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산인해는 옛말”…규모 줄어든 3·1절 집회, 도심 불편은 여전 [르포]
작년 3.1절과는 다른 분위기
경찰, 기동대 배치해 안전관리
교통통제로 인한 불편은 여전
소음이나 쓰레기 문제도 지적
2일에도 마라톤 등 행사 계속

“이승만 뭉치자 싸우지 이기자!”
삼일절인 1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 인도는 태극기와 성조기를 든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구속된 전광훈 목사가 이끌던 사랑제일교회에서 주최한 전국 주일 연합 예배에 참석한 이들은 두 손을 치켜들며 연신 ‘윤석열 대통령’, ‘전광훈 석방’ 등의 구호를 외쳤다. 참석자들은 태극기와 성조기를 연신 흔들며 찬송가를 따라불렀다.
같은 날 오전 11시 서울역 4번 출구 앞에서도 천만인운동본부(우리공화당, 자유와혁신, 자유통일당, 자유민주당 등)가 ‘삼일절 기념대회’를 열고 이재명 대통령의 퇴진과 재판 속개를 촉구했다. 무대에서는 “이재명 독재정권 퇴진하라”, “범죄자 이재명 재판 즉각 속개하라”는 구호가 반복됐다. 오후에는 대학로 마로니에공원 일대에서는 또 다른 보수단체 ‘벨라도’가 ‘윤 어게인’ 집회를 열고 경복궁 앞까지 행진했다.

그러나 매년 손에 꼽을 정도로 대규모 집회가 있어왔던 삼일절이었지만 지난해와는 확연한 차이가 보일 정도로 그 규모는 작았다. 동화면세점 앞에 신고된 인원은 1만 명이었지만 실제로 모인 인원은 수백 명에 불과했다. 천만인운동본부와 벨라도 역시 각각 5000명과 3000명의 인원을 신고했지만 군데군데 빈 자리가 보였다. 집회가 열리는 지역을 바리케이트로 둘러싸 행인과의 접촉을 최소화하거나 행진을 진행할 때 교통을 통제하는 등 경찰 대응 규모도 줄어든 모습이었다. 세종대로 사거리에는 서울경찰청 기동대가 배치돼 시민들의 통행을 돕기도 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 심판을 1개월 여 앞두고 진보와 보수 단체의 세대결이 한창일 때 진행됐었던 지난해 삼일절 집회 당시에는 세종대로가 참석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뤘었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유력 정치인들도 각 단체의 행사에 참석하는 모습도 있었다. 당시 경찰 또한 양 단체의 충돌을 막기 위해 경찰버스를 동원해 ‘차벽’을 세웠었다.
집회 참석자들도 이러한 분위기를 체감하는 듯했다. 이날 광화문 집회 참석을 위해 포천에서 온 김(73) 모 씨는 “(참석 인원이 줄었지만)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매주 집회에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삼일절 집회에 참석했다는 30대 직장인 박 모 씨는 “작년과 비교하면 확실히 분위기가 많이 죽었다. 그 당시에는 참석자들도 활기찬 모습이었지만 지금은 최소한의 목소리만 내는 수준”이라며 “그래도 아예 참석자가 없으면 보수 단체 집회가 힘을 잃을 것 같아 시간을 내 참석했다”고 말했다.
전날인 2월 28일 오전 11시 30분께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는 광화문광장 인근 동화면세점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경찰 비공식 추산 집회 참석 인원은 1만여 명이었다. 진보 성향 시민단체 촛불행동은 오후 4시부터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경찰 비공식 추산 500여 명의 집회를 개최하고 조희대 대법원장의 탄핵을 촉구했다.

집회 규모가 줄었어도 시민들의 교통 불편은 이어졌다. 대체공휴일을 포함해 총 3일간의 연휴 기간동안 집회와 마라톤 등 행사가 잇따라 도심에서 개최돼 교통통제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택시기사 백모 씨는 “집회가 몰리면 택시도 콜을 잘 안 잡으려고 한다”며 “전날 강남에서도 일반 시민들의 수요가 많았는데 워낙 교통이 불편한 지라 아무도 안 가려고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무리 민주주의라고 하지만 주변에 불편을 끼치는 데 대해서는 문제가 있다”며 “규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사직동에 6년째 거주 중인 윤모(42) 씨는 “주말이면 도로 통제 때문에 차가 아예 못 들어오는 수준”이라며 “오후 6시 전까지는 차가 들어올려면 평소보다 30분씩 더 소요된다”고 말했다.

스피커 등으로 인한 소음 문제나 쓰레기 투기 문제를 지적하는 시민들도 다수였다. 매주 광화문 직장에 출근하는 변 모(22)씨는 “주말이면 집회 소음에 익숙해질 정도”라고 말했다. 영등포구에 거주하는 황원준 씨(29)는 “표현의 자유가 있다고 생각은 하지만 스피커 소리가 너무 크다”고 했다. 동작구에 사는 40대 조 모씨는 “아이와 외출했다가 담배 냄새와 소음 때문에 불편했다”고 말했다. 실제 서울역 4번 출구 주변에서는 집회 참가자들로 인해 담배꽁초가 버려진 모습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었다. 광화문에서는 한 시민이 집회 참가자가 바닥에 버리고 간 피켓을 주워 담는 모습도 포착됐다.
연휴 마지막 날에도 이러한 모습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오는 2일에는 ‘2026 하프레이스 서울 마라톤’이 광화문광장에서 출발해 종로와 천호대로를 거쳐 잠실종합운동장까지 이어지는 코스로 열린다. 마라톤 집결지인 세종대로(광화문교차로~세종교차로)는 오전 5시부터 9시까지 통제될 예정이다. 경찰과 주최 측은 교통경찰 및 관리요원 등 약 956명을 배치할 계획이다.
채민석 기자 vegemin@sedaily.com남소정 견습기자 nsj@sedaily.com신지민 견습기자 jimn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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