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마음 녹은 것처럼… 봄, 사랑의 계절이여 [김용우의 미술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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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깊으면 봄도 멀지 않다.
그런데도 포모나 마음이 흔들리지 않자 노파로 변신한 베르툼누스는 '사랑의 섬' 키프로스에서 있었던 유명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봄날엔 꽃만 피는 게 아니라 사랑도 함께 샘솟는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봄은 사랑의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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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우의 미술思 49편
프랑수아 부셰의 대표작
베르툼누스와 포모나
정원의 요정 ‘포모나’
마음 녹인 사랑 이야기
서로 사랑하는 세상 왔으면…
![프랑수아 부셰, 베르툼누스와 포모나, 1749년, 캔버스에 유화, 87×136㎝, 콜럼버스 미술관, 오하이오, 미국. [그림 | 위키백과]](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3/01/thescoop1/20260301123207017msre.jpg)
이쯤에서 프랑수아 부셰(Francois Boucher·1703~1770년)의 작품 '베르툼누스(Vertumnus)와 포모나(Pomona)'를 통해 봄을 미리 맞아 보자. 부셰는 로코코(Rococo) 시대를 대표하는 프랑스 화가다. 그의 작품은 인기가 많아서 오늘날 유럽의 유명 미술관이나 궁전에 많이 전시돼 있다.
작품 '베르툼누스와 포모나'도 로코코풍이다. 로코코 미술은 화려하고 섬세한 표현이 특징이다. 종교적 교훈이나 계몽주의적 내용보단 인간의 남녀상열지사男女相悅之詞에 초점을 맞춘 작품들이 많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신들의 애정 행각까지 그림 속으로 불러들인 작품이 많은데, 오늘 함께 살펴볼 부셰의 작품도 그렇다.
정원을 잘 가꾸는 요정妖精(Nymph) '포모나'가 잠시 쉬고 있는 순간 노파가 찾아와 뭔가 귓속말을 속삭이고 있다. '결혼'을 꼬드기는 노파의 말을 잠시 들어보자. "베르툼누스라는 젊고 미남인 청년이 있는데 그 청년은 당신에게 치근덕거리던 사티로스(Satyr·염소의 다리와 뿔을 가진 반인반수의 정령)들과는 다르다오. 그가 당신을 향한 사랑은 진실하고 거짓이 없답니다."
그는 정말 노파일까. 다시 그림 속으로 들어가 보자. 나이 든 사람답지 않게 열정 넘치는 붉은 옷을 걸친 노파 아래쪽에 큐피드가 가면을 들고 있다. 이는 작가 부셰가 우리에게 '노파가 바로 베르툼누스'라는 사실을 알려주는 장치다.
관련 내용을 따라가보자. 포모나를 사모한 '농사의 신神' 베르툼누스는 이미 여러 차례 농부로 변신해 곡식·농산물을 주는 등 기회를 엿보고 있었지만 포모나의 마음은 미동조차 없었다. 애가 탄 베르툼누스는 큐피드에게 "사랑의 화살을 쏘아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큐피드는 "포모나가 화살을 맞으면 당신의 본모습이 아닌 변장한 당신만을 좋아할 텐데, 그런 사랑이 어찌 진실한 사랑이 될 수 있겠느냐"면서 거절했다. 그래서 베르툼누스는 고육지책으로 노파로 변신해 포모나를 꼬드긴 것이다.
![프랑수아 부셰, 포모나, 1700년, 캔버스에 유화, 147×114㎝, 부다페스트미술관, 헝가리. [그림 | 위키백과]](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3/01/thescoop1/20260301123208352mviq.jpg)
가난한 청년 이피스는 부유한 집안의 아가씨 아낙사레테를 연모하고 있지만, 무정한 그녀는 눈길 한번 주지 않는다. 급기야 이피스는 "당신의 무정함에 나는 죽음을 선택할 것이오, 그러면 당신은 귀찮게 하는 사람이 없어지므로 편하게 살 것이요"라고 절규하면서 그녀의 집 앞에서 목을 맸다.
이피스의 장례식날. 늙은 어머니의 슬픈 울음소리와 함께 장례 행렬이 아낙사레테의 집 앞을 지날 때 '사랑의 신' 비너스(아프로디테)가 아낙사레테의 피를 차갑게 식히고 몸도 돌로 만들었다. 이 이야기를 들은 포모나의 마음이 흔들리자 '노파'로 변신했던 베르툼누스는 본래의 얼굴을 보여주고, 둘은 사랑의 결실을 맺는다.
봄날엔 꽃만 피는 게 아니라 사랑도 함께 샘솟는다. 우리의 가곡에도 "건넛마을 젊은 처자 꽃 따러 오거든 꽃만 말고 내 마음도 함께 따가 주"하는 노래가 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봄은 사랑의 계절이다. 꽃과 과일나무만 가꾸는 포모나의 차가운 마음이 녹은 것처럼 올봄엔 우리 모두의 마음도 녹았으면 좋겠다. 그렇게 서로 사랑하는 세상이 만들어지면 금상첨화겠다.
김용우 미술평론가 | 더스쿠프
cla030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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