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한 날에 무리하지 않아도 되는 여행, 웰니스 여주
삶의 회복·정화·성장을 스스로 돕는 여정
지금 당신에게 필요한 웰니스 #경기도 여주 편
절대권력을 손에 쥔 정치인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이가 ‘사람’이라면, 그 사회는 굳이 어렵게 상상하지 않아도 어제보다 윤택한 오늘, 내일이 기대되는 곳임이 틀림없을 것이다. 조선 제4대 왕 세종(1397~1450)이 조선을 다스렸을 때를 영릉 입구에 자리한 ‘세종대왕역사문화관’에서 먼저 살펴본다.

사랑과 통치의 철학 '세종대왕릉'
세종대왕은 장애를 지닌 신하를 중용하고, 예로써 대했다. 억울한 죄를 쓴 이의 말을 경청해 누명을 벗게 했고, 나라의 밝은 도를 하나하나 세웠다. 백성들도 문자의 뜻을 쉽게 알고, 바른 삶을 살 수 있도록 ‘한글’을 만들었다.

1446년 반포된 훈민정음은 그 뜻처럼 ‘백성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로 농서·의서 등을 한글로 편찬해 배움의 문턱을 낮췄다. 자동으로 시간을 알리는 물시계 자격루를 발명해 노동과 휴식의 기준을 공정하게 열었다. 오늘날에도 과학과 예술, 제도에 대한 개념과 인간에 대한 배려가 넉넉한 지도자를 염원하며, 아름드리 소나무가 우거진 숲길을 따라 왕이 잠든 영릉으로 향한다.

금천교를 지나 홍살문 너머로 성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봉분이 모습을 드러낸다. 자연과 풍수, 유교적 세계관, 장례 의례가 조화를 이룬 왕릉 문화의 정점으로 평가받는 영릉은 속세에서 성역으로 나아가는 사유를 담아 진입·제향·성역 공간의 세 단계로 구성됐다.


누구나, 모두의 예술 '여주미술관'
도심의 야트막한 언덕 위에는 새로 지은 빌라와 오래된 상가가 어깨를 맞대고, 미술관 뒤편으로는 고층 아파트가 빼곡하다. 이를 굽어보는 여주미술관은 속세에 있으면서도 어딘지 한발 비켜선 듯한 분위기를 풍긴다. 2019년 봄 개관한 여주미술관은 화가이자 수집가로 활동한 고려제약 박해룡 회장이 설립하고, 동생인 박길룡 교수가 '종묘'에서 영감을 받아 설계했다.

젊고 재능 있는 작가를 후원하고, 예술을 시민 일상 가까이 두고 싶다는 설립자의 뜻은 공간 전반에 스며 있다. 규모를 과시하는 대신 사람의 보폭에 맞춰 설계된 미술관은 야외 정원과 큰 창 드리운 실내 전시실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햇살이 하나의 작품처럼 번지는 전시실에서 박승순 작가의 <선 그리고 색, 선율추상>을 감상한다. 다가올 봄과 여름이 기다려지는 선명한 화면 앞에서 자연스레 표정이 밝아진다. 제1미술관은 예술·디자인·사진·인문 분야의 아트북과 희귀 서적 3000여 권이 갖춰진 북뮤지엄과 연결된다. 거대한 양장본 표지를 넘겨보느라 관람객의 걸음은 또 한 번 느려진다.

잘 보내는 법을 배우다 '신륵사'
남한강 위에 달그림자처럼 내려앉은 강월헌과 천년고찰 신륵사가 한 폭의 그림처럼 어우러진다. 신륵사는 남한강의 안정을 위해 강 옆에 조성된 것으로 전해지는 천년고찰이다.

1469년 세종대왕릉을 여주로 옮기며, 신륵사는 왕실의 명복을 비는 원찰로서 명성을 떨치게 되었다. 이 영향으로 신륵사의 중심 불전은 대웅전이 아닌 죽은 사람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극락보전이다. 쉬운 만남도, 이별도 존재하지 않는 세상에서 잘 기도하는 법보다 잘 보내는 법을 배워본다.

신륵사 경내에는 500년, 600년 이상의 수령을 지닌 보호수와 나옹의 석종부도·석종비 등 고려와 조선을 잇는 유산들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있다. 강변을 따라 걷다 보면 황포돛배 유람선도 만날 수 있다. 남한강 수로를 따라 번성했던 여주의 역사를 품은 배로, 신륵사와 영월루, 영릉 일대를 물길에서 조망할 수 있다.

지난 2025년 5월 1일에는 남한강과 신륵사의 풍경을 비추는 ‘여주남한강출렁다리’가 정식 개통했다. 보행자 전용 교량으로 천송동과 연양동을 잇는 출렁다리는 낮에는 신륵사를 가장 시원하게 담는 전망대가 되고, 밤에는 미디어파사드가 더해져 남한강 야경에 빛을 얹는다.

조선 시대 왕실에 진상될 정도로 여주 쌀은 유난히 찰지고 부드러운 맛이 일품이다. 먹을거리가 넘쳐나는 현대에도 여주는 ‘쌀’이 주인공이다. 남한강을 배경으로 25년 내공을 자랑하는 식당은 상호도 ‘여주쌀밥집’(여주 곳곳에 같은 상호가 흔하다), 주문 후 약 10분 정도 걸리는 솥 밥은 윤기가 자르르 흐르고, 홍어와 담백한 각종 찬이 입맛을 돋운다.
정상미 기자 vivi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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