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 봉쇄 움직임에…해운·정유·항공업계 ‘사태 장기화’ 촉각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선언하고 나서면서 국내 해운·정유·항공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일 산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정유사들은 이날 사태 파악과 대책 마련을 위해 일제히 비상회의를 열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후 IRGC가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해 선박을 차단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다.
호르무즈 해협은 북쪽의 이란과 남쪽의 오만을 가로지르는 폭 55㎞의 해협이다. 해협 안쪽 걸프만은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카타르 등 주요 산유국과 맞닿아 있어 ‘세계 원유 수송로’라 불린다. 이 해협의 석유 수송량은 2024년 기준 2030만배럴로, 전 세계 27% 수준이다.
문제는 한국이 수입하는 중동 원유 약 95%를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가져온다는 점이다.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은 비축유가 있어 단기적 영향이 클 것 같지 않다”면서도 “전쟁의 확전 양상과 기간이 중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한국은 민관이 총 7개월분의 원유·가스를 비축하고 있지만,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에너지 수급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이 관계자는 “원유는 전량 달러로 수입한다는 점에서 고환율도 부정적인데, 거기에 해협 봉쇄로 유가가 급등하면 정유제품 수요는 하락한다”며 “여러모로 우려가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국무역협회는 이날 보도참고자료를 통해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로 우회 통로를 활용할 경우 추가 운임 비용은 기존 대비 50~80% 증가할 수 있고, 운송 기간도 3~5일 지연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우회 경로조차 중동 전역으로 전쟁이 확대된다면 실제 가동 여부가 불투명하다.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선박을 운용하는 국내 해운사들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운임가격, 유가·보험비용 등의 변동 폭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이런 상황에서는 (해상) 운임가격이 오르게 되는데, 문제는 보험료와 유가와 같은 비용도 함께 오르게 된다는 것”이라며 “경영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항공업계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국내 항공사 중 유일하게 중동 노선을 운항하는 대한항공은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이 있던 지난달 28일 두바이~인천 비행편을 회항시키거나 결항 조치했다. 항공업계는 영업비용 중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항공유가 중동 사태로 급등할까 우려하고 있다.
산업통상부는 이날 “사태 장기화로 민간 원유 재고가 일정 비율 이상 감소하는 등 수급 위기가 악화하는 경우 비축유 방출을 결정하고 여수, 거제 등 9개 비축기지에 비축된 석유를 국내 시장에 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란·이라크·UAE 등에는 국내 기업들도 대거 진출해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한화그룹, 현대건설 등은 이날 비상회의를 열어 현지 임직원과 가족들의 안전 확보 방안을 마련하는 등 분주하게 움직였다.
오동욱 기자 5dong@kyunghyang.com, 정유미 기자 youm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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