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명 짬뽕의 도전… ‘담백? 칼칼?’ 나만의 풍미를 완성하라 [웃기는 짬뽕]

용인 난춘반점
식사 메뉴 짜장·짬뽕·볶음밥이 전부 ‘자부심’
백짬뽕 형태로 등장, 라조장 섞어 국물 조절
통오징어 두마리 잘라 먹거나 통으로 뜯어야
범해장 진영인 ‘북어’ 특별 출연… 풍미 더해
두 달 넘게 치과를 들락거리고 있다. 치료 순간의 괴로움 못지 않게 치료가 장기화 되는 게 더 고역이다. 치료 중인 어금니로는 음식을 씹지 말라는 주의를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여겼으나 한쪽으로 씹는 일에는 생각보다 꽤 많은 제약이 뒤따랐다. 하루 최소 세 번 이상 삶의 의미를 찾던 먹보에겐 특히 치명적이다.
보통 음식을 먹을 땐 내용물을 입 안에서 양쪽 번갈아 씹는다. 본능적으로 그렇게 한다. 그러나 한쪽이 막히면 우선 한 번에 입으로 들어오는 음식량이 대폭 줄어든다. 한입 크게 먹을 때 느낄 수 있는 충만감을 포기해야 한다. 우걱우걱 먹는 법도 잊어버렸다. 치통은 강도가 세고 직접적이기에 감히 맞설 생각은 추호도 없다. 한쪽이라도 씹는 게 허락된 것에 그저 감사하며 조심조심 천천히 먹는다.
뜨거운 음식을 먹을 때 가장 힘들다. 입 안 양쪽에서 서로 주거니 받거니 돌려가며 열을 식혀야 하는데 오롯이 한쪽에서 감당하려면 상당한 인내력이 요구된다. 짬뽕을 먹을 땐 모락모락 피어나는 김이 완전히 가신 뒤 면을 먹게 된다. 그러다 보니 시간이 많이 걸리지만 인생은 속도가 아닌 방향이다. 뒤늦게 깨달았다. 어머니 만큼이나 고마운 존재가 어금니라는 걸.


따뜻한 봄, 짬뽕을 먹자
동백지구 한 가운데에 위치한 난춘반점은 3층짜리 다세대 건물 1층을 매장으로 쓰고 있다. 가게 외관을 빨간 기와로 장식한 게 포인트. 그 위로 초록색 간판을 배치해 눈에 더 확 들어온다. 가게 창문에 ‘따뜻한 봄처럼’이라고 쓰여 있다. 그래서 ‘난춘(暖春)’으로 이름지었나 보다. 유난히 매서웠던 추위가 한풀 꺾이고 기다렸던 봄이 찾아 온 지금 시기에 딱 맞게 찾아온 것 같다. 마음이 따뜻해진다.
이 집 인테리어는 전반적으로 깔끔하다. 일반적인 중식당에서 연상되는 분위기와 사뭇 다르다. 트렌드를 따르는 요즘 중국집 느낌이다. 주차할 곳이 마땅치 않다는 단점이 있지만 맛만 있으면 사람들은 어떻게든 찾아온다.

식사 메뉴는 중식계 3대장, 짜장·짬뽕·볶음밥이 전부다. 이 중 짬뽕이 1만2천원으로 가장 비싸다. 몸값이 가장 높은 만큼 이 집의 대표 선수는 단연 짬뽕이다. 난춘짬뽕이라고 이름을 붙여 가게의 정체성까지 불어넣었다.
매장 내에는 짬뽕을 먹는 4단계 방법이 친절하게 안내돼 있다. 국물부터 한 숟갈 떠먹고 오징어를 자르고 맵기도 조절해서 먹으라는 지극히 특별할 게 없는 내용이다. 그럼에도 이런 매뉴얼이 있으면 곧이곧대로 따라야 할 것 같다. 음식을 기다리며 몇 번씩 읽고 곱씹으며 내용을 숙지한다. 아직도 주입식 교육에서 벗어나질 못한다.


백짬뽕의 변신은 무죄
두 가지 매력을 모두 느낄 수 있어 일석이조이긴 한데, 사실 짬뽕계에서 이런 경우는 흔치 않다. 순댓국처럼 양념장으로 국물 색을 바꾼다는 건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냉면도 비냉으로 먹다 육수를 부어 물냉으로 마무리하는 요즘이다. 형식보단 내용이, 실속이 더 중요하다.
짬뽕에는 휴대폰 크기 만한 미사일 모양의 통오징어 두 마리가 들어 있다. 다리는 실종된 채 상반신만 남았다. 기호에 맞게 적당한 크기로 잘라 먹으면 된다. 왕년에 터프가이 소리 좀 들어봤다면 가위를 반납하고 통째로 뜯어도 좋다. 오징어 두 마리의 양이 꽤 많아 넉넉하게 즐길 수 있다.

짬뽕에서 좀처럼 경험하기 힘든 식감이 찾아온다. 북어다. 자신의 이름을 딴 북엇국이나 해장국에 주로 등장할 뿐 짬뽕과는 그다지 접점이 없었지만, 북어도 넓게 보면 짬뽕과 같은 방향성을 지닌 범해장 진영이다. 북어채와 콩나물 덕에 국물의 개운함과 풍미가 더 살아났다.
이 집 짬뽕은 정통 스타일과는 약간 결을 달리하지만 이 집만의 뚜렷한 개성으로 어필한다. 하얀 짬뽕의 담백함과 빨간 짬뽕의 칼칼함을 동시에 맛볼 수 있다는 장점에, 둘 다 평균 이상의 맛을 낸다는 것도 큰 매력이다. 이 집의 시그니처 메뉴로 꼽히는 유린기도 일품이다. 그래도 효자 메뉴는 역시 짬뽕이다.

/황성규 기자 homerun@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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