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라노의 풋볼까르따] ‘거함’ 침몰시키는 노란 잠수함, 비야레알의 또 다른 이름 “Matagigantes”

[포포투] '풋볼(Fútbol)'은 축구를, '까르따(Carta)'는 편지를 뜻한다. '풋볼 까르따'는 스페인에서 날아온 한 장의 축구 편지다. 단순한 경기 결과를 넘어, 선수들의 이야기와 축구가 스며든 거리와 문화, 그리고 현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순간의 설렘을 담아 한국 독자들에게 전한다. [편집자주]
이번 시즌 비야레알은 성공적인 항해를 이어가고 있다. 라리가 3위. 인구 5만 작은 도시의 클럽이 ‘FC바르셀로나, 레알 마드리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 같은 라리가 정통 강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종종 빅클럽을 무너뜨리며 ‘Matagigantes(자이언트 킬러)’라는 별명을 얻은 비야레알은 이제 거인들과 같은 위치에서 경쟁하는 팀이 됐다.
그렇다면, 어떻게 비야레알은 라리가 상위권 경쟁의 중심에 서게 됐을까. 어떻게 그들은 ‘Matagigantes(자이언트 킬러)’라는 별명을 얻게 되었을까. 그들은 왜 노란 잠수함이라고 불릴까.
가 직접 비야레알을 찾아 클럽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비야레알의 ‘라 세라미카’
스페인 발렌시아에서 북쪽으로 한 시간가량을 달리면 작고 반짝이는 소도시 비야레알에 닿는다. 인구 약 5만 명이 거주하는 이 도시는 발렌시아 지방 카스테욘 주에 속해있다. 도시 분위기는 조용하고 한적하다.
여느 스페인 마을처럼 시내 중심 성당에서 울려 퍼지는 종소리를 들으며 걷다 보면, 눈이 부실 만큼 반짝이는 노란빛의 ‘라 세라미카’, 비야레알의 홈 경기장을 마주하게 된다. 경기장 이름인 ‘세라미카(Cerámica)’는 세라믹을 뜻한다. 이 지역은 스페인 세라믹 산업의 중심지로, 카스테욘 주는 스페인 세라믹 타일 생산의 약 90% 이상을 담당한다. 전 세계 생산량 기준으로도 약 15%를 차지하는 글로벌 세라믹 산업지대다.
경기장 역시 지역 산업의 정체성을 품고 있다. 비야레알은 메인 스폰서인 세라믹 기업 ‘파메사(Pamesa)’의 이름을 전면에 내세우는 대신, 이 지역 산업 자체를 상징하는 ‘세라미카(세라믹)’라는 명칭을 택했다. 또한, 경기장 외관은 세라믹 타일 패널로 마감해 상징성을 더했다. 노란색 타일은 햇빛을 받을 때마다 더욱 선명하게 반짝인다. ‘라 세라미카’는 비야레알이라는 한 축구 팀을 넘어 도시 그 자체를 품고 있다.
# 노란 잠수함
경기장 내부로 들어서면, 마치 실제 노란 잠수함 안으로 들어온 듯한 기분이 든다. 관중석을 덮은 노란 지붕 아래, 사방을 채운 선명한 노란 좌석이 파도처럼 펼쳐진다. 경기 시작 전 LED 전광판에서는 잠수함이 출항을 준비하는 영상이 재생되는데, 실제 잠수함 안에 있는 듯한 몰입감을 선사한다. ‘라 세라미카’는 거대한 경기장이 주는 압도감과는 결이 다른 독특한 분위기이다. 공간을 가득 채운 노란색이 묘한 긴장감을 만든다.


그렇다면, 왜 비야레알은 노란 잠수함으로 불리게 되었을까? 경기장에서 만난 비야레알 팬에게 ‘노란 잠수함의 유래’에 대해 물었다.
- 비야레알이 노란 잠수함으로 불리는 이유가 뭔가요?
“노란 잠수함이라는 이름은 비틀즈 노래에서 유래했어요. 다만 그건 중요한 이유라기보다 하나의 일화에요.”
비야레알 공식 설명에 따르면 별명의 기원은 더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노란 잠수함’이라는 이름은 비틀즈의 노래 ‘Yellow Submarine’과 연관이 있다. 1967/68시즌 당시 팬들이 경기장에서 이 노래를 틀며 노란 유니폼의 비야레알을 응원했고, 그 과정에서 ‘노란 잠수함’이라는 이름이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다.
현지 팬들은 이 일화를 얘기하면서도 ‘노란 잠수함’이라는 별명의 정확한 의미는 시간이 지나며 완성됐다고 말한다.

