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봄' 아직 멀었다… 강경파 후계자 중심 결사항전 할 듯
'라리자니 임시체제'에서 결사항전
후계자 후보군 사전 낙점한 하메네이
후보 1명은 사망, 혁명수비대 영향력↑
대안세력 부재로 정권교체 가능성 낮아

37년간 철권통치한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86) 사망으로 이란의 앞날은 향후 후계 권력구도가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달렸다. 하메네이가 본인 유고 시 권력을 대리할 인물로 알리 라리자니(68) 최고국가안보회의 사무총장을 지명한 만큼 당분간 비상체제하에서 결사항전을 이어갈 태세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하메네이 사망 소식을 직접 발표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인들을 향해 “나라를 되찾을 유일한 기회”라고 공언한 것과 달리 현지에 체제 전복이나 정권교체 징후는 없는 상태다. 대신 하메네이가 사전에 낙점한 후보들이 후계자 자리를 놓고 겨룰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거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란 국영 IRNA통신은 1일 최고지도자 유고 시 권한 대행을 규정한 헌법 규정에 따라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 골람호세인 모흐세니 에제이 대법원장, 헌법수호위원회의 이슬람법 전문가 1명 등 3명이 지도자위원회를 구성, 최고지도자의 임무와 권한을 대행한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제도적으로 구성된 임시지도자위원회보다는 하메네이의 심복이었던 라리자니 사무총장이 전시에 실권을 쥘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 시각이다.

실제 임시지도자 1순위 후보로 거론된 라리자니 사무총장은 하메네이가 사망하자 엑스(X)에 “시온주의 범죄자들(이스라엘)과 비열한 미국인들이 이번 일을 후회하게 만들고 잊을 수 없는 교훈을 줄 것”이라며 항전을 예고했다. 혁명수비대 사령관과 국회의장을 역임한 라리자니 사무총장은 현재 군사∙안보를 총괄하고 있다. 그 역시 이스라엘의 핵심 표적이었지만 생존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라리자니 사무총장은 최근 반정부 시위 무력 진압을 총괄한 데 이어 미국과의 전쟁 대비 계획도 수립할 정도로 권한이 확대돼 왔다”며 “미군 공습 전 하메네이가 국정 운영을 그에게 위임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그는 최고지도자의 핵심 요건인 시아파 고위 성직자가 아닌 탓에 하메네이의 정식 후계자가 되기는 어렵다.

실제 하메네이가 지난해 6월 이스라엘과 ‘12일 전쟁’을 벌일 당시 낙점한 후계자 후보군은 알리 아스가르 헤자지 최고지도자 비서실장, 에제이 대법원장, 이슬람공화국 초대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호메이니의 손자이자 개혁파 소속 온건 성직자인 하산 호메이니로 라리자니 이름은 빠졌다. 하메네이의 아들인 모즈타바 하메네이도 유력하게 거론돼왔으나 NYT는 “하메네이는 최고지도자 세습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이 가운데 헤자지 비서실장은 이날 공습으로 숨졌다고 이스라엘은 밝혔다.
이란 헌법(107조)에 따르면 최고지도자는 성직자 88명으로 구성되는 전문가 회의에서 선출된다. 다만 향후 선출 과정에서 혁명수비대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대통령이나 국방부를 거치는 정규군과 달리 최고지도자로부터 직접 지휘∙통제를 받는 혁명수비대는 그 규모가 15만~19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통신은 미국 중앙정보국(CIA) 분석을 인용해 혁명수비대 출신 혹은 다른 파벌의 강경파 인사가 하메네이 후임으로 집권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영국 BBC방송도 “혁명수비대 인사가 주도하는 강경 군부 통치 시나리오가 실현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을 내놨다.

강경파가 집권할 경우, 체제에 위협을 느낀 나머지 반정부 시위를 더 가혹하게 진압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이란의 정권교체는 물론 민주화를 뜻하는 ‘이란의 봄’이 실현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뜻이다. 미 정보당국 역시 하메네이 사망 이후에도 체제 전복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NYT는 보도했다.
대안세력의 부재도 이 같은 비관론에 힘을 싣는다. 야권이 분열된 데다 알 만한 야권 지도자들은 대부분 수감 상태로 하메네이 부재의 빈틈을 노릴 반정부 세력이 없어서다. 팔레비 왕정의 마지막 왕세자였던 레자 팔레비는 신정체제가 무너지면 본인이 권력을 잡겠다는 의지를 비쳤지만 이란 내 그의 정치적 기반은 확실치 않다. 무엇보다 1979년 부패와 독재로 이란 국민에게 축출된 왕조의 후계자인 만큼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베를린= 정승임 특파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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