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품 걷히는 강남... 서울 부동산 흐름 달라졌다

손유지 2026. 3. 1.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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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지금] 강남 아파트 ‘매도자 우위’ 1년 만에 막 내려
다주택자 규제·금리 부담에 시장 균형 찾아
매물 급증 속 실수요자에게 돌아오는 기회
강남 불패 신화 휘청... 주거 정상화 신호탄

[지데일리] 서울 아파트값의 오랜 상승세가 마침내 제동이 걸렸다. 그 중심에는 대한민국 부동산의 심장이라 불리던 ‘강남’이 있다. 

서울 강남 아파트값이 1년여 만에 하락 전환하며 매도자 우위 시장이 막을 내렸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동남권 매매수급지수는 2월 넷째 주 100으로 균형을 이뤘다. 잇단 규제와 다주택자 세제 부담이 심리를 위축시킨 가운데 매물이 늘며 시장은 ‘불패 신화’ 대신 실수요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픽사베이


고공행진을 거듭하던 강남 아파트 시장이 1년여 만에 매도자 우위 국면을 마감하고, 균형상태로 돌아섰다. 수년간 이어진 ‘사는 사람이 불리한 시장’이 처음으로 제 자리를 찾아가는 순간이다.

1일 한국부동산원 아파트 수급동향에 따르면 서울 동남권(강남·서초·송파·강동구)의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2월 넷째 주(2월 23일 기준) 100.0을 기록했다. 이 수치는 시장에서 집을 팔려는 사람과 사려는 사람의 힘이 같음을 의미한다. 

지난해 5월 정부가 수도권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최대 6억 원으로 제한한 ‘6·27 대책’을 발표하기 직전만 해도 이 지수는 111.2까지 치솟았었다. 불과 9개월 만에 강남권은 ‘과열’에서 ‘균형’으로 돌아선 셈이다.

강남의 균형, 부동산 심리의 변화

이 같은 변화의 원인은 단순히 금리나 규제 때문만은 아니다. 시장에는 ‘기대 심리의 피로’라는 흐름이 존재한다. 지난해부터 꾸준히 제기된 고금리 장기화 가능성, 이재명 대통령의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공식화 조치 이후 시장의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됐다. 

탄핵 정국으로 불안 심리가 팽배했던 지난해 2월 둘째 주 이후에도 매매수급지수가 꾸준히 100을 넘겼지만, 올해 들어서는 다섯 주 연속 하락하며 결국 균형선인 100에 도달했다.

전문가들은 이 지수의 흐름을 “과열이 꺼지고 시장이 제자리를 찾는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본다. 강남권의 균형은 곧 서울 전역의 방향을 예고해 강북 및 수도권 외곽까지 순차적으로 가격상승세가 둔화될 가능성이 큰 국면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거래 둔화와 매물 급증, 강남 3구 ‘정체 구간’

강남·서초·송파구의 주간 아파트값은 2월 넷째 주 기준 약 2년 만에 하락 전환됐다. 지난해 6·27 대책 직전 주간 상승률이 무려 0.82%였던 동남권 아파트값은 올해 같은 기간 전주 대비 0.03% 하락했다. 이는 미세한 수치이지만 상징적이다. ‘한 번 떨어지면 흐름이 바뀐다’는 말이 현실로 옮겨진 셈이다.

부동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물은 7만2049건으로 한 달 전 5만7132건 대비 26.1% 증가했다. 특히 강남권 집중도가 높았는데, 강남구 9352건, 서초구 8242건, 송파구 5362건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후반기보다 두 배 가까이 많은 수준이다. 시장에 쏟아지는 매물이 늘면서 ‘팔자’의 수가 ‘사자’를 앞서기 시작한 것이다.

다주택자 세제 종료 앞둔 심리 위축

오는 5월 9일 일시적으로 완화됐던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가 종료된다. 정부가 추가적인 세제 개편으로 고가 1주택자나 다주택 보유자에 대해 세 부담을 강화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낸 것도 매도 심리를 자극했다.

지난달부터 강남 주요 단지에 매물 문의가 눈에 띄게 늘었는데, 특히 급매물은 가격을 1억~2억 원 낮춘 채 거래 성사되는 사례도 종종 나오는 상황이다. 

결과적으로 시장에서 ‘매도자 우위’가 깨진 것은 자연스러운 결과라는 평가다. 팔려는 사람은 늘었는데 사려는 사람은 신중해졌다. 투자 대신 실거주 중심의 흐름이 재차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서민에게 '기회의 창' 열리나

이번 변화를 단순히 ‘침체’로만 보기는 어렵다. 특히 서울 외곽과 신흥 지역의 수요층에게 이는 오히려 기회의 문이 열리는 시점이다.

서울 서북권(마포·서대문·은평구)과 서남권(강서·양천·영등포구)의 매매수급지수는 각각 105.1, 106.5로, 상대적으로 매수세가 아직 남아 있다. 강남권의 하락이 이들 지역에도 점진적으로 전이된다면 중저가 아파트 가격이 안정되며 실수요자들의 진입 문턱이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 하락기는 내 집 마련을 준비했던 실수요자에게는 절호의 기회로, 특히 9억 원 이하 실거주형 중소형 평수대 시장은 올해 하반기부터 거래 활성화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또한 정부의 청년·신혼부부 대상 전세대출 금리 인하와 공공분양 확대 계획은 실수요층의 발판을 다지는 재료가 되고 있다. ‘내 집 마련의 꿈’이 다시 손이 닿는 곳으로 다가오고 있는 양상이다.

강남 불패 신화, 균형의 시대로

강남의 움직임은 단순 가격 조정이 아니라 한국 부동산 시장의 구조적인 전환을 예고한다. 과거 ‘강남 불패’가 자산 불평등의 상징으로 작용했다면 지금은 시장이 거품을 조정하는 과정 속에서 주거의 정상화로 나아가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단기적으로 거래량 감소와 가격 조정을 동반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부동산을 ‘투자 대상’이 아닌 ‘삶의 공간’으로 되돌리는 첫걸음일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올해 하반기 이후 금리 안정과 맞물려 시장이 ‘실거래 중심’으로 재정착할 것으로 본다.

서울 한 부동산 중개업체 관계자는 "한동안 불평등의 상징으로 불렸던 강남조차 지금의 흐름을 비켜가지 못했다는 사실은 데이터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며 "과열된 기대를 식히고 정상적 거래 환경을 회복하는 과정에서 서민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시장에는 건강한 순환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