오는 7월 다시 타오를 희망을 위해 이현중은 스스로를 “여전히 배워야 할 점이 많은 선수”라고 낮췄지만, 오키나와에서 보여준 리더십과 팬들의 무조건적인 응원은 이미 승패 이상의 가치를 증명했다.
그저 삼일절에 일본에게 졌다는 이유로 비난하기엔 한국 선수들은 너무나 냉정했고, 응원을 보낸 팬들은 너무나 따뜻했다. 결과는 아쉽지만 다가올 7월의 승리를 위해 묵묵히 성장하고 있는 이들에게 박수를 보내는 것은 어떨까.
사진 = 김채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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