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생각은] 1인 1賞 주는 초등학교… “학부모 등쌀 탓” vs “교육 효과 커”
개인 특성 반영한 상장 늘어
교사, 상 배분하느라 골치
초등학생이 자기가 받고 싶은 상장을 적어 내는 문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최근 초등학교에서 모든 학생에게 상장(賞狀)을 나눠 주는 이른바 ‘1인 1상’ 문화가 확산하고 있다. 담임 선생님의 평가뿐만 아니라 학급 투표를 통해 각자가 받을 상을 정하는 방식이다. 일부 학교에선 학생이 받고 싶은 상 이름을 직접 정하기도 한다.
초등학교 교사들 사이에선 성적 중심의 과도한 경쟁을 완화할 수 있는 긍정적 변화라는 평가가 있지만, 학부모 민원에 밀려 상의 의미가 퇴색했다는 반응도 있다.

◇“성적 대신 성장”… 격려 중심 賞 문화 확산
1일 교육계에 따르면 1인 1상을 주는 초등학교들은 학생 개개인의 특성을 반영한 상장을 만들어 졸업식이나 종업식 때 주고 있다. 예를 들어 언어유희를 활용해 ‘음악 감상’은 평소 노래 듣기를 즐기거나 친구들에게 음악을 추천해 주던 학생에게 돌아간다.
성적이나 등수 대신 일상 속 개별 태도와 개성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학업 성적을 평가하는 보통의 상장과는 차이가 있다. 학교 현장에선 이미 수년 전부터 학생들의 격려와 동기 부여 차원에서 이 같은 1인 1상을 활용해왔다.
학생이 받을 상을 스스로 정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12월 서울 노원구의 한 초등학교는 졸업식에서 전교생에게 1인 1표창장을 수여했다. 사전에 학생이 받고 싶은 상을 직접 정해 담임 교사에게 제출했다. 해당 학교 교사들에 따르면 일부 학생은 가정에서 학부모와 상의해 원하는 상을 정한 뒤 제출하기도 했다.
교육과정을 반영해 1인 1상을 운영하는 학교도 있다. 논술·탐구 중심의 국제 인증 프로그램인 국제 바칼로레아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한 초등학교 교사는 “아이들 특성과 국제 바칼로레아의 10가지 기준을 반영해 상장을 제작한다”며 “학생 스스로 성장 과정을 돌아보게 하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교육 전문가들은 긍정적인 변화라고 평가했다. 김주형 경인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공교육의 목적은 각자의 자질과 관심, 성장 속도에 맞는 맞춤형 개별 지원”이라며 “학업 속도가 빠르든 느리든 모두를 인정하고 격려하는 방식은 교육적 취지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정작 성과 우수상은 따로 불러 주기도
반면 일부 교사들은 최근 1인 1상이 사실상 학부모 민원 탓이라고 말했다. 특정 학생에게만 상을 주면 위화감을 조성했다거나 차별이라는 민원이 빗발치면서 학교가 상장 제도를 바꾸게 됐다는 취지다.
충북의 한 초등학교 교사 김모(29)씨는 올해 1월 졸업식을 앞두고 졸업생 전원에게 상을 배분하느라 애를 먹었다고 토로했다. 학업상·봉사상·체육상 등 정해진 상에 학생 특성을 맞춰 상을 나눠야 했기 때문이다. 체육상은 비교적 활동적인 학생에게 돌아갔지만, 상장별로 인원이 정해져 있는 탓에 일부 학생은 특성과 다른 상을 받기도 했다.
김씨는 “학생이 ‘왜 내가 체육상이지’라며 의아해하는 경우도 있었다”며 “학부모 민원으로 1인 1상이 당연해지면서 상의 의미가 퇴색되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실제로 일부 우수 학생에게만 상을 수여하는 것이 지나친 경쟁을 유도하거나 위화감을 조성한다는 민원이 제기되기도 한다. 한 초등 교사 유튜버는 영상에서 “대회나 행사 때마다 다른 아이들과의 비교를 문제 삼는 민원 전화가 이어졌다”며 “논란이 될 수 있는 부분을 줄이다 보니 상장 종류가 최소화됐다”고 말했다.
최근 초등학교 담임 선생님이 불러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학교를 찾았던 한 학부모는 미술 대회 우수상 상장과 트로피를 받았다고 전했다. 해당 학부모는 “원래 선생님이 아이에게 직접 주려고 했는데, 다른 학생 눈치를 봐서 따로 불렀던 것”이라고 했다.
1인 1상이 학생에게 효능감을 주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전직 초등 교사 A씨는 “저학년은 상장을 대체로 좋아하지만 고학년은 일종의 참가상으로 여기며 크게 기뻐하지 않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1인 1상 효과 보려면 “목표 설정부터”
1인 1상을 제외하면 초등학교에서 상장 자체를 보기 어렵다고 한다. 이미 개근상의 경우 생활기록부에만 기재될 뿐 별도의 상장을 수여하지 않는 추세다. 운동회나 체육대회에서도 점수를 매기되 최종적으로는 공동 수상 방식으로 마무리하는 사례가 늘었다.
경기도의 초등학교 교사 이모(32)씨는 “모두에게 상이 돌아가자 ‘대회의 의미가 없다’고 허탈해하는 학생도 있었다”며 “하지만 학부모 반발을 우려해 (공동 수상 외에) 다른 선택을 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1인 1상 제도가 기대하는 교육 효과를 내려면 상을 받기까지의 과정이 중요하다고 김봉석 한국교원대 초등교육학 교수는 설명했다. 그는 “상장은 일정한 희소성과 경쟁을 통해 성취감을 주는 측면이 있다”며 “학기 초부터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할 수 있도록 지속해서 동기 부여를 한 뒤 상장을 준다면 교육 효과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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