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안부 공룡화, 수사권 오남용 막을 방책 3가지
● 수사 독립성·중립성·공정성 확보가 급선무
● 행안부 장관 수사 지휘 배제해야 외압 방어 가능
● 인사로 수사 개입 금지해 수사관 신분 ‘보장’
● 수사기관 간 역할 분담, 사건 이첩 기준 마련 절실

물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해양경찰청, 군 수사기관에서도 수사를 맡는다. 하지만 경찰청·국수본·중수청 등 일반적 수사기관 대부분이 행안부에 집중되는 것은 자칫 행안부의 공룡화, 수사기관의 수사권 오남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러한 우려는 크게 네 가지 문제에서 비롯된다.
첫째, 검찰청 폐지 이후 나타나는 공백을 공소청과 중수청이 효과적으로 메워줄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만만치 않다. 만일 검찰청 폐지 이후의 보완 장치들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해 국가의 범죄 대응 능력이 약화하고, 국민을 범죄로부터 제대로 보호하지 못할 경우에는 개선이 아니라 개악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둘째, 공소청의 보완수사(요구)권을 인정하지 않을 경우 수사와 기소의 유기적 연결이 불가능해진다. 최근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검찰의 기소에 대한 법원의 무죄판결 비율이 높아지고 있음이 통계적으로 확인된다. 공소청이 경찰 수사에 일체 관여하지 못할 경우 핵심 증거 누락 등으로 무죄판결 비율은 더욱 높아질 수 있다.
셋째, 중수청이 검찰의 수사 능력과 수사 노하우를 승계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중수청이 담당할 9대 범죄는 법률 전문성이 많이 요구되는 것들이다. 9대 범죄란 검경 수사권 조정 초기에 검찰이 담당하던 6대 범죄(부패, 경제, 공직자, 선거, 방위사업, 대형 참사)에 마약, 내란·외환, 사이버범죄의 3가지를 더한 것이다. 중수청이 9대 범죄의 수사 능력과 수사 노하우를 갖기 위해서는 검사 인력의 활용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검사들 중 중수청으로 가려는 사람은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런 와중에 정치권에서는 중수청이 제2의 검찰이 될 것을 우려하면서 검사 영입을 반대하는 목소리까지 높다.
넷째, 경찰청과 국수본, 중수청이 모두 행안부 산하에 있게 되면, 과거 검경이 분리돼 어느 정도의 역할 분담 내지 견제를 했던 것과는 달리 행안부 장관의 영향력이 과도해진다. 이에 따라 수사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경찰청, 국수본에 중수청까지…
행안부가 제2의 내무부 되나?
경찰권이 비대해지고, 행안부가 공룡화하면 과거 내무부 치안본부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 내무부 치안본부는 1974년 12월 31일 내무부 치안국을 개편해 발족한 중앙행정기관으로, 정치적 중립을 보장하기 위해 1991년 7월 30일 외청인 경찰청으로 거듭났다.
경찰청 등 수사기관의 장과는 달리 이들의 상급자인 행안부 장관은 정치인이다. 게다가 대통령에 의해 임명·해임되는 대통령의 보좌 인력이다. 이러한 대통령의 임명권은 대통령제 국가의 기본 특징의 하나이며, 더욱이 우리나라는 미국과 달리 국회의 인사청문회가 유명무실하다. 즉 대통령의 장관 임명에 대해서는 사실상 통제가 없거나 미미하다.
이런 점들을 고려할 때, 행안부 장관에게 정치적 중립성을 요구하는 것은 본질에 맞지 않는다. 더욱이 인사권자인 대통령의 요구를 거부하는 것도 기대할 수 없다. 즉 수사기관에 요구되는 독립성과 중립성, 공정성을 행안부 장관에게는 요구할 수 없고, 요구해서도 안 된다.
이런 점에서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의 관계는 참고가 된다. 직제상 상하 관계이지만, 검찰총장을 장관급으로 함으로써 일방적 상하 관계가 아닌 상호 존중의 관계를 만들었고, 검찰 수사에 대한 장관의 수사 지휘를 개별 사건에 대해서는 할 수 없도록 했다. 더욱이 검사에 대해서는 신분보장을 강화했다. 검사는 외압에 의해 퇴직한 경우에도 변호사 개업이 가능하기 때문에 생계에 문제는 없다.
그럼에도 정치검찰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장관의 수사 개입이나 대통령의 입김 등은 검찰 수사 불공정 시비의 주된 원인이었다. 행안부 장관과 산하 수사기관의 관계는 법무부 장관과 검찰의 관계보다 더 투명하고, 더 공정할까. 그래서 수사권 오남용의 문제가 경찰청이나 국수본, 중수청에서는 검찰보다 훨씬 덜해질 수 있을까.
현재의 상황에 비추어 보면, 수사권 오남용이 과거에 비해 줄어들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검사와 경찰의 수준이나 성향의 차이가 아니라, 검찰 제도와 경찰 제도의 구조적 차이를 극복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신분보장이나 변호사 자격을 통한 생계 보장도 중요한 문제지만, 제도의 변화나 권한의 이양에 발맞출 수 있는 능력 배양이 구조적으로 가능하지 않다는 점이 더 큰 문제인 것이다. 예컨대 검경 수사권 조정 당시부터 경찰의 법률 전문성 부족이 지적됐고,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됐어야 했다.
