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체 수 붕괴 직전"...펭귄은 언제 만세 부를 수 있을까?

2°C냐 4°C냐…남극 반도의 엇갈린 미래
영국 뉴캐슬대학교 베단 데이비스(Bethan Davies) 교수 연구진은 국제학술지 《프런티어스 인 인바이런멘털 사이언스(Frontiers in Environmental Science)》에 발표한 논문에서 온실가스 배출 수준에 따른 세 가지 시나리오를 비교 분석했다.
연구 결과 배출을 크게 줄이는 저배출 시나리오(SSP1-2.6)에서도 남극 반도의 기온은 이번 세기 말까지 산업화 이전 대비 2.28°C 오를 것으로 예측됐다. 반면 고배출 시나리오(SSP3-7.0)에서는 5.22°C, 초고배출 시나리오(SSP5-8.5)에서는 6.10°C까지 상승할 수 있다. 연구진은 19개의 기후 모델과 12개의 해빙 모델을 분석해 이 같은 전망을 도출했다.
2°C 이내로 제한할 경우 피해는 관리 가능한 범위에 머문다. 해빙 감소와 일부 서식지 변화가 불가피하지만 남극 반도에 서식하는 두 종의 꽃식물처럼 오히려 서식 가능 면적이 늘어나는 종도 생겨날 수 있다. 그러나 4°C를 넘으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해빙이 급감하면서 크릴 서식지가 크게 줄어들고 외래 침입종이 확산되며 기온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종들이 서식지를 잃게 된다. 연구진은 이 수준의 온도 상승이 "극적이고 돌이킬 수 없는" 피해로 이어진다고 표현했다.
이미 영향 받고 있는 펭귄
이 같은 변화는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옥스퍼드대학교와 옥스퍼드브룩스대학교 공동 연구진이 《저널 오브 애니멀 이콜로지(Journal of Animal Ecology)》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남극 반도와 주변 섬 37개 군집의 펭귄 3종을 10년간(2012~2022) 추적한 결과 번식 시기가 크게 앞당겨진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에 따르면 젠투펭귄은 평균 13일, 일부 군집에서는 3주 이상 일찍 번식을 시작했으며, 턱끈펭귄과 아델리펭귄도 각각 평균 10.4일, 10.2일 앞당겨졌다. 연구를 이끈 이그나시오 후아레스 마르티네스(Ignacio Juarez Martínez) 박사는 "말 그대로 세계 신기록"이라며 "이렇게 빠른 변화는 연구진도 놀랐다"고 밝혔다.

"지금이 돌이킬 수 있는 마지막"
연구진은 "개체수 붕괴가 일어나기 전에 행동 변화가 먼저 이상 신호를 보내고 있다"며 "지금 움직이지 않으면 나중에는 손쓸 수 없다"고 경고했다. 데이비스 교수도 "남극에서 일어나는 변화는 남극에 머물지 않는다"며 지금의 선택이 남극과 전 세계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남극 반도는 30개국 이상이 운영하는 연구기지 수십 곳이 밀집한 과학 거점이자 상업적으로 중요한 크릴 어업과 급성장 중인 관광 산업의 무대이기도 하다. 기존 연구 인프라 대부분이 건조하고 눈 덮인 환경을 전제로 설계됐기 때문에 온난화로 강수 형태가 바뀌면 연구 활동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 두 연구진 모두 온도 상승을 2°C 이내로 제한하는 것이 남극 반도 생태계를 지킬 수 있는 현실적인 마지막 선택지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