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승’ 올리자마자 입대했던 이기순, ‘스텝 업’ 약속 지켰다

투수 이기순(23·SSG)은 2024년 6월, 1군 무대에서 첫 승을 올리고 8일 만에 군에 입대했다. 그는 당시 “2군에 있는 시간이 길었다. 아직 많이 부족하기 때문에 조금 더 기량을 발전시키고 돌아와 팀에 보탬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해가 두 번 바뀌어 ‘약속의 시간’이 다가왔다. 지난해 12월 상무에서 전역하고 몸을 부지런히 만들어 1월 일본 미야자키 퓨처스팀(2군) 스프링 캠프에 합류했다. 이어 미야자키에서 시작된 1군 2차 스프링 캠프 명단에도 들었다.
그리고 약속을 지켰다. 전역 후 1군 첫 실전 등판 경기에서 이숭용 SSG 감독과 팬들에게 눈도장을 제대로 찍었다. 지난달 28일 열린 라쿠텐 2군 팀과의 연습 경기에 선발 미치 화이트가 무사 만루를 자초하고 강판당한 뒤 마운드에 이기순이 올랐다. 첫 타자에 땅볼 병살타를 유도해 아웃카운트 2개를 순식간에 올렸고 다음 타자는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이닝을 끝냈다. 3회는 2루타와 볼넷을 내줬지만 후속 타자 3명을 범타로 돌려세웠다. 2이닝 동안 총 28구를 던져 타자 7명을 상대했고 1피안타 무실점 피칭을 선보였다. 이날 경기 투수 MVP로도 선정됐다.
이기순은 “그냥 내 공을 던지자는 생각이 컸다. 직구가 생각보다 힘있게 들어가서 좋았던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상무 생활이 도움이 많이 됐다. 한 단계 스텝 업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됐던 것 같다”며 “상무에 좋은 선수들이 워낙 많아 조언을 많이 구했고, 배운 것을 몸에 밸 수 있도록 연습을 많이 하고 팀에 복귀했다”고 말했다.
새 시즌 이기순은 선발 경쟁 기회를 잡을 것으로 보인다. 베테랑 김광현은 어깨 부상으로 고정적인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하기 쉽지 않아졌다. 구단은 미치 화이트, 김건우, 앤서니 베니지아노, 타케다 쇼타로 이어지는 1~4선발을 확정했고 5선발 경쟁의 문은 열어놨다. 전영준, 박시후, 윤태현, 김민준 등과 함께 이기순도 후보군에 들었다.
이기순의 입대 전 ‘1승’을 지켜봤던 이 감독은 “군대 가기 전에도 실력이 괜찮았는데 더 업그레이드돼서 돌아왔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이 감독은 “이기순은 새 시즌 선발 경쟁의 복병이 될 것 같다. 마운드에서 자기 공을 씩씩하게 던지고 경기를 할 줄 아는 선수”라며 “그런 선수의 기량이 올라오면 새 시즌 투수력에 대한 걱정은 훨씬 덜게 된다”고 말했다.
이기순은 “이번 스프링 캠프를 앞두고 내가 아프지만 않으면 자신 있다는 생각이 있었다”며 “올해 계속 1군에 있으면서 좋은 기회를 받고 그 기회도 잡고 싶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하다 보면 결과는 따라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야자키 | 유새슬 기자 yoos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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