그런데 이런 문제가 구조적으로 해결되지 못한 채로 중수청을 설치할 경우 중수청은 개점휴업이 될 개연성이 매우 높다. 그런데 범여권 정치권에서는 대안도 없이 검사들이 중수청을 장악해서는 안 된다고 한다. 결국 중수청의 성공과 이를 통해 국민을 범죄로부터 효율적으로 보호하는 것보다, 검사들이 힘을 갖는 것을 철저하게 막는 것이 우선이라는 얘기 아닌가.
현재 행안부 산하에 수사기관은 많아지지만, 외형상 덩치를 키웠을 뿐 실제 기능은 오히려 약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런 조직일수록 정작 해야 할 일에 충실하기보다는 외압에 쉽게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내무부 치안본부가 해체된 '진짜' 이유
여기서 우리가 돌이켜 봐야 할 대목은 과거 막강한 조직과 인력, 권한을 갖고 있던 내무부가 왜 해체됐으며, 내무부 치안본부가 '경찰청'이라는 외청으로 분리된 원인과 그 과정이다.건국 초기에는 정부 조직이 현재에 비해 단순했다. 1948년 7월 17일 제헌헌법 시행과 동시에 시행된 최초 정부조직법은 행정 각부 11개를 두고 있었다. 그중 첫 번째가 내무부였고, 그 정도로 내무부의 위상은 높았다. 당시 내무부는 치안, 지방행정, 선거관리, 토목과 소방 등을 담당했으며 그 조직과 인력은 다른 어떤 정부 부처보다 규모가 컸다. 또한 당시 내무부는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다. 내무부 산하에 있던 경찰, 선거위원회(현 선거관리위원회) 등은 3·15 부정선거 등 국가권력의 오남용에 큰 역할을 했다. 군 병력 대신 경찰병력이 투입된 경우가 적지 않았고, 6·25전쟁 중 경찰에 의한 민간인 살상이 문제가 된 사례도 적지 않았다. 3·15 부정선거에 경찰이 깊이 개입했고, 4·19혁명 당시 시위대에 발포해 대규모 인명 피해를 일으키기도 했다.

3·15부정선거와 제2공화국 출범 이후에도 건재하던 내무부 치안국은 1974년, 즉 유신헌법 탄생 이후 2년이 지나 내무부 치안본부로 승격됐다. 그러나 민주화 이후 치안본부가 해체된 된 데는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이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진다.
주목할 점은 내무부 치안국과 치안본부 모두 내무부 장관의 직접적인 통제하에 있었으며, 바로 그 때문에 경찰권 오남용이 더 심각해졌다는 것이다. 당시 내무부 장관이 경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 기능을 했던 것이 아니라, 정치적 외압의 통로로 이용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과거 내무부 치안국과 치안본부의 역할을 볼 때, 그 독립성과 중립성, 공정성이 확보되기는커녕 이에 관한 문제의식조차 찾아보기 어려웠다. 민주화 이후 경찰의 인권 의식이 많이 개선됐지만 현실적으로 정치적 외압에 강하게 저항할 수 있는 여건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수사의 객관성과 공정성 보장할
제도적 장치 마련이 급선무
수사기관은 다음 두 가지 요청을 동시에 충족해야 하며, 어느 것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하나는 수사의 효율성이다. 범죄를 수사하고 처벌함으로써 국민을 범죄로부터 보호하는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수사 과정에서 엉뚱한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수사권 행사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가운데 최근 더 큰 문제를 야기하는 것이 수사의 객관성과 공정성이다. 이를 앞세워 수사의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경우가 많다. 정작 수사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정치적 외압의 배제는 제대로 이행하지 않으면서 말이다. 수사의 공정성을 확보하려면 적어도 세 가지 점에서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하는데, 지금까지 이에 대한 진전은 보이지 않는다.
첫째, 수사기관에 대한 정치적 외압을 막기 위해서는 행안부 장관의 수사 지휘가 배제돼야 한다. '법무부 장관이 검찰 수사에 대해 일반적 수사지휘권을 갖되, 개별 사건에 개입하지 못하는 것'과는 또 다른 차원에서 이 문제를 봐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조직법상 법무부 장관의 관장 사항에 검찰사무가 포함돼 있는 것과는 달리 행안부 장관의 사무에는 '수사'가 포함돼 있지 않다. 비록 행안부 소속이라고 하지만, 행안부 장관이 경찰청 등의 수사 업무에 관여하는 것은 엄밀하게 말해 정부조직법 위반이 되는 것이다. 더욱이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은 상하의 개념이 성립하지 않는 특수한 관계지만 행안부 장관과 경찰청장은 이와 달리 명백한 상하 관계다. 이러한 관계에서 수사를 지휘한다는 것은 그 독립성과 공정성을 훼손할 우려가 더욱 크다.
둘째, 수사관들의 신분이 보장돼야 하고, 인사를 통한 수사 개입이 금지돼야 한다. 즉 검찰이 경찰에 비해 장점으로 인정되던 신분보장을 이제는 경찰 수사관 등에 대해 최대한 확장해야 한다. 이러한 신분보장은 수사관에 대한 인사상의 불이익 처분을 제한하는 것으로 이어져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수사에 대한 직접적인 개입이 없더라도 인사권을 통한 간접적인 개입이 계속 수사의 공정성을 해칠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수사의 효율성을 확보하기 위해 수사기관 간의 역할 분담과 사건 이첩에 관한 합리적 기준이 만들어져야 한다. 이미 수사기관 사이의 불협화음은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 과정 등에서 드러난 바 있다. 유사한 사태의 재발을 막으려면 통일적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 이는 행안부 산하의 수사기관뿐만 아니라 공수처, 해양경찰청, 군 수사기관까지 포함하는 기준이 돼야 하므로 대통령령으로 정해야 할 것이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헌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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