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해협·홍해 봉쇄, 미국한테는 남의 일
세계 원유·가스 물동량 20~25% 통과, 좁은 곳 폭 50km 불과
한국 중동 수입의존도 원유 70%, 가스 15%, 봉쇄 시 타격 커
미국 자체 생산 넘쳐나 중동 함대 주둔 필요 없어, 韓·日·유럽 비용부담 커질 듯
아시아의 유럽 가는 길 홍해도 피격 위험 커져 북극항로 개발 필요

미국과 이란의 전쟁으로 사실상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됐다. 이 해협은 세계 원유, 가스 물동량의 20~25%가 통과하는 지역이며, 우리나라도 원유 수입의 70%, 가스 수입의 15%가 이 해협을 통과하고 있다. 봉쇄가 단기적일 경우는 비축유와 수입선 다변화로 버틸 수 있지만, 장기화될 시에는 가격 급등은 물론 수급의 어려움까지 발생할 것으로 분석된다.
1일 타스,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을 받은 이란의 이슬람혁명수비대(IRCG)는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를 선언하고 모든 선박의 통행 차단에 나섰다.
에브라힘 자바리 혁명수비대 소장은 알마야딘 TV와 인터뷰에서 “이란에 대한 침공 이후에 혁명수비대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타스 통신이 보도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이란의 국경을 따라 형성돼 있으며, 가장 좁은 폭은 불과 50km에 불과하다. 이 좁은 지역으로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카타르, 이라크, 아랍에미리트(UAE)의 원유와 가스가 다른 지역으로 수출되고 있다. 원유 통과물량은 일평균 2000만~2100만배럴가량으로 세계 원유 물동량의 20~25%가량이다.
중동 석유 필요 없는 미국, 해협 보호비용은 이용자가 부담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이 세계 경제의 전략적 초크포인트(요충지)라는 점을 이용해 이를 봉쇄 또는 위협하는 방식으로 이스라엘 또는 서방과의 갈등에 활용해 왔다.
2차 오일쇼크가 끝난 직후인 1980년 이란-이라크 전쟁에서 서방이 이라크 지원에 나서자 이란이 해협 봉쇄에 나섰다. 이슬람 강경색이 짙은 이란이 이길 경우 중동 전체가 서방의 위협이 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서방은 함대를 파견했다. 이러한 갈등은 1984년까지 지속되면서 해협을 드나드는 유조선은 항상 피격의 위험을 안아야 했고 이로 인해 운임료는 폭등했다.
1987년 8월에는 사우디 메카에서 이란 순례자와 사우디 경찰 간 충돌이 발생해 이란 순례자 수백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란은 사우디 수출을 차단하기 위해 해협을 봉쇄했고, 이로 인해 당시 한국 동력자원부는 자가용 운행 홀짝제, 택시 운행 축소, 심야 주유소 운영 금지 등 석유 비상 통제훈련을 실시했다.
이후 이란의 해협 봉쇄 위협은 줄었으나, 2023년 하마스-이스라엘 전쟁 이후 다시 긴장도가 높아졌다. 올해 1월 11일에는 이라크 원유를 싣고 튀르키예로 향하던 유조선이 나포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기존에는 미국도 중동으로부터 석유를 수입하면서 수입선을 지키기 위해 중동에 함대를 파견해 유조선 등을 보호했다. 하지만 이제 미국은 그럴 필요가 없다. 2016년 미국 셰일석유의 등장으로 자국 석유, 가스 생산량이 넘쳐나면서 더 이상 중동 수입에 의존할 필요가 없게 됐고 중동 함대 파견도 필요성이 사라졌다.
결국 이번 미국의 이란 공격으로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 싼 긴장도는 한껏 높아졌지만, 정작 미국은 이 해협을 보호하지 않을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중동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 일본, 유럽이 군사적 부담을 감내해야 하는 상황이 올 가능성이 있다. 미국은 이를 명분으로 함대를 계속 주둔하는 대신 천문학적 비용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명목적 비축일수 210일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두 달가량
한국은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 대책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우선 비축유를 풀어 수급 차질을 완화하고, 급히 다른 지역의 수입을 늘리는 것이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정부의 석유 비축량은 1억배럴을 약간 웃돈다. 이는 국제에너지기구(IEA) 기준으로 비축일수는 120일 정도다. 여기에 민간 재고량까지 합하면 모두 210일 정도의 비축일수를 갖고 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실질적 비축일수는 이보다 상당히 적을 수 있다. 지난해 국내 총 석유 소비량은 9억3157만배럴로, 일평균으로는 255만배럴이다. 이를 정부 비축량에 적용하면 비축일수는 1/3 수준인 39일로 크게 줄어든다. 결국 일상적인 석유 소비 패턴으로는 한달 반에서 두달가량밖에 버티지 못하는 것이다.
홍해 운송로도 위협, 북극항로 대체 시급
중동의 긴장 고조는 호르무즈 해협뿐만 아니라 아시아의 유럽으로 가는 관문인 홍해 및 수에즈 운하 운항에도 영향을 미친다. 홍해의 입구는 폭이 50km로 정도로 매우 협소한데, 이 지역은 친이란파인 후티반군이 점령하고 있어 얼마든지 해협 통과 선박에 대한 공격이 가능하다. 하마스-이스라엘 전쟁 때도 후티반군이 홍해를 지나는 선박을 공격하기도 했다.
한국 등 아시아 대부분의 선박들은 유럽으로 가기 위해 홍해를 지나 수에즈 운하를 거친다. 홍해가 막히게 되면 아프리카를 빙둘러 가야 해 그만큼 비용이 추가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강조하는 북극항로는 이 항로를 대체할 수 있다. 기존 동북아에서 유럽으로 향하는 항로는 남중국해를 거쳐 수에즈운하를 지나 네덜란드 암스테르담까지 약 2만2000km를 이동해야 하지만, 북극항로를 이용하면 약 1만5000km로 크게 단축이 가능하다. 다만 북극항로는 러시아 연안을 통과해야 해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이 필수적이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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