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왜곡 누구보다 많이 봤지만, 법 왜곡죄 반대한다” 재심 전문 박준영 변호사, 왜?

판사나 검사가 법을 왜곡해 적용하면 10년 이하 징역 등으로 처벌하게 하는 ‘법 왜곡죄’(형법 개정안)가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하자 법조계 안팎의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고소·고발이 남발하고 그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낭비될 거라는 지적이다. 법 왜곡죄가 있다면 수사기관과 사법부의 잘못으로 고초를 겪거나, 유죄를 선고받아 옥살이까지 한 피해자들의 억울함은 해소될 수 있지 않을까.
재심 사건을 전문으로 하는 박준영 변호사는 지난달 27일 기자와 통화하며 “그렇지 않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법 취지는 공감하지만, 성급한 입법으로 사법의 독립성을 해치고 오히려 소수자에 대한 보호가 제대로 되지 않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지금도 수사·재판 위법하면 직권남용으로 처벌”

박 변호사는 ‘약촌오거리 사건’,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 사건’ 등 재심을 맡아 억울하게 범인으로 몰린 이들의 누명을 벗겨낸 변호사로 유명하다.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 사건’이나 ‘진도 저수지 추락 사건’에서 그는 수사기관의 직권남용을 주장했고, 이게 받아들여져 재심이 열리게 됐다. 다만 공소시효가 지나 수사기관은 처벌받지 않았다.
박 변호사는 “재심 사건을 맡으면서 과거 수사·재판 과정에서 법 왜곡 사례를 정말 많이 봤다. 그런데도 이 법안에는 반대한다”며 “남용 가능성이 너무나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선 사건들에서처럼 수사기관에 대한 처벌은 현행 법률로도 가능하다고 했다. 그는 “직권남용이 현실에서 전혀 작동하지 않는다는 인식은 사실과 다르다”며 “(일부 재심 사건의 경우) 공소시효 문제로 수사기관을 처벌하지 못했지만, 범죄 성립이 부정된 것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형법 체계 안에서 직권남용죄로 문제 삼을 수 있는 영역까지 새로운 죄명으로 포섭하는 게 필요한지 따져봐야 한다”며 “직권남용죄를 다듬어 국민 법 감정과의 괴리를 줄일 수 있는 방안으로 가야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또 박 변호사는 법 왜곡죄가 새로 생기면서 고소·고발이 남발될 수 있는 점도 문제라고 했다.
“법이 다수 위한 것만은 아냐…소수자 보호 흔들릴 수 있어”
박 변호사는 무엇보다 ‘소수자 보호’라는 사법의 본질이 흔들릴 수 있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대법관이나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이 취임할 때 소수자 보호를 위한 최후의 보루라는 표현을 자주 쓴다”고 했다. 이어 “민주주의는 다수의 주장이 권력이 될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 그런데 늘 다수의 선택과 판단대로 국가가 운영되면 소수자의 인권에 반하는 일도 벌어진다”며 “그런 경우 소수자 보호를 위해 법을 해석하고 적용하는 것이 늘 다수에게 편한 상황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런 판결의 경우 다수를 설득하지 못하면 결국 ‘왜곡’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뜻이다.
박 변호사는 입법 취지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고의적 증거 조작이나 명백한 위법행위는 엄정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점에도 동의했다. 다만 “해석과 평가의 영역까지 형벌의 칼날을 들이대는 것은 또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 주도의 사법개혁이 공론화나 숙의 과정 없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도 우려를 표했다.
박 변호사는 “‘개혁’이라는 건 더 나아진다는 이미지다. 그래서 사법개혁에 대해서도 ‘신중하게 접근하자’고 얘기하면 마치 기득권을 수호하는 것처럼 비춰진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자극적인 구호를 쓰면 이 법의 적용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여러 가지 부작용을 얘기하는 게 힘들어진다”며 “형벌 규정은 한번 도입되면 되돌리기 어려워 걱정스럽다. 앞으로 적용 과정에서 얼마나 엄격하게 해석될지 지켜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김정화 기자 cle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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