“비야레알이 1부 리그에 안착했을 때 강팀들을 연달아 꺾으며 돌풍을 일으켰어요. 사람들은 이 팀을 ‘Matagigantes(자이언트 킬러)’라고 불렀죠. 라리가 강팀들을 상대로 승리하곤 했기 때문에요. 잠수함은 거함을 격침하잖아요. 거대한 팀들을 무너뜨리는 존재라는 의미에서 우리는 ‘잠수함’이 된 거죠. 그리고 우리의 색인 노란색을 더해서 노란 잠수함이 되었어요.”
비틀즈의 노래로 시작된 ‘노란 잠수함’은 비야레알이 강팀을 상대로 인상적인 승리를 이어가면서 그 의미가 더욱 선명해졌다. 1990년대 후반, 1부에 안착한 이후 2부 리그로 내려앉은 순간도 있었지만, 두 차례 모두 단 한 시즌 만에 복귀했다. 그리고 이내 라리가 상위권에 위치하는 팀으로 떠올랐다. 잠수함은 오래 가라앉아 있지 않는다. 조용히 다시 떠오르는 힘, 그것이 비야레알의 힘이자 ‘노란 잠수함’의 특징이다.
# 비야레알의 성공, 그 뒤에는 로이그 회장이 있었다
비야레알 오피셜스토어 중앙에는 페르난도 로이그 회장의 사진이 판매되고 있다. 여러 구단의 경기장을 방문했지만, 회장의 사진을 굿즈로 판매하는 클럽은 처음이었다. 경기장에서 만난 팬들 역시 로이그 회장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인구 5.5만의 작은 도시가 이렇게 대단한 클럽이 된 건 페르난도 로이그 회장 덕분이에요. ‘PAMESA(파메사)’라는 세라믹 기업의 대표인데, 막대한 자금을 이 클럽에 투자했어요. 다른 기업들이 외면하던 시절에 로이그 회장은 우리 팀을 맡았죠. 그가 우리 클럽에 새 생명을 불어넣어줬어요.”
로이그 회장이 구단을 인수했을 당시(1997년) 비야레알은 2부 리그를 중심으로 하위리그에 위치해있던 작은 클럽이었다. 재정적으로 넉넉하지 않았고, 장기적인 성장 기반도 갖추지 못한 상태였다. 그런 팀을 인수한 로이그 회장은 단기적인 성과 대신 구조에 투자하는 길을 택했다. 급하게 몸집을 키우기보다는 유스 시스템을 재정비하고, 경기장을 확장하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구단의 기반을 다졌다. 그 결과 오늘날 비야레알은 안정적인 재정과 경쟁력 있는 유스 시스템을 동시에 갖춘 클럽으로 자리 잡았다.
그리고 로이그 회장 체제가 안정화되고, 본격적으로 성과를 내기 시작한 건 2000년대 초. 2004-05시즌 라리가 3위, 이듬해 UEFA 챔피언스리그 4강. 그리고 2020-21시즌에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꺾고 UEFA 유로파리그 정상에 오르며 ‘노란 잠수함’의 저력을 증명했다. 그리고 최근 들어 꾸준히 라리가에서 성적을 내며 조용히 강한 팀의 힘을 보여주고 있다.
비야레알의 성공은 우연이 아니다. 도시의 산업과 연결된 클럽,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투자, 그리고 분명한 철학이 만들어낸 결과다.

# 이번 시즌 비야레알의 목표
이번 시즌 노란 잠수함의 항해 역시 조용히 강하다. 시즌 초반부터 꾸준히 라리가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으며, 지난 시즌에 이어 2시즌 연속 챔피언스리그 진출을 노리고 있다. 2025/26시즌, 노란 잠수함은 또 한 번 존재감을 증명하려 한다.
비야레알와 관련된 자세한 내용은 라리가 공식 유튜브 영상을 통해 더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s://youtu.be/7dQqKoI5ZGA?si=Sf2sRSyiGUhZE4CU
글/인터뷰=이하영 에디터
사진=이하영 에디터, 게티이미지
정지훈 기자 rain7@fourfourtw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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