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메네이 사망’ 이란, 실세 라리자니 체제 이미 구축
당장 정권교체나 체제붕괴 일어나지 않을 듯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에 대한 공격으로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사망을 확인했다고 발표함으로써,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이란은 이번 전쟁에 앞서 하메네이의 사망에 대비한 후계 체제를 이미 확립한 것으로 알려져, 이슬람공화국 체제 존속 및 항전 여부가 주목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8일 소셜미디어에서 “하메네이는 역사적 가장 사악한 인물 중 한 명이며,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그는 “이란 국민들이 그들의 나라를 되찾을 수 있는 가장 큰 단 한 번의 기회이다”며 “우리는 그들의 이란혁명수비대, 군대, 그리고 기타 보안 및 경찰 병력 중 많은 이들이 더 이상 싸우기를 원하지 않으며, 우리로부터 면책을 구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란 최고지도자 하메네이가 사망했으니, 이란의 정권 교체, 더 나아가 이슬람공화국 체제 자체를 전복시키겠다는 것이고, 이란 국민에게 봉기를 촉구한 것이다.
트럼프는 전날 이란 공격이 시작된 뒤 소셜미디어에 올린 동영상에서도 “지금이 여러분의 운명을 스스로 통제하고 가까이에 있는 번영되고 영광스러운 미래를 펼칠 때”라며 “지금이 행동할 순간이다. 이 기회를 놓치지 말라”고 강조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도 이란 국민에게 정부를 전복할 것을 촉구하며, 이제 이란 국민이 “폭정의 멍에를 벗어던지고 자유롭고 평화를 추구하는 이란을 만들어야 할 때”라고 말했다.
트럼프가 하메네이 제거에 성공했다고 발표함으로써 자신이 천명한 이란 정권교체에 한 발 다가섰다고 평가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란의 정권교체나 이슬람공화국 체제 전복이 가능할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무엇보다도 이란은 이번 전쟁에 앞서 하메네이의 사망에 대비해 국가운영 전반을 맡을 ‘플레이메이커’를 이미 확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메네이 유고 시에 국가운영를 맡을 인물로는 최고국가안보회의(SNSC) 사무총장인 알리 라리자나(67)로 지목됐다.
알리 라리자니는 혁명수비대 지휘관 출신이자 오랜 정치 관료로, 현재 국가안보최고위원회 사무총장으로서 사실상 국정 전반을 조율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 등은 보도했다.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로부터 비상 상황 시 국가 운영 전권을 위임받았고, 하메네이 유고 시 임시 지도자 역할을 수행할 1순위 후보로 거론된다.
하메네이는 미국 및 이스라엘의 공습뿐 아니라 본인과 최고지도부에 대한 암살 시나리오까지 상정한 일련의 지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하메네이는 자신이 임명하는 주요 군 및 정부 지휘부 직책마다 최대 네 단계의 후임(승계 라인)을 지정하도록 했고, 통신 두절 또는 본인 피살 시에도 국가 운영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소수 측근 그룹에 권한을 위임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메네이는 이번 미국-이스라엘과의 전쟁에 앞서 “순교”를 각오하고, 이런 비상 국정운영 및 후계 체제를 확립한 것으로 알려졋다.
지난해 6월 이스라엘과의 12일 전쟁 동안 은신 상태에 있던 하메네이는 이미 세 명의 잠재적 후계자를 내정했다. 하지만, 고위 성직자가 아닌 라리자니는 그 후보에 포함되지 않았다.
하지만, 라리자니는 지난해 8월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에 의해 국가안보회의 사무총장에 재임명된 뒤부터 이란의 국방·외교·안보 전략을 총괄하며 실권을 강화해왔다. 라리자니는 야히아 라힘 사파비 전 혁명수비대 총사령관,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국회의장, 하메네이 비서실장 알리 아스가르 헤자지 등과 함께 최고지도자의 핵심 신뢰 서클에 속했고, “전시 체제”에서 결정적 역할을 맡도록 지정됐다는 것이다.
라리자니는 2008년부터 2020년까지 12년 동안 이란 의회(마즐리스) 의장을 역임하며 역대 최장수 의장 기록을 세웠다. 혁명수비대(IRGC) 장교 출신이며, 이란 국영 방송(IRIB) 대표와 문화이슬람지도부 장관을 지내기도 했다. 2005~2007년에도 국가안보회의 사무총장을 맡아 이란의 수석 핵 협상가로 활동한 바 있다.
라리자니는 중심으로 한 이란의 비상체제로 인해 급작스런 정권교체나 이슬람공화국 체제 붕괴 상황은 일어나기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는 “대규모 및 정밀 폭격은 중동 전역, 나아가 전 세계의 평화를 달성한다는 우리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이번 주 내내, 혹은 필요하다면 그 이상으로도 중단 없이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미국의 고강도 공습과 공격이 계속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번 전쟁에 앞서, 현재 이란 주변에 배치된 미국 군사력으론 단 4~5일간의 고강도 공습이나 일주일 정도의 저강도 공습을 할 수 있는 수준으로 평가한다고 지난 24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가 이스라엘 정보 당국을 인용해 보도한 바 있다. 제럴드포드 호는 올해초 카리브해에서 작전을 마친 뒤 정비와 보수 작업도 없이 다시 중동에 파견돼 각종 기술적 결함에다가 승무원들은 지쳤다는 평가이다. 항모의 수세식 화장실 시설이 고장나서 승무원들이 줄을 서서 화장실 사용을 하기도 했다.
댄 케인 미국 합참의장은 앞서 트럼프에게 이란 공격을 감행하면 이란의 대규모 반격으로 미국과 이스라엘의 방공망이 소진될 것이고, 장기전이 예상된다며 공격 반대를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1월초 베네수엘라 공격에서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만 납치하고는 기존 지도부와 체제를 그대로 존속시켰다. 정권 교체나 붕괴를 위해서는 지상군을 보내고 그 이후 국가건설(네이션 빌딩)에 막대한 자원을 투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메네이의 제거가 확인된다면, 트럼프로서는 오히려 이를 명분으로 이란과의 대화와 협상을 재개할 수도 있다.
미국과 이란의 전쟁은 앞으로 이란의 새로운 지도부가 얼마나 공고히 작동하고, 미국과의 항전을 지속할지에 달렸다 할 수 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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