틱톡 대신 굴렁쇠… 역대 인파 모여 달집 태운 정월대보름 축제

김지은 여행플러스 기자(kim.jieun@mktour.kr) 2026. 3. 1.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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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의 소원이 다 이루어지면 좋겠어요.”

하늘 높이 타오르는 달집을 바라보며 한 어린이 방문객이 소원을 빌었다.

양천구 정월대보름축제 달집태우기/사진=김지은 여행+ 기자
지난 28일 정월대보름을 맞아 서울 양천구에서 ‘제24회 양천구 정월대보름축제’가 열렸다. 낮 기온이 17도를 웃도는 포근한 날씨 속에 많은 시민이 축제가 열린 안양천 제1·2야구장 일대를 찾았다.

양천구 관계자는 “작년 축제 당일은 한파로 매우 추웠는데, 올해는 날씨가 좋아 더 많은 분이 찾은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역대 최대 인파인 약 5000명이 행사장을 찾았다.

틱톡 대신 굴렁쇠, 게임기 대신 비석치기
축제장은 말 그대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풍물패의 길놀이 공연을 시작으로 전통 민속놀이 체험, 예술 공연, 달집태우기, 불꽃놀이까지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이어졌다.
축제 현장/사진-=김지은 여행+ 기자
축제 현장/사진-=김지은 여행+ 기자
오후 3시부터 열린 참여마당에서는 떡메치기, 제기차기, 널뛰기, 부럼 깨기, 투호던지기, 팽이치기, 윷놀이, 상모돌리기, 공기놀이 등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전통 민속놀이 체험이 진행됐다.
난장트기 체험/사진=김지은 여행+ 기자
LED 쥐불놀이, 연 만들기 체험부스도 운영됐으며, 오색 천을 함께 잡고 뒤섞이며 매듭을 짓는 ‘난장트기’ 역시 큰 인기를 끌었다.

대부분의 전통놀이가 어린이들에게는 다소 생소할 법한 놀이였지만, 현장에서는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널뛰기 체험하는 방문객/사진=양천구 제공
가족과 함께 축제를 찾은 강서하(13) 양은 “널뛰기를 처음 해보는데 동생과 박자를 맞추는 게 어렵지만 정말 재미있다”고 말했다. 또 떡메치기 체험을 한 어린이는 “떡을 좋아하는데 이렇게 만드는지 몰랐다. 치는 게 어려웠지만 재밌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굴렁쇠 굴리는 방법을 알려주는 어르신 방문객/사진=김지은 여행+ 기자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세대 간의 자연스러운 교류였다. 한 어르신은 굴렁쇠 자리를 맴돌며 어려움을 겪는 어린이에게 방법을 손수 알려줬다. 축제 관계자가 아닌 방문객이었던 그는 “어릴 때 하던 놀이라 애기들도 재밌게 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알려주고 있다”고 말했다. 좀처럼 균형을 못 잡던 굴렁쇠는 어르신의 도움으로 힘차게 나아갔다. 전통이 이어지는 순간이었다.
나눔으로 완성된 情월대보름
이번 축제의 또 다른 중심에는 ‘정(情)’이 있었다.
행사 부스는 동(洞)별로 운영돼 ‘마을 잔치’ 분위기를 한껏 살렸다. 부스에는 업체명이 아닌 ‘신정1동’, ‘목2동’ 등 동 이름이 적혀 있었다. 각 동에서 음식을 준비하고, 수익금은 불우이웃 돕기에 기부하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부스마다 설치한 모금함/사진=김지은 여행+ 기자
떡볶이 무료나눔하는 신정2동 부스/사진=김지은 여행+ 기자
이 때문에 일반적인 축제에서는 보기 힘든 풍경도 펼쳐졌다. 한 부스에 찾아가 “어묵 얼마예요?”라고 묻자 “천원에 개수는 원하는 만큼 드려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신정2동’ 부스에서는 “지금부터 떡볶이 한 컵씩 무료로 나눔하겠다”며 음식을 나누기도 했다.

동별 부스 안 테이블에서는 만난 주민들끼리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 모습이 펼쳐졌다. 마을 사람들이 함께 모여 한 해의 풍년과 안녕을 기원하는 정월대보름의 정신이 고스란히 드러난 장면이었다.

“풍년이요!” 보름달 아래 달집태우기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달집태우기였다. 일몰 시간에 맞춰 방문객들은 10m 높이의 달집 주변으로 모여들었다. 시민들이 소원을 적은 종이를 묶은 짚 더미에 불이 붙자, 불길은 삽시간에 치솟았다.
달집태우기/사진=김지은 여행+ 기자
예로부터 달집이 높고 강하게 타오르면 그해 풍년이 들고, 중간에 꺼지거나 약하게 타오르면 흉년이 든다는 속설이 전해진다. 이날의 달집은 멈칫할 틈도 없이 힘차게 불타올랐다. 붉은 화염은 마치 모두의 한 해가 풍요롭기를 기원하는 듯했다.
달집태우기/사진=김지은 여행+ 기자
친구들과 함께 맨 앞줄을 사수한 박지환(12) 군은 “이렇게 큰불은 처음 보는데 엄청 감동적이었다”며 “내년에 또 오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불길이 어느 정도 잦아든 뒤에는 시민들이 함께 지신을 밟고 강강술래를 했다. 안전선 밖에서 지켜보던 시민들까지 손을 맞잡고 원을 그리며 불 주변을 돌았다.

달집태우기 불꽃놀이/사진=김지은 여행+ 기자
행사의 마지막은 불꽃놀이였다. 여전히 붉게 타오르는 달집과 하늘 위 둥근 보름달, 그리고 형형색색의 불꽃이 어우러지며 장관을 연출했다.

“중간에 달집이 무너지는 모습이 멋있다”고 말한 강서하(13) 양은 “우리 가족의 소원이 다 이루어지면 좋겠다”고 소원을 전했다. 개인적인 바람을 묻자 잠시 고민하던 그는 “이제 6학년이 되는데 전교회장에 당선되고 싶다”고 웃으며 말했다.

강서하 양과 동생들/사진=김지은 여행+ 기자
매년 정월대보름 축제를 찾는다는 이용필 씨는 “이렇게 민속놀이를 재현해 주는 지자체에 감사하다”며 “자라나는 세대도 우리 문화를 잊지 않고 자연스럽게 이어갔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달집태우기/사진=양천구 제공
양천구 축제를 놓쳤더라도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3월 3일 정월대보름까지 서울 곳곳에서 관련 행사가 이어진다. 노원구는 2일 당현천 하류 일대에서 ‘2026 병오년 정월대보름 한마당’을 개최하며, 영등포구는 7일까지 18개 동에서 민속 행사를 진행한다. 용산구 역시 7일까지 16개 동에서 행사를 열어 구민 간 화합을 도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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