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푸·로봇수술…신의료기술 앞에선 유독 높아지는 보험의 벽
비용 중심 해석이 환자 선택권과 의료 혁신 확산을 가로막는다
(시사저널=김인현 산부인과 전문의·대한하이푸연구회 고문)
자궁근종과 자궁선근증은 여성에게 가장 흔한 부인과 질환이다. 출혈과 빈혈, 극심한 통증은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때로는 직장과 가정을 포기하게 만든다. 오랫동안 치료의 기본값은 수술이었다. 배를 여는 개복수술, 복강경수술, 최근에는 로봇수술까지. 의학은 침습을 줄이는 방향으로 발전해 왔다.
그 흐름 속에서 등장한 치료가 하이푸(HIFU)다. 고강도 집속 초음파를 병변에 집중시켜 열로 괴사시키는 방식이다. 절개가 없고 자궁을 보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수술의 대안으로 자리 잡았다. 국내에서는 2013년 신의료기술로 인정되었고, 대한산부인과학회 진료지침에도 적응증이 명시돼 있다. 제도적으로도 이미 검증 단계를 통과한 치료법이다.
그런데 최근 보험 현장에서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하이푸 치료는 인정하지만, 입원은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합병증이 없는데 왜 입원이 필요하냐"는 논리다. 시술은 가능하되, 비용은 최소한만 지급하겠다는 식이다.
문제는 여기서 드러난다. 하이푸는 비수술이지만, 무자극 시술은 아니다. 시술 후 상당수 환자가 통증, 위장 장애, 전신 불편감을 겪는다. 통증 조절과 경과 관찰을 위해 일정 기간 입원이 필요하다는 것이 임상 현장의 판단이다. 대학병원에서도 입원해 시행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럼에도 보험사는 입원을 '합병증 발생 후의 사후 대응'으로만 해석한다. 예방적 관찰과 통증 관리라는 의료 현실은 배제한다. 결국 입원의 정의를 의학이 아니라 보험 약관이 재단하는 구조다.

치료 결정권은 누구에게 있는가
이 같은 태도는 하이푸에만 적용되지 않는다. 로봇수술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반복된다. 일반 복강경으로도 가능하다는 이유로 로봇수술의 필요성을 문제 삼고, 의사 소견서를 요구하며 보험금 지급을 지연하거나 축소한다. 환자와 의료진이 선택한 최선의 방법을, 보험사가 사후적으로 판단하는 셈이다.
여기서 묻지 않을 수가 없다. 왜 신기술 앞에서만 보험의 잣대는 유독 엄격해지는가.
개복수술은 입원이 당연하다. 복강경수술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하이푸는 "비수술이니 외래로 충분하다"고 단정한다. 로봇수술은 "기존 수술로도 가능하다"고 본다. 기술이 발전해 침습이 줄어들수록, 보험의 인정 범위는 오히려 축소되고 있다. 의료 혁신이 비용 절감으로 이어지기보다, 보장 축소의 명분으로 활용되는 구조다.
해외와 비교하면 차이는 더 분명해진다. 미국에서는 MRI 유도 집속 초음파 치료가 FDA(미국 식품의약국) 승인을 받았고, 일정 기준을 충족하면 보험 적용 대상에 포함된다. 일본과 대만 역시 대학병원 중심으로 하이푸를 제도권 안에 통합해 관리한다. 신기술을 비용의 위험 요소로만 보지 않고, 임상 데이터와 안전성을 토대로 의료 체계로 편입시키려는 방향이다. 반면 국내에서는 신의료기술로 인정된 지 10년이 넘은 치료법이 여전히 실손보험 해석에 따라 '입원 불가'로 분류된다. 기술은 발전했지만, 보험의 시계는 멈춰 서있는 셈이다.
보험사는 손해율을 관리해야 하는 기업이다. 그러나 보험의 본질은 위험 분담이다. 의료 판단을 대신해 치료의 필요성을 재단하는 심판자가 아니다. 과잉 진료를 막겠다는 명분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일괄적이고 보수적인 잣대로 신기술을 억제하는 방식은, 결국 환자의 선택권을 제한한다.
기술은 앞서가는데 제도는 제자리
더 근본적인 문제는 신뢰의 균형이 무너지고 있다는 점이다. 의료 현장에서 환자와 의사는 충분한 설명과 동의를 거쳐 치료법을 결정한다. 그런데 보험사는 사후적으로 "그 방법은 꼭 필요하지 않았다"고 판단한다. 치료의 책임은 의료진이 지지만, 비용의 최종 판단권은 보험사가 쥐는 구조다. 이는 의료의 자율성과 전문성을 약화시킨다.
신기술은 언제나 초기에는 비용이 높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효율성과 안전성이 축적된다. 보험이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대응하면, 의료 현장은 가장 안전한 길이 아니라 '보험이 인정하는 가장 쉬운 길'로만 움직이게 된다. 결국 환자는 몸에 부담이 적고 회복이 빠른, 그래서 궁극적으로 삶의 질을 보존할 수 있는 치료법을 포기하게 된다.
하이푸와 로봇수술 논란은 단지 보험금 지급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의료 혁신을 어떻게 받아들이는가에 대한 시험대다. 기술의 발전을 말하면서, 실제 제도에서는 가장 보수적인 잣대를 들이대는 모순이 반복되고 있다.
보험은 의료 혁신을 억제하는 장벽이 아니라, 안전하게 확산시키는 완충 장치가 되어야 한다. 신기술의 남용을 경계하되, 이미 공인된 치료까지 비용 논리에 따라 축소하는 태도는 재고해야 한다.
하이푸를 둘러싼 논란은 분명한 메시지를 던진다. 우리는 의료를 단순한 지출 항목으로 볼 것인가, 아니면 환자의 삶의 질과 선택권을 확장하는 사회적 투자로 볼 것인가. 보험이 지나치게 보수적인 해석에 머무르는 한, 의료 혁신은 제도의 장벽에 가로막힌 채 계속 제자리걸음을 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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