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칼럼] 마시는 알부민, 병원 주사와 같은 효과?
요즘 TV 광고나 인터넷 쇼핑몰을 보다 보면 ‘마시는 알부민’이라는 이름의 제품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광고 속 모델들은 이 제품 한 병으로 기력이 눈에 띄게 회복되었다고 말하며, 나이가 들면 체내 알부민이 줄어드니 반드시 외부에서 보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심지어 병원에서 맞는 고가의 알부민 주사와 비슷한 효능이 있는 것처럼 은연 중 묘사하기도 한다. 하지만 의료 현장에서 환자를 돌보는 의사의 입장에서 볼 때 이러한 광고 문구에는 교묘한 왜곡과 의학적 오해의 소지가 다분하다.
먼저 알부민이 우리 몸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정확히 알 필요가 있다. 알부민은 혈액 속 수분이 혈관 밖으로 빠져나가지 않도록 삼투압을 조절하며, 영양분과 호르몬, 심지어 약물 성분까지 몸 구석구석으로 실어 나르는 운반 트럭과 같은 역할을 한다. 알부민은 주로 간에서 합성되는데, 간경변증이나 신장 질환, 혹은 극심한 영양실조나 큰 수술을 겪은 환자들은 이 수치가 떨어진다. 이때 의사는 환자의 상태를 고려하여 사람의 혈액에서 추출한 ‘의약품’인 혈장 알부민 주사제를 처방하기도 한다.
시중에 유통되는 ‘마시는 알부민’은 의약품이 아닌 ‘식품’이다. 주성분을 살펴보면 대부분 달걀흰자에서 추출한 난백 단백질이나 아미노산 혼합물이다. 물론 단백질은 우리 몸에 꼭 필요한 영양소이지만, 이를 섭취하는 것과 혈중 알부민 수치가 올라가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우리가 단백질 음료를 마시면 소장에서 아미노산 단위로 잘게 분해되어 흡수된다. 이렇게 흡수된 아미노산이 다시 간으로 가서 알부민으로 재합성할지 여부는 우리 몸의 필요도, 간 기능, 그리고 전반적인 영양 상태에 따라 결정된다. 즉, ‘알부민’이라는 이름의 음료를 마신다고 해서 그것이 고스란히 혈액 속 알부민으로 변신하는 기적은 일어나지 않는다. 소고기나 달걀을 먹는 것과 생물학적으로 큰 차이가 없다는 뜻이다. 다만, 영양 결핍 상태인 사람이 보조적으로 섭취하면 단백질 공급원 역할은 할 수는 있다. 그럼에도 달걀 생선 살코기 등 고단백 식사를 통해 간에서 알부민을 직접 합성하게 하는 게 훨씬 효율적이다. 간 건강의 개선이나 영양 보충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주장도 있으나, 달걀이나 생선과 같은 일반적인 단백질 공급원과 비슷한 수준의 영양 섭취 효과일 뿐이다.
사정이 이와 같은데도 대중이 이 제품에 현혹되는 이유는 불안감을 자극하는 마케팅 때문이다. “기력이 예전 같지 않으신 부모님께 알부민을 선물하세요”라는 문구는 효심을 자극하고, “나이 들면 알부민이 부족해진다”는 말은 노년층의 ‘건강 염려증’을 파고든다. 소비자들은 병원 주사제와 이름이 같다는 이유만으로 마치 이 제품이 병원 치료를 저렴하게 대신 해 줄 것이라는 착각에 빠진다. 직접적으로 ‘질병을 치료한다’고 명시하지는 않지만, 의학적 이미지를 빌려 소비자의 판단력을 흐리는 것은 분명 상도덕을 넘어선 문제다.
만약 정말 기력이 없고 몸이 붓는 등 알부민 부족이 의심된다면, 가장 먼저 할 일은 건강식품을 쇼핑하는 게 아니라 가까운 병원을 찾아 혈액검사를 받는 것이다. 검사를 통해 실제 수치를 확인하고, 만약 수치가 낮다면 그 원인이 간에 있는지, 신장에 있는지, 혹은 단순히 영양 섭취의 문제인지를 파악하는 것이 급선무다. 질환이 있다면 의사의 처방에 따른 치료가 우선이며, 건강한 사람이라면 평소 균형 잡힌 식사만으로도 충분한 단백질을 섭취할 수 있다.

결국 ‘마시는 알부민’은 이름만 거창할 뿐 본질은 단백질 보충제에 불과하다. 판매자들은 제품명을 통해 의학적 효과를 암시하기보다, 이것이 일반적인 단백질 음료라는 사실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 소비자 역시 화려한 광고 이면의 진실을 볼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 건강은 한 병의 음료로 사는 것이 아니라, 정확한 진단과 올바른 생활 습관을 통해 지켜